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로 에버랜드 다녀옴

지난 번에 딸내미 데리고 아쿠아리움에 갔다가 그 앞에 있던 놀이시설만 실컷 타고 돌아온 후(참고), ‘아, 우리딸은 놀이동산을 제일 좋아하는구나’ 하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하지만 그동안 초딩들 방학이었어서 때를 기다리고 있다가 이제 슬슬 8월 말이고 개학할 때가 됐지 싶어서 놀이동산에 가기로 했다.

보통은 가깝고 만만한 대구 <이월드>에 가는데 몇 번 갔더니 그게 그거고 별로 탈 것도 없고 비싸기만 하고 그렇더라고. 그래서 아예 한국에서 제일 크고 좋다는 <에버랜드>에 가보기로 함. 다행히 인터넷에서 “연간회원권 10년차 베테랑” 이라는 분이 꾸준히 올리고 있는 주요 놀이공원 혼잡도 포스트가 있던데(링크), 마침 8월 25일은 혼잡도 C 등급이라 딱 좋겠더라. 멀리까지 가는데 줄만 서다가 오면 억울하지.


이용요금은 보다시피 미쳤는데(…) 제휴 할인을 받으면 본인 50%까지는 된다. 마침 동반인 30% 할인 행사도 하고 있었는데 꼭 이럴 때 내가 가진 카드는 없더라고. 어쩔 수 없이 딸내미 티켓은 인터넷으로 미리 검색.


에이씨 지금은 더 내렸네. 내가 봤을 때는 종일 자유이용권 소인 정가가 41,000원인데 보통 36,900원에 거래되고 있고(대/소인 공통) 잘 찾아보니까 34,900원까지도 있더라. 결제하니까 5분 쯤 뒤에 문자로 QR 코드가 하나 날아왔다. 표 끊을 필요 없이 이거 보여주고 바로 입장하면 된단다. 근데 보통 이런 거 당일사용 불가라고 쇼핑몰에는 되어 있는데 진짜 그런가 모르겠네. 밤 11시 59분쯤 결제해서 다음날 0시 5분에 문자로 받으면 어떻게 되는걸까?


보통 마산에서 수도권 갈 때 경로 검색하면 “중부내륙 – 영동고속도로” 경로로 안내해 주는데 내가 몇 번 다녀본 결과 위 지도처럼 “진마대로 – 남해고속도로 – 대전통영고속도로 – 중부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 경로가 오히려 더 빠른 것 같다.

왜냐면 일단 중부내륙 고속도로에서 대구까지 갈 때 화물차가 진짜 많이 다니는데 이 사람들이 1차로에서 길막하고 있으면 제속도를 낼 수가 없다. 그리고 원래 구마고속도로였던 구간을 편입해서 만든거라 도로상태도 개판이다. 커브길도 많고 언덕길도 진짜 많아서 영 별로임.

그리고 진마대로 구간은 보통 평가절하되어 있지만 사실 차도 별로 없고 신호등도 딱 하나 뿐이라 거의 고속도로처럼 이용 가능하고 무엇보다도 대전통영 고속도로가…….


아우토반이기 때문이다…… 대신 숨어있는 경찰차가 진짜 많긴 하다.

어떤 길로 가든지 4시간 찍히니까 휴게소 한 번 들를 생각 하면 5시간 잡고 9시 반에 출발하면 오후 2시 반쯤 도착하겠군 하며 출발.


인삼랜드 휴게소에 도착했다. 서울-진주간 고속버스가 중간에 쉬면 꼭 여기서 쉼.


딸내미는 오는 길에 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빨리 안가냐고 빨리 놀이동산 가고 싶다며 울고불고 징징대서 5분도 못 쉬고 허둥지둥 다시 출발했다. 화장실도 못가게 해서 방광 터질뻔함.

그리하여 에버랜드 딱 도착했더니 1시 좀 넘었더라. 이정도면 수도권 사는 사람들이 늦잠 자고 천천히 출발한 거랑 별 다를바가 없군! 뿌듯해하며 셔틀버스 타러 종종종 걸어감.


