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아쿠아플라넷

신 나는 어린이집 방학! 집에만 있으면 여러 가지 의미로 골치 아프니까(?) 데리고 어디라도 가야겠더라. 원래는 애가 놀이동산 가고 싶다고 했는데 워낙 날도 덥고 비도 온다고 해서 잠실 <롯데월드>에 갈까 했지.

근데 우리 애만 방학이 아니고 전 국민이 방학이라서 평일에 가도 미어터진다는 정보를 입수. 그리고 우리 집에서 한 5시에는 나서야 10시쯤 도착할 텐데, 아, 괜히 가자고 했나 고민하다 보니 밤에 잠도 안 오고 막 짜증 나고 해서 포기.

아침에 9시쯤 일어나 잔뜩 기대에 부푼 딸내미의 눈을 보고 있자니 괜히 측은해지고, 그렇다고 만만한 대구 <이월드>라도 가자니 안 그래도 더운데 대구에 어떻게 가겠나 싶고, 잘 꼬셔서 아쿠아리움에 가는 걸로 합의 봤다. 왜 남쪽 지방에는 변변한 놀이공원 하나 없는지 모르겠네. 수도권에는 <롯데월드>, <에버랜드>, <서울랜드> 이렇게 굵직굵직한 거 세 개나 있으면서!!

아쿠아리움이야 해운대 가도 있지만 누가 여수에 있는 아쿠아리움이 좋다고 해서 거기로 결정했다.

대충 2시간 좀 안 걸린다. 해운대 가는 거나 어차피 뭐 비슷함. 마산 살면서 좋은 건 부산 가기도 좋고 대구 가기도 좋고 진주 가기도 좋고 근처 어디든지 가기에 가깝다는 것.

<티몬> 같은 데서 할인쿠폰도 팔던데 안타깝게도 하루 전에 예매해야 하더라……. 그냥 포기하고 일단 출발.

가는 차 안에서 들뜬 우리 딸.

길도 별로 안 막히고 무탈하게 갔다. 가는 길에 <이순신 대교>를 건너서 가게 되는데 아주 멋지더라. 다만 6.5km나 되는 구간에다가 60km/h 구간단속을 걸어놔서 너무 갑갑했다. 길도 잘 닦아놓고 해서 80km/h로 해도 되겠드만 너무 심하지 않나 싶다. 거기 속도 제한만 좀 풀려도 훨씬 더 빨리 갈 수 있을 텐데 말이지.

아…… 그리고 도착했는데 망했다. 당연히 지하 주차장이겠거니 생각했는데 그늘 하나 없는 광활한 실외주차장임. 게다가 시설 이용하더라도 무료가 아니야……

저 봐. 주차장 엄청 넓음. 저 멀리까지 걸어가야 함…… 망했다.

자다 일어난 우리 딸은 가는 내내 짜증 내고 찡찡대고 난리 남. 그러니까 지 입으로 말은 안 했지만 안아달라 이거지……. 미안하다. 우리 딸. 아빠도 너무 덥단다…….

가는 길에 보니까 간이 놀이시설이 몇 개 있더라. 회전목마도 보이고 이상한 “동그란 거 굴러가는 것”도 보이고, 퐁퐁도 보이고…… 지나가면서 괜히 그런 거 봐서 그거부터 타자고 막 난리더라. 날이 너무 더우니까 아쿠아리움 다 보고 나서 시원해지면 타러 가자고 달램.

가격표. 아쿠아리움 + 다면입체영상관 + 트릭아트까지 포함한 가격. 휴…… 너무 비싸.

일단 아쿠아리움부터 들어갔다. 평일이었지만 역시나 방학이라 사람들이 굉장히 많더라. 시원하게 즐기려고 왔는데 하도 사람이 많아서 하나도 안 시원함ㅠㅠ

물고기 관람중.

펭귄 감상중

펭귄과 기념촬영. 이런 건 또 참 좋아하드만.

돌고래 앞에서 셀카.

