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수전을 수리해 보자.

욕실 샤워기 수전에서 물이 줄줄 새서 수리하였다.

수전을 살 때 혹시 규격을 맞춰서 사야 하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철물점에서도 그렇고 관리사무소에서도 그렇고 아무거나 사면 다 맞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동네 철물점에서 아무거나 샀는데 사다 놓고 관리사무소 직원을 부르니까 규격 안 맞는 것 샀다고 다시 사오란다. 그래서 좀 짜증 났음.

기존 발

그러니까 저게 수전을 들어내고 남은 자리에 있는 소위 “발”이라는 것인데, 이게 보통 시중에 파는 수전에 달린 “발” 하고 규격이 좀 다르더라는 거지.

기존 수전과 새 수전

왼쪽이 기존에 달려 있던 수전이고, 오른쪽이 새로 산 수전. 새 수전의 좌우 간격이 좁아서 원래 달려 있던 발에 꽂을 수가 없다.

새 발

그러니까 양쪽 너비만 맞았으면 그냥 수전만 꽂으면 되는 건데 안 맞으니 발 자체를 새것으로 갈아야 한다는 거지. 다행히 보통 시중에 파는 수전의 발은 다 위 사진처럼 생겼으니 앞으로 또 고장 나면 그냥 수전만 갈아끼면 된다.

아무튼, 관리사무소에서는 저 “발”까지 갈아 끼우는 건 엄청난 대공사라며 어지간하면 규격에 맞는 수전으로 새로 사오라고 하더라고. 저거 갈려면 보일러에 있는 온수 싹 다 비우고 해야 하고 어렵고 어쩌고저쩌고……

영 못 미더워서 여기저기 문의를 했다. 수전 샀던 철물점에 가서 보여줬더니 저 발 교체하는 거 엄청나게 쉽다고 하고, 인터넷 철물점(철천지)에도 상담을 했더니 발까지 같이 가는 것이 올바른 시공이라고 했다. 관리사무소는 못 미덥고, 철물점 아저씨는 실력은 있어 보이는데 출장비를 꽤 부르더라. 까짓거 내가 해야지.

근데 집에 도구가 없으니 그것부터 준비해야 했다. 멍키스패너 혹은 스패너 세트만 있으면 된다. 가격은 둘 다 비슷.

멍키스패너도 규격이 여러 개라 <철천지>에 문의를 했더니 14짜리를 사면 된다고 한다. 근데 찾아보니 8인치, 10인치, 12인치…… 이렇게 나가는데 14인치는 없고 15인치가 있더라. 그래, 좀 더 큰 걸 사면 힘도 더 세게 들어가고 좋겠지 싶어 15인치짜리를 주문했다. 생각보다 꽤 비쌌음.

그리고 발까지 같이 가는 시공이기 때문에 물이 새지 않게 하도록 테플론 테이프도 필요하다. 동네 철물점에 가니까 10m짜리를 300원에 팔더라. 택배 오는 동안 미리 사서 기다림.

택배 왔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15인치 멍키스패너. 가격은 3만 6천 원 정도.

몽키스패너 모습

국산이다. 이렇게 생겼다. 그런데……

존나큼

와, 쉬벌……. 너무 크고 아름답다. 진짜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어쩐지 12인치에서 15인치로 가니까 가격이 확 뛰더라……

흉기

이건 거의 뭐 흉기.

흠흠, 아무튼 시공을 시작해 볼까. 발을 뽑고 나면 거기서 수돗물이 줄줄 나오기 때문에 집 안에 들어오는 수도 자체를 잠가놓고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시공하는 동안은 오줌 싸고 물 못 내린다.

양수기함

이렇게 현관문 밖에 보면 “양수기함” 이라는 게 있는데,

양수기함 뚜껑 열었다

뚜껑을 열어보면 저렇게 생긴 수도꼭지가 있음. 저걸 잠가버리면 된다. 마음에 안 드는 이웃이 있으면 잠가버려도 재미있겠네.