셔틀버스 사진 찍으려고 하는데 딸내미는 마음이 급해서 빨리 오라고 난리.


잘 나가는 애들만 앉는다는 버스 맨 뒷자리를 선호하는 우리딸. 어린이집 차에서도 항상 맨 뒷자리에 탐.

근데 주머니를 뒤져보니 핸드폰이 없다;;; 그냥 갈까 했는데 거기에 우리딸 티켓이 들어있으니 눈물을 머금고 다시 버스에서 내림. 차에 흘리고 왔더라고. 다시 돌아왔더니 버스가 아직 안 떠나긴 했는데 자리 다 차서 결국 버스에서 서서 갔다 ㅠㅠ


에버랜드는 워낙 넓으니까 버스에서 내려서 표 끊는데 까지도 꽤 달려야 한다. 중간에 물 마시며 숨고르는 중.


자유이용권 두 장. <이월드>는 손목 팔찌 모양으로 만들어줘서 다니기 편했는데 여기는 이렇게 티켓모양으로 주더라. 잃어버릴까봐 불안했음.


입장해서 인증샷.


하도 넓어서 어디부터 가야할 지 헤매다가 일단 케이블카부터 탔다.


와….. 케이블카 엄청 큼. <이월드> 케이블카는 진짜 좁아서 수구리고 탔는데 여기는 8명 정도 들어가고도 남겠더라.


케이블카에서 내리니까 바로 회전목마가 있었는데 하필 운행중지…… 일단 배고플 때가 됐으니 중국식당에 갔다. 비싸고 그저그랬음.


물 개수 제대로 맞는지 검수중이다.


식당에서 나왔는데 마침 퍼레이드 행렬이 지나가더라. 우리딸 이런 거 되게 좋아하데.




애들이 좋아하는 놀이기구들.


후룸라이드 비슷한거. 난 별로 안타고 싶지만 우리딸이 자꾸 “아빠! 용기내보자!!” 하면서 응원함. 참나 ㅋㅋㅋㅋㅋㅋ

막상 탔더니 막 뒤로도 떨어지고 앞으로도 떨어지고 정신없더라. 물도 엄청나게 튐. 자꾸 <이월드>랑 비교해서 좀 그런데 아무튼 스케일이 다르드만.


친절하게 옷 말리는 곳도 있더라. 엉덩이 축축해서 영 찝찝함.


애들용 놀이기구만 따로 모아놓은 이솝빌리지라는 곳도 있더라.


그 중에서도 공놀이하는 곳에 들어갔더니 환장함. 나는 하나라도 더 태우고 싶어서 얼른 나가자 했는데 한 시간 넘게 저러고 있더라고.


이름 생각 안나는 탈 것.

여기서 진짜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화장실. 실외 화장실인데도 화장실 안에 에어컨 진짜 빵빵하게 틀어주고 깨끗하고 애들용 변기나 세면대 다 따로 돼 있어서 정말 좋았다. 또 <이월드> 이야기를 안 할수가 없는데 거긴 엄청 더럽고 냄새나고 더웠거든.


물보라 만들어주는 기계도 있더라.


슥 지나가다가 슬러시 가게를 보더니 “아빠, 쫌 배고프지 않아?” 해서 사준 슬러시. 한 입 달라고 했더니 진짜 한 입만 주더니 나중에 지 배부르니까 나 주더라. 근데 저거 엄청 차가워서 쭉 들이켰더니 머리랑 식도가 얼얼함.


우리 딸 자동차 타는 거 좋아하는데 범퍼카는 아직 못타고 이런걸로 만족.


놀이기구는 아니지만 우리 딸이 너무나 좋아했던 곤돌라. 이름이 어려운지 “중간에 자꾸 멈추는 거”라고 표현함.


곤돌라 타고 내려가다 보니 저 멀리 엄청 무서운거 보인다. 저게 아마 이름만 들어본 티 익스프레스인지 뭐시기인지 그거일 거 같은데 나중에 커서 저거 타자 하면 어쩌지……. 예전에 <자연농원> 시절에 왔을 때 독수리요새는 타본 거 같은데 저건 없었던 거 같다.