여기쯤 보고 나니까 우리 딸이 이제 그만 보고 나가서 “동그란 거 굴러가는 거”나 타잔다. 망했다. 한 15분 봤는데 벌써 나가재. 나도 막 빡치고 짜증나고…….

아직 볼 거 많다고 좀 더 보고 가자고 해도 자기 이제 다 봤다고 다 아는 물고기라고 나가잔다. 돌겠다. 5만 원 넘게 주고 들어왔는데 안된다고.

잘 구슬러서 어떻게든 흥미를 되찾으려고 시도. 저기 수족관 안에 유리통에 얼굴 넣어보면 재밌겠네 해서 들어가게 함. 근데 저기 거북이가 자기 노려봐서 무섭대.

결국 얼른 나가자는 딸이랑 좀 더 보고 가자는 나랑 실랑이 한참 벌이다가 우연히 수중발레쇼 같은 거 하는 데 지나가게 됨. 마침 공연시간이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앉을 자리는 없고 옆에 서서 보자니까 나는 보이지만 우리 딸은 못보고, 그래서 목마 태워서 보여줬다. 애가 안 그래도 무거운데 그걸 얹고 있자니 나는 어깨가 내려앉고 키가 2cm 정도 줄어든 것 같다. 그래도 좋아하긴 하더라.

그 다음 코스는 애가 전~~~~혀 흥미 없어해서 일사천리로 빠져나왔다. 1시간 좀 넘게 보고 나온 것 같다. 아휴 돈 아까워.

근데 제대로 봤더라도 생각보다는 규모가 작더라. 내가 살면서 오늘 포함해서 아쿠아리움을 여섯 군데 정도 가 봤는데(63비딩, 코엑스, 해운대, 오사카, 제주도, 여수) 오사카랑 제주도 빼고는 다 실망스러웠다. 별로 재미도 없고, 생각보다 규모도 작고, 비싸고, 결정적으로 내가 별로 물고기를 안 좋아함. 아, 근데 오늘 왜 아쿠아리움에 왔지. 내가 미쳤지……. 시원할 줄 알았더니 하나도 안 시원하고 ㅠㅠ

에라이 밥이나 먹자. 식당도 선택지가 없다. 땡볕에서 식당을 찾든가 아니면 건물 안에 딱 하나 있는 푸드코트에 가야 함.

우리 딸이 시킨 <또띠아 탕수육>인데 저게 나초지 또띠아인가…… 심지어 진열된 모델에는 또띠아가 접시 주변에 예쁘게 놓여 있었는데 직접 받은 건 탕수육에 파묻혀서 눅눅해지고 개판임. 탕수육도 아주 저질. 회사 구내식당에서 나오는 탕수육 상상하면 된다. 양은 많다.

그리고 나는 짜장면 시킴. 이것도 진짜 별로. 새우랑 오징어 좀 넣어놓고 <해물 블랙빈 누들>이라고 한다. 어휴…… 근데 날이 너무너무 더워서 진짜 선택지가 없다.

참고로 음식 가격표.

식사 다 하고 나니 또 아까 들어올 때 봤던 알록달록한 슬러시 먹으러 가잔다. 어쩔 수 있나……

줄 서서 사 먹어야 하는 <레인보우 슬러시>. 한 병에 5천 원이고 빈 통 가져오면 4천 원에 리필해준다. 어휴…… 하지만 선택지가 없다. 이런 데서 애가 사달라는데 우째.

슬러시 받아들고 햄볶는 우리 딸. 나중에 저 통은 또 내가 꾸역꾸역 짊어지고 다녔지……

그리고 줄서서 <다면 입체 영상관>에 들어가서 3D 안경 쓰고 입체영상을 관람했다. 내가 긴 말 않겠다. 쓰레기다. 영상도 개떡같고 3D도 어른어른 이상하고 재미도 없다.

