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son V8 Absolute 무선 청소기

청소기를 샀다. 원래 아주 옛날에는 무선 청소기를 썼는데 흡입력도 영 별로고 쓰다 보니 배터리 수명이 다해서 빌빌대기에 화끈한 일반 유선 청소기로 바꿨다. 다 좋은데 너무 육중하고 무거워서 선뜻 잘 꺼내지 않게 되더라고. 그래서 유선이지만 좀 작은 것도 하나 사서 그렇게 두 개 쓰고 있었지.

세월이 흘러 청소기도 여기저기 깨지고 청소기를 바꿨으면 싶은데 얼마 전에 동생 집에서 본 로봇 청소기도 잠시 고려하다가 생각보다 많이 비싸서 그냥 때려치고 어쩔까 하다가 에라이 청소기의 끝판왕이라는 다이슨 청소기가 눈에 들어왔다.

어머어머 이건 사야해!
어머어머 이건 사야해!

원래도 좋다는 거 알고는 있었지만 가격이 너무 심하게 비싸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비싼가 하면 그냥 진짜 비싸다. 지금 당신이 상상한 것보다 아마도 조금 더 비싸다.

그런데 한 번은 아내가 백화점에 가서 다이슨 V6 모델을 한 번 직접 돌려보고 오더니 너무 좋더란다. 백화점에서 80 정도 달라고 했다 하던가? 찾아보니 V6 모델과 V8 모델이 있고 V8 모델은 배터리가 좋아지고 소음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V8 중에서도 가장 상위모델인 앱솔루트를 80 조금 안되는 가격에 팔고 있다. 아이고 그러면 V8을 사야지!!

… 하고 순식간에 결제했더라고.


그리고 후회할 틈도 없이 엄청난 속도로 도착했다. 미국에서 온 건데 일주일도 안 걸렸다;;;


포장 뜯는 중.


반대쪽도 신 나게 뜯는 중. 아쉽게도 내가 못 뜯었다. 너무 분하다.


영롱한 박스 앞 뒤 모습.


박스 안 모습.


내용물 다 꺼내보면 이렇게 있다.


V8 중에서도 앱솔루트 모델은 다 똑같은데 그냥 브러시가 많아서 약간 더 비싸다. 가격차가 별로 안 나서 그냥 이걸로 샀는데 사고보니 너무 다양해서 어지간한 꼼꼼이 청소대장 아니고서는 전부 다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 브러시는 표면에 상처가 나기 쉬운 물건 위를 청소할 때 쓰는 것인데 어찌나 부드러운지 진짜로 얼굴에 문질러도 됨.


미국 내수용이라서 미국 콜센터 번호가 박혀있다.


하지만 충전 어댑터는 프리볼트라서 돼지코만 꽂으면 쓸 수 있다. 어휴 아니었으면 충전할 때마다 변압기 쓸 뻔 했네.


충전중.


거치대를 벽에 박아서 쓸 수도 있는데 그럴 때는 전선 연결을 이렇게 하라고 한다.


소음은 어떨까? 한 번 직접 측정해봄.

확실히 집에서 쓰던 일반 유선청소기보다 많이 조용하다. MAX 모드로 해도 더 조용하다. 참고로 10 dB 차이 = 소리크기 10배 차이다.


한 번 쓱 청소해보고 나니 먼지가 이렇게 쌓였다.

그리고 며칠 써 본 소감.

<장점>

  1. 무선이라 편하다. 유선 쓸 때 그 전기 코드 뽑았다 꽂았다 하고 선 때문에 지나가던 길에 물건 다 엎어지고 하던 거 생각하면 어휴…….
  2. 편리하니까 자꾸 청소하게 된다. 그냥 지나가다 심심하면 슥 돌리고 심심하면 슥 돌리고 해서 집이 아주 깨끗해졌다.
  3. 흡입력이 아주 강력하다. 일반 무선 청소기하고는 비교불가고 일반 유선청소기보다도 강력한지는 모르겠는데 쓰는데 불편함은 전혀 없다. 그리고 일반 청소기가 와트수는 더 높을지 몰라도 돌리고 나서도 늘 먼지가 좀 남아서 다시 걸레로 닦고 했는데 다이슨 돌리고 나면 그런거 없다. 먼지 싹 없어진다.
  4. 조용하다. 일반 모드(근데 이름이 High 모드임)로 쓰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밤에 돌려도 큰 문제 없을 것 같다.
  5. 청소기 특유의 먼지 냄새 같은 것이 안 난다. 이건 진짜 좋다. 다른 청소기 돌리면 뒤에서 나오는 그 특유의 먼지냄새 같기도 하고 쇠냄새 같기도 하고 타는 냄새 같기도 한 것이 나서 불쾌했는데 이건 아무 냄새도 안 난다.
  6. 디자인이 예쁘다.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뭔가 공돌이들의 침샘을 자극하게 생겼다.
  7. 먼지통을 비우기 쉽게 만들어놨다. 손에 먼지하나 안 묻히고 탈탈탈 비울 수 있다.
  8. 브러시가 다양하다. 다 쓰지는 못하겠는데 침구용, 카페트용 브러시는 아주 유용하다. 이거 사는 사람들 중에 일부는 침구 청소용으로 쓸 수 있어서 산다고 들었다.

<단점>

  1. 한 손으로 들고 쓰기엔 약간 무겁다.
  2. 충전하는데 오래 걸리고(5시간), 사용은 High 모드 기준으로 약 25분 정도밖에 못 한다(MAX 모드로 쓰면 7분). 30평대 아파트 청소하는데 부족함은 없지만.
  3. 비싸다. 국내 정식 수입된 것을 사면 훨씬 더 비싸다.

그냥 아주 대만족이다. 왜 진작 안 샀나 싶다. 내가 집안일 중에 제일 싫어하던 일이 청소기 돌리는 일이었는데 요즘은 너무 즐겁다. 지나가다가 괜히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보내면 괜히 청소기 돌리고 싶고 그렇다. 번거롭게 꺼내고 넣고 하는 과정도 없어졌으니 삶이 얼마나 윤택해졌는지 모른다.


요즘 비슷한 맥락에서 “가성비가 좋은 물건이 과연 좋은 물건인가?”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집에 있는 물건들을 싹 치우면서 버리는 것들은 대체로 가성비가 좋다고 해서 별 생각 없이 샀던 물건들이다. 반면에 안 버리고 계속 쓰게 되는 것들은 가성비는 별로지만 돈을 좀 더 주더라도 마음에 쏙 들어서 산 것들이다.

가성비 그래프
가성비 그래프

나는 가성비가 대충 위 그래프와 같다고 생각한다. 가성비가 좋은 물건들은 대체로 저렇게 치우쳐 있는 경우가 많은데 가격에 비해서는 성능이 훌륭하지만 그렇다고 성능이 아주 좋지는 않다. 근데 거기서 돈을 좀 더 들여도 품질은 조금씩밖에 좋아지지 않기 때문에 뭔가 낭비하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A 정도에 해당하는 성능을 가진 물건을 쓰려면 어쩔 수 없이 돈을 많이 지불해야 하는데 그게 과연 낭비인가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만큼 오래 쓸 수 있고, 그만큼 편하고, 그만큼 기분도 좋고, 중고로 팔 때 가격방어도 잘 되고, 사기 전에 꼭 필요한 지 생각하고 사게되고 등등을 다 따져보면 오히려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