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을 너무 의식한 내용 때문에 흥행에는 실패할 것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오로지 최강희가 나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보기 시작했던 드라마다. 예상대로 드라마 초반은 말도 안되는 ‘이별 계약서’라는 주제로 시작했다. 얼핏 생각해도 상상이 잘 가지 않는 이 개념은 드라마를 주의 깊게 보아도 도대체 무슨 의도로 이 개념을 주제로 삼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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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부로 넘어 오면서 극의 내용은 거의 ‘옥탑방 고양이’ 베끼기 비슷하게 진행되었으며, 누가 보아도 심지호와 최강희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다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빗발쳤고 결국 극의 내용은 말도 안되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시청자가 절대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을 이끌어 내기 위해 극 후반부에는 김민종의 옛 애인이 등장하기도 했다. 겨우 16부 밖에 안되는 드라마에서 최강희는 너무나 극적인 심경 변화를 보였고, 시청자들은 마지막 회를 보는 내내 결말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드라마의 대가인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1. 김민종이 아프리카로 떠나고 1년 후 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최강희는 임용고시에 합격하여 학생들을 가르치고, 심지호는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아 스튜디오를 차린다. 이들이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 드라마가 끝난다.(가장 유력)

그 외에도…

2. 김민종이 아프리카로 떠나지 않고 최강희와 맺어진다.
3. 김민종이 아프리카로 떠나서 옛 애인과 다시 만난다.
4. 최강희가 김민종 따라 아프리카로 떠나서 야학 교사를 한다.
5. 오히려 심지호와 최강희가 다시 잘된다.

등의 각종 시나리오를 상상했으나, 작가는 우리의 예상을 모두 뒤엎고 결론을 내지 않는 쪽으로 끝을 맺어버렸다. 허무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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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대충 만든 드라마였다. 중요인물이었던 김아중은 후반부에는 거의 엑스트라 수준으로 전락했고, 김민종이 주연급으로 바꿔 달라고 떼를 썼는지, 심지호 또한 김민종과 그 지위를 맞바꿈 해버렸다. 최강희는 귀여웠으나 너무 똑같은 표정으로 시종일관했고, 애초에 말도 안되는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한 탓에 억지로 드라마를 만들어 갔다. 좋은 주제를 잡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뼈저리게 깨달았을 것이다. 게다가 똑같은 장면을 서너번 되뇌어 시청자들을 짜증나게 했다. 특히 자동 응답기 내용을 세 번 들려준 대목에서는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다.

그러나 MBC 드라마 특유의 경쾌함은 우리로 하여금 드라마를 보는 내내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였다. 끝을 알 수 없는 내용 또한 시청자들이 그 결말을 두고 왈가왈부 할 수 있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나는 그래서 MBC 드라마를 좋아한다. 또한 처음에 드라마를 보게 된 계기인 최강희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을 정도의 연기력과 귀여움을 보여주었다. 아직도 교복 선전에 나올 수 있을 만큼의 어려보임은 최강희가 아니면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다.

그렇게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이별대세’는 결국 10% 초반이라는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우리 같은 매니아층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결말 부분만 아니었으면 괜찮은 드라마였으나, 전체적으로 완성도는 심각하게 떨어지는 드라마였다(이거야 뭐 같은 시간대에 방영하는 다른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그랬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