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베네치아에 왔을 때는 아무것도 몰라서 그냥 무작정 걸어다녔다. 운하로 이루어져 있으니 버스도 없고, 물 위를 떠다니는 교통수단은 그냥 이유 없이 비쌀 것 같았다. 그래서 고생을 참 많이 했다. 골목골목이 어찌나 좁고 으슥한지, 그리고 다 비슷비슷한 골목 같아서 헤매기 딱 좋다.
그래서 수상 운송수단을 타는 것이 편하다. 베네치아에서는 수상버스, 수상택시, 곤돌라를 이용할 수 있는데 곤돌라야 뭐, 비싸고 유흥을 즐기기 위해 타는 거고, 수상택시도 비싸고, 수상버스도… 물론 비싸지만 어쩔 수 없다. 다행히 만 14세~29세의 청년이라면 롤링베네치아 카드라고 해서 22유로를 내면 3일간 수상버스를 무료로 탈 수 있는 혜택이 있다. 이게 사실 교통카드는 18유로인데 4유로짜리 롤링베네치아 팜플렛을 강매해야 한다. 각종 미술관이나 기념품 가게에서 할인 혜택이 있다고는 하는데 가는 데 마다 퇴짜맞았다.
그리고 수상버스를 타야만 가 볼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있기 때문에라도 꼭 타야 한다. 우선은 배를 타고 30~40분 정도 걸리는 무라노 섬으로 간다. 여기 유리 공예가 그렇게 유명하단다.
가게들도 많고 직접 유리세공 과정을 보여주는 공장도 많다. 무료로 견학시켜주는 곳도 있고 돈 받고 견학시켜주는 곳도 있다. 또한 여기 가게들 사이에도 수준차가 확연해서 그저그런 제품부터 장인이 이름을 걸고 만든 훌륭한 제품까지 다양하다. 물론, 예뻐 보인다 싶으면 정말 비싸다.
하지만 기왕 사기로 마음먹었으면 좋은 걸 사야 된다. 그저 그런 제품도 예쁘긴 한데 밖에 나와서 다시 보면 개떡같이 생겼다. 그리고 그저 그런 제품들은 다른 대도시로 나가도 다 판다(게다가 가끔은 다른 곳이 더 싸게 팔기도 한다). 그러니 기왕 살 거라면 무라노 섬 안에서만 팜직한 좋은 것으로 고르기를 권한다.
그리고 무라노에서 또 배를 타고 한 시간 가량 하면 부라노에 갈 수 있다. 이제 슬슬 수상버스도 지겹다. 진짜 멀다……
여기는 레이스로 유명하단다. 정교한 무늬가 일품인데 어떤 가게에서는 자기 집 할머니가 만들었다면서 할머니 사진을 넣어주기도 한다. 근데 사실 나는 뭐 예쁜지는 잘 모르겠더라. ㅎ
베네치아 본 섬에 대한 이야기가 좀 늦어졌는데 당연히 본 섬에도 볼 거리가 많다. 산마르코 성당이야 지난 번에도 봤던 거고…. 두칼레 궁전은 이번에 처음 들어가 봤는데 볼만했다.
베네치아는 바닷가라서 그런가 똑같이 기온이 낮아도 더 춥게 느껴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늘 해무가 끼어있고, 대개는 날이 흐렸다. 게다가 컴컴한 밤중에 인적 드문 좁은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특이하고 매력있는 도시인 것은 맞는데 글쎄…. 나는 영 정이 안 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