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원두 미국 직구기

언제부터 우리 민족이 커피를 그렇게 즐겨 마셨다고 내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이번엔 심지어 커피 원두를 미국에서 직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한국에도 좋은 로스터리들이 많지만 막상 보면 또 선택의 폭이 참 좁죠. 특히 에스프레소용 블렌딩은 몇 종류 나오지도 않고. 더욱이 디카페인 원두 쪽으로 가면 선택지가 거의 없다고 봐야 되는데 대개 싱글 오리진으로만, 그것도 브라질 디카페인, 과테말라 디카페인 정도가 끝이다. 아니면 <일리> 나 <라바짜> 에서 나온 디카페인 원두 캔 정도? 근데 그것도 자꾸 먹다 보면 지겨움.

뭐 그렇기도 하고 직접 시켜서 먹어본 사람들이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 검증받은 천조국 유명 로스터들이 맛있게 볶아서 준다고 하니까 궁금해서 한 번 시켜봤다. gocoffeego.com 이라는 사이트가 유명하다고 해서 거기를 선택. 미국 내 여러 로스터리들을 한 곳에 모아서 중개해 주는 사이트라고 한다.

메인 화면

메인 화면은 이렇게 유치찬란하게 생겼다. 무슨 B급 플래시 애니메이션 같은데 뭐 아무튼 그렇다. 중간에 “Special” 코너에서는 매주 새로운 이벤트를 하는데 업체들마다 돌아가면서 3개 사면 배송비 무료! 아니면 15% 할인! 뭐 그런거 한다. 이벤트 안하는 업체에서는 기본으로 5개 사면 배송비 무료다. 물론 미국 내 배송 이야기임.

해외배송도 가능한데 다행히(?) 우리나라도 해외 직배송이 가능한 나라 중에 있다. 3봉 사면 배송비가 25달러, 4봉 부터는 62달러(!!!)인가 뭐 그렇다. 처음 가입하면 웰컴 쿠폰을 하나 주는데 5달러 할인이 된다. 처음엔 저 “Special” 목록 중에 하나 골라서 3봉을 골랐으나 웰컴쿠폰이랑 배송비 무료랑 중복할인이 안된다고 해서 쿠폰 안 쓰면 손해보는 기분이라 다 지우고 Top 25 중에서 세 개 골랐다.

Top 25

각각 로스터리에서 따로 배송이 되기 때문에 배송비를 아끼기 위해 같은 로스터리에서 세 봉을 골랐다. 보니까 지금은 <klatch coffee> 라는 커피샵에서 나온 커피들이 대세인 것 같아 1, 2위하는 원두 고르고 같은 업체에서 다른 거 하나 더 골라 넣었다.

커피 설명

그 중의 하나. 자기 스스로 커피 이름에다가 “World’s Best Espresso Coffee”라고 붙인 거 보면 뭔가 대단하긴 한가보다. 커피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있고 향이 어떻고 맛이 어떻고 그런 것도 자세히 쓰여 있어서 선택하는데 도움이 된다. 판매 단위는 보통 12oz.(약 340g), 1lb.(약 450g), 단위로 판다. 한국 커피 가게에서 온라인으로 원두를 주문하면 보통 200 ~ 250g 단위에 15,000원 정도 하니까 가격이 나쁘지 않다. 게다가 “월드 베스트” 라잖아.

장바구니

그렇게 장바구니에 세 봉만 담았다(더 많이 담으면 한 달 안에 못 먹을 것 같아서……) 해외 직배송도 되지만 아까 봤듯이 배대지를 통해서 받는 쪽이 배송비가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배대지로 주문을 넣었다. 배대지를 통하면 6.95 달러(미국 내 배송비, 이벤트 중인 업체에서 구매시 무료) + 1만 원(이하넥스 THE 빠른 배송 이용시) 정도 나온다. 대신 직배하면 좀 더 빨리 받아볼 수 있다는 메리트는 있을 것 같지만 4봉 부터는 인간적으로 너무 비싸다.

