물금 택지는 커피숍들의 무덤이죠.
다르게 말하면 천국같은 곳이기도 한데,
젊은 사람들이 많으니 수요는 많은데 또 거기에 비례해서 커피숍이 너무 많아요.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블레스유, 보테로의 산책, 무스카페, 르카페, 오로시카페, 소소봄, 플라잉도기 또 뭐 있더라….
게다가 프랜차이즈도 두개나 들어와 있습니다. 카페베네랑 엔젤리너스.
그 중에서도 개인이 저렇게 소규모로 하는 커피숍들은 다들 실력도 좋고 맛도 좋죠(프랜차이즈 커피숍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장사는 매우 잘 됨.) 나름 서로 커피 잘 만든다고 광고도 많이 붙여둡니다. 어디 바리스타 자격증을 걸어놓은 곳도 있고, 직접 커피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는 곳도 있고 등등. 실제로 다들 맛도 괜찮은 편입니다(가격은 싸지 않습니다).
오늘은 ‘바리별’이라는 데를 가 보았습니다. 4년간 한 번도 안 가본 곳인데(존재 자체를 몰랐음) 마침 같이 밥 먹은 형이 괜찮다고 해서 같이 가 보았습니다. 위치는 택지 중에서 병원 쪽에서부터 세어 2번째 골목이고 북쪽에 있습니다. 혹은 만화방 맞은편이라고도 합니다(놀랍게도 아직도 만화방이 있습니다!!). 물금 택지는 늘 느끼는 거지만 원하는 골목을 찾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4년째 가는데도 여전히 헷갈리네요.
카페 안에서 바라본 간판 모습입니다.
카페 내부 모습입니다. 직접 커피를 볶는 집이라 로스팅 기계도 구비하고 있고 에스프레소 머신, 더치커피 뽑는 기구, 핸드드립 도구 등등 있을 건 다 있습니다. 참고로 원두도 판매하는데 100g에 5천~6천원 정도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진열된 상품은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그리고 두 개가 더 있었는데 기억은 안 나네요. 블렌딩한 커피 원두는 따로 없는데 만들어 달라고 하면 해줄 것 같기도 합니다.
참고로 가죽공방도 겸하고 있습니다. 커피숍 주인은 젊은 부부인데 안쪽 한 켠에 가죽공방이 있어서 가죽공예도 가르쳐 주고 자기들이 직접 만든 제품도 판매합니다. 예쁜 물건들이 많은데 사진을 안 찍어 왔네요.
저는 카푸치노를 시켰습니다. 마셔본 순간 정말 “헉!” 했습니다. 며칠 전에 먹었던 스타벅스 카푸치노와 차원이 다르더군요. 가격도 4천원으로 비싸지 않은 편입니다. 우유거품은 정말 부드럽고 쫀득한데 그보다 더 놀라운 건 그 밑에 깔린 커피 맛입니다. 정말 이렇게 에스프레소 베이스가 맛있는 카푸치노는 처음 먹어본 것 같습니다. 커피가 이렇게 고소할 수 있구나 하는 걸 처음 느꼈네요. 늘 커피는 향은 달콤한데 맛은 쓰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여기 커피는 다르네요(물론 에스프레소로 마시면 쓰겠죠).
게다가 잔도 따뜻하게 데워주고 기본을 철저히 지키는 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이 커피숍에 대한 평이 참 좋았습니다. 사장 부부도 사람이 참 좋고 커피도 항상 더블샷으로 넣어줘서 맛이 진하다고 하네요. 싱글샷을 원하면 그렇게 해준다고도 합니다. 저는 진한 커피를 좋아해서 정말 좋았습니다.
이건 같이 간 형이 시킨 캬라멘 마끼아또 입니다. 캬라멜 마끼아또는 항상 위에 뿌려진 시럽의 달콤한 맛으로 먹는 줄 알았는데 이것 역시 밑에 깔린 에스프레소 베이스가 맛있으니 전체적인 맛이 기가 막히더군요. 커피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기분입니다.
커피를 다 마시고 이야기가 길어지자 사장님이 오셔서 커피 더 리필해 주시겠다고 하십니다. 더 마시면 밤에 못 잘 것 같아서 사양했더니 그러면 차라도 드시라며 차를 두 잔 내어왔습니다. 찻잔 역시 따뜻하게 데워져 있었고요(무슨 차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카페 분위기도 좋고, 조용하고, 사장님 친절하시고, 커피 맛있고 저렴하고, 이런데를 왜 이제서야 알았나 싶네요. 앞으로 종종 가게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