기존 발 제거

그리고 기존 발을 크고 아름다운 몽키스패너로 제거한다. 하는 동안 계속 스패너 자루가 벽에 걸려서 엄청 귀찮음. 한 8 ~ 10인치짜리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새 발에 덮개 부착

그리고 새 발에 테플론 테이프를 감아주기 전에 일단 덮개부터 장착한다. 나는 이게 그냥 쑥 들어가는 구조인 줄 알았는데 꽤 뻑뻑하게 돌려야 들어가더라. 나는 잘 몰라서 끝까지 올려버렸는데 한 70 ~ 80% 정도까지만 올리는 게 좋다. 좀 더 읽다보면 그 이유를 알 것임.

테프론 테이프 감기

테플론 테이프를 이렇게 발에 감아준다. 테플론 테이프는 무슨 어디 붙이는 접착식 테이프 그런게 아니고 얇은 비닐 같은 끈이었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적게 감으면 물이 줄줄줄 샌다면서 ‘이렇게 많이 감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많이 감으라고 하더라. 그래서 그 말대로 진짜 많이 감았다. 테이프 한 개 다 썼다. 근데 미리 말하지만, 이건 좀 너무 심하게 많이 감은 것이었다……

아무튼, 저렇게 감은 부분을 벽에 있는 구멍에 집어넣고 돌려주면 된다.

손으로 1차 돌린 모습

손으로 돌릴 수 있는 데 까지 돌린 모습인데, 여기서 내가 테플론 테이프를 너무 많이 감았다는 사실을 알았지…… 테이프 감긴 부분이 벽에 안 들어가고 그냥 계속 밀려 나오더라고…… 저래가지고 감은 의미가 있나 싶었음.

아직 이만큼 남음

이것봐, 테플론 테이프는 구멍에 하나도 안 들어가고 그냥 쭉 밀려서 압축되고 있다. 게다가 너무 두꺼워서 과연 더 들어갈까 싶기도 하고…… 여러분은 한 개 사서 반 정도만 감으세요.

상처 안 나게 감는 방법

손으로 더 이상 안 조여지니 몽키 스패너를 써야 한다. 새 부품인데 상처가 나면 안 되니까 이렇게 장갑으로 감싸서 돌리면 좋다고 <철천지> 에서 배웠다. 근데 장갑이 얇아서 장갑은 다 찢어지고 결국 상처를 내고 말았다. 여러분은 두꺼운 작업용 목장갑을 이용하세요~

조금 더 조여줬다

휴, 더 이상 돌아가지 않을 때 까지 조인 모습. 이거 돌리는 게 제일 힘들었다. 근데 저 봐 저기 덮개 뒤에 공간이 5mm 정도 뜨잖아. 애초에 덮개를 끝까지 돌려 올리지 않았어야 예쁘게 붙었을 것이다.

위치 조절

새 수전의 구멍 간격에 맞게 적당히 위치를 조절해 준다. 이러다 보면 필연적으로 한 쪽은 좀 헐겁게 될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한 바퀴 더 돌아가지는 않고 좀 찝찝하긴 했음.

새 수전 장착

새 수전을 동봉된 고무패킹과 함께 장착하고 손으로 너트를 적당히 조이고,

수전 장착 나사 조이기

몽키 스패너로 더 단단히 조여준다.

오른쪽 나사도 조이기

반대편도 번갈아 가면서 조여주면 됨.

하다가 끼임

아씨 근데 하다가 스패너가 너트에 끼어서 당황함. 너트의 한 면과 맞은편 면에 스패너를 끼워서 돌리다가 모서리 쪽으로 빠지는 바람에 끼어버린 것임. 어찌어찌 하다 겨우 뺐다.

물 조절

그리고 발에 있는 물조절 나사를 일자 드라이버나 동전으로 풀어주면 끝. 밖에 가서 양수전을 틀어보니 일단 테플론 테이프는 잘 감았는지 물은 안 샌다.

잘 나온다

오, 틀어보니 잘 나온다. 작업시간은 한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뭘 이런 걸 대공사라고 오바하고 그래.

위풍당당

작업을 끝내고 위풍당당해 하는 모습이다. 저 스패너는 아내가 집에 강도 들었을 때 호신용으로 쓰겠다며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