그렇게 해서 한국 시각으로 일요일 아침에 주문을 넣었고 우리나라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 캘리포니아가 월요일이 되었을 때(klatch coffee 는 캘리포니아에 있다) 주문이 접수되었다(우리 시각으로 화요일 오후 정도?)

주문이 들어가자 마자 USPS pre-ship tracking number를 받을 수 있으므로 배송대행업체에 바로 배송대행 신청을 넣을 수 있다(근데 USPS 사이트 업데이트가 늦어져서 안 부친 줄 알고 한참 기다렸음). 아무튼 미국 시각으로 화요일 오후에 자기들이 발송을 하여 수요일에 배대지에 도착하였고 나한테 문자가 와서 배송비 결제하라고 하는데 그 때가 한국 시각으로는 새벽 5시경(이라서 자다가 깨서 좀 짜증났음). 결제하면 역시 미국 시각으로 수요일 오후에 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실어준다. 요즘은 미국도 일처리가 꽤 빠른 것 같다.

배송조회

그렇게 언제나 오나 제발 금요일에 오면 좋겠다 헤헤헤 하며 계속 배송조회 클릭 클릭 하는데 이거 업데이트가 잘 안된다. 그리고 저게 다 한국 시각인지 LA 시각인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인천에는 25일(토요일) 낮에 도착한 듯. 그리고 주말이라 주말은 그냥 공치고, 월요일에 집에 도착했다.

겉봉

이하넥스는 한진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라 이렇게 한진택배 포장지에 싸여 오는데 박스포장은 아니라 좀 아쉽다. 내용물이 바스라지지는 않았을지 좀 걱정.

속봉

속봉은 이렇게 생겼다. 로스터리에서 배대지로 보낼 때 이렇게 왔을 듯.

내용물

그리고 본 내용물들. 다른 데 좀 더 고급스러워 보이는 봉투도 많지만 이건 그냥 평범 평범. 7월 20일에 볶았다고 쓰여 있고 내가 택배 받았을 때가 미국 현지 시각으로는 7월 26일(일) 저녁일테니 만 6일만에 받은셈이다. 원두는 한 달을 넘기지 말라고 하고 볶은 후 2주 정도 지났을 때가 가장 맛이 좋다고 하니 뭐 그럭저럭 괜찮다.

영수증

영수증 같은 것도 같이 왔다.

오늘은 이걸로

세 봉 중에 제일 비싼 “World’s Best Coffee”를 먼저 뜯기로 했다. 아니 도대체 얼마나 맛에 자신이 있으면 자기 입으로 세계 최고라는 거지??

원두 상태

뜯어보니 원두 상태는 이렇다. 향이 아주 좋고 원두 상태도 나름 좋아 보인다. 봉투 째로 저울에 달아보니 355g 정도 나온다. “정량보다 15g 더 드렸어요~”

결과물

그렇게 해서 내린 결과물. 어우 맛을 보니 새콤~~~~ 하다. 커피 맛 잘 모르기 때문에 맛이 이렇게 저렇다 평가할 처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맛있었다. 나는 새콤한 맛 커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미 먹었는데도 또 자꾸 먹고 싶어지는 그런 맛인 거 있지.

뭘 이렇게 오바해 가면서까지 커피를 먹나 싶기도 하지만 이게 뭐 식량도 아니고 기호식품인데 그렇게 함으로써 즐겁고 신 나고 기분 좋고 하니까 괜찮은 것 같다. 가격도 배송비 다 포함해도 국내에서 사는 거랑 비슷하고(아, 물론 엄청 싸구려 원두 말고 어느 정도 이름난 로스터리에서 산 원두랑 비교해서 말임), 선택의 폭은 너무너무 넓고(저 사이트 들어갈 때 마다 기분이 좋음. 어떤걸 먹어볼까~ 하고), 아무튼 참 좋은 세상이다. 오래 살고 볼 일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