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쯤에 장전한 36컷짜리 필름을 이제서야 다 쓰고 현상하였다. 평소에 뭐 어디 놀러가지도 않고 디카도 있고 하니까 당연한 것이지만….. 그래서 사실 필름값이 비싸도 일 년에 한 두통 찍으니 별로 비싼 취미가 아니게 됐다.
자꾸 필름 파는 곳은 줄고, 즐겨 쓰던 필름도 단종되고, 현상해 주는 곳도 없어지고, 또 막상 찍으려 들면 노출계로 노출 재고 렌즈 돌려서 초점 맞추고, 저감도 필름 쓰는 경우에는 또 흔들릴까봐 숨 참고….. 이래저래 가끔은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막상 현상받은 필름을 받아서 스캔하고 있으면 참 즐거운 것도 사실이다.
처음에 스캔해서 보고 이게 뭔 사진인가 했다. ㅋㅋㅋㅋㅋ 생각해보니 작년 여름 새벽에 우포늪에 한번 가보겠다고 달려가서 실망하며 찍은 사진. 뭘 몰라서 그런지 몰라도 그냥 별 거 없었다. 새벽에 가서 아침에 돌아왔더랬지…..
요건 둘리 임신하고 경주로 태교여행가서 찍은 사진. 현상해 보니까 필카로는 딱 한 장 찍었었네. 흑백이라 단풍이고 뭐고 없음. ㅋ
임신중에 둘리 옷 만들겠다고 하루종일 미싱을 돌려대던 아내의 모습. 덕분에 옷값 많이 아꼈다.
둘리 낳고 처갓집 갔다가 돌아온 직후에 찍은 사진인 듯. 아, 지금 보니까 참 작고 쭈글쭈글했구나.
수유시각을 기록하는 모습.
짜식, 웃기는 ㅋ
밖에 산책 나간 모습. 나는 동네 백수 아저씨 st.
아기를 보면서 다른 일도 가능한 놀라운 능력을 지닌 자.
포대기를 한 모습. 마치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긴 한데 확실히 애가 조용히 잘 잔다.
이크 눈 떴네.
오늘 새 필름을 하나 넣었으니, 다음 필름 현상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 사이에 현상소들이 망하지 않아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