곤돌라에서 내려서 나가는 길에 교묘하게 설치해 둔 기념품 가게. 이런 식으로 나갈 때 어쩔 수 없이 기념품 가게를 지나가야만 하게 만들어놓은 곳이 많더라. 매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몰라도 좀 치사하다. ㅎㅎㅎ


말타기 체험도 했다. 한 바퀴 도는데 5천 원…… 한 세 바퀴는 돌 줄 알았더니…..

원래는 낙타 타고 싶다 했는데 저 뒤에서 쉬고 있더라고.


그리고 에버랜드 와서 안 가면 섭섭한 사파리. 어휴, 난 어릴 때 에버랜드에 사파리가 있다는 이야기만 듣고 한 번도 못 와봤는데(한 번 오기도 힘들지만 오더라도 주말에는 줄이 너무 길어서) 평일에 왔더니 진짜 줄 없더라.


버스 안에서 기념촬영. 근데 원래 사파리가 이렇게 금세 끝났나? 너무 금세 끝나는 거 있지. 보니까 운전기사분이 안내까지 같이 하는데 운전석 쪽으로 먹이도 던지고 해서 왼쪽에 앉는 게 더 이득이겠더라.


그리고 내친김에 에버랜드 최고 인기 볼 것 중 하나인 <로스트밸리>까지 달림. 와…… 아무리 평일이어도 그렇지 이렇게 사람이 없다니.


여기까지 와서야 드디어 줄이 시작되더라. 근데 저기서도 한 20–30분 걸리긴 했음.


기린. 얘들도 이제 퇴근할 때가 돼서 먹이 줘도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


이제 좀 어둑어둑해짐. 아이스크림 사달래서 사줬는데 진짜 딱 한 입만 주고 나머지는 지 혼자 다 먹더라. 얄미운 것 같으니.


기왕 온 거 뽕을 뽑아야 되니까 아마존 익스프레스까지 탐. 이건 되게 재밌었는지 한 번 더 타자고 하데.


저녁 식사는 그 바로 옆에 있던 식당에서. 요건 좀 비싸긴 했지만 양도 많고 맛도 있더라.


그리고 또 “중간에 자꾸 멈추는 거” 타고 정문까지 올라감. 내려가는 곤돌라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올라가는 곤돌라는 줄이 꽤 길더라.

집에 가기 전에 뭔가 아쉬워서 더 타고 싶다고 하는데 이미 깜깜해져서 애들 탈 만한 건 다 문닫았더라고. 10시까지 야간개장이긴 한데 8시 지나면 식당도 문닫고 놀이기구도 많이 문닫고 해서 좀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정문 근처에 있는 손대면 소리나는 나무. 되게 좋아하더라.


기념촬영 하자고 포즈 잡으랬더니 저런 포즈는 어디서 배운거야.


딸이 찍어준 내 사진. 어두우니 어쩔 수 없지…….


돌아오는 셔틀버스 안.


밤 운전 해야 하니까 졸음방지용으로 커피 샀다. 정문 나와서 있는 편의점이 생각보다 가격이 나쁘지 않더라고.


그리고 인삼랜드 휴게소. 오늘 어찌나 많이 돌아다녔는지 차에서 오는 내내 다리 아프다고 끙끙 앓더라.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키 재보니 키도 훌쩍 큰 거 있지!! 야호.

좀 무리해서 다녀오긴 했지만 의외로 할 만 하더라. 놀이시설도 뽕을 뽑도록 탔고 집에도 새벽 2시 전에 도착했고 마침 날씨도 딱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고 구름 덕분에 햇볕도 약하고 딱 좋았다. 그리고 화장실이 깨끗하고 시원해서 정말 마음에 들었음. 어차피 대구까지 가도 왕복 4시간 잡고 가야 하고 별로 탈 것도 없고 가격도 비슷한데 앞으로도 용인까지 갈 만 하겠다 싶더라. 물론 부산경남 지역에 이런 근사한 놀이공원 하나 생기면 그게 제일 좋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