우리 딸은 수시로 얼른 밖에 나가서 “동그란 거 굴러가는 거” 타자는데 아직 트릭아트 입장권을 안 썼다고……. 엄청 열심히 꼬셔서 트릭아트 보러 들어갔다.

트릭아트는 뭐 다른 데 있는 거랑 별반 다를 거 없다. 처음에 이런 거 봤을 때는 “와! 신기하다.” 이런 느낌이었는데 요새는 이런 게 하도 많아서 별로 그럴 건 없고 사진 찍고 나서 재미있는 정도?

이건 좀 진짜 말 탄 것 같네.

원래 저 유리통 안에 머리를 집어넣는 건데 키가 작아서 손 밖에 안 보인다.

과일접시. 은근히 이런 거 사진 찍는 거 좋아하더라.

킹콩에게 붙잡힌 우리 딸.

이건 찍고 나서 사진을 뒤집은 것.

정글북인데 얘는 저 그네를 어떻게 타야 하나 그걸 고민하더라고.

트릭아트 재미있긴 한데 하도 사람이 많아서 느긋하게 사진 찍을 수도 없고 또 적당한 포즈를 잡아야 재미있게 나오는데 우리 딸한테 그런 거 시켜도 지맘대로 하고 해서 한 절반 정도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나름 여기서 제일 시간을 많이 보내서 다행.

휴, 그리고 아직도 3시 정도 밖에 안 됐는데 땡볕에 “동그란 거 굴러가는 거 타러 감” ㅠㅠ 내가 땡볕에서 놀기 싫어서 아쿠아리움 왔는데 말짱 꽝이다.

저기 보이는 “동그란 거 굴러가는 거” 모습. 정식 명칭은 <지니 카>라고 한다.

가격 봐라 가격. 저 가격 받고 10분인가 태워준다.

실내는 이렇게 생겼음. 황량한 광장에 이런 거 딱 두 대 있다. 우리가 타고 있으니까 어떤 애가 자기도 타고 싶다고 찡찡대서 거기도 웬 애랑 아빠랑 둘이서 타고 노는데 아….. 눈물이…… 재밌긴 재밌는데 한 3분 타면 지겹다. 그리고 솔직히 너무 비싼 거 아닌가.

그리고 그 바로 옆에 있는 <퐁퐁> 보더니 또 환장. <팡팡>이라고 써 있고 이 동네 사람들은 <방방>이라고 부르드만.

가격 봐라 가격. 평일은 30분에 5천 원, 주말은 20분에 5천 원이다.

그래도 신 나게 땀 흘리며 칼로리를 불태우는 딸의 모습을 보니 뿌듯. 아 근데 이거 지키는 사람도 없고 다른 사람들은 그냥 돈 안 내고 타더라. 어휴…… 근데 우리도 한 시간 넘게 탄 것 같다.

이제 슬슬 집에 가야 하는데 여기서 나올 생각을 안 한다. 뭐 또 다른 거 타자 하는데 이제는 별로 탈 것도 없음. “동그란 거 굴러가는 거” 또 타자 하는데 그건 솔직히 안되겠고 저기 배나 타러 가보자 했는데 어딘지 모르겠어서 아이스크림으로 구슬러서 집 근처 마트나 가자고 함.

주차장 가격. 50% 할인 받아서 5시간 넘게 주차한 것 치고는 싸게 나왔다. 참고로 티켓 확인도 안하고 그냥 깎아주더라.

집에오는 길에 떡실신. 그렇게 뛰어댔으니 당연하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 구슬아이스크림이랑 밀크쉐이크. 우리가 구슬 아이스크림 먹는 거 보고 지나가던 애들이 다 저거 사달라 해서 매출이 폭등했지 싶다. 다행히 구슬 아이스크림은 칼로리가 90kcal밖에 안 되던데 밀크쉐이크는…….

오늘 우리 딸 노는 걸 보니 당분간 아쿠아리움이고 동물원 같은데는 안되겠다. 무조건 놀이동산이다. 빨리 다른 애들 방학 끝나고 날도 좀 선선해지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