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산에 갔다. 많이들 오르기도 하고 다들 쉽다고 하길래 갔다. 눈이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막상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날씨가 좀 우중충하긴 했지만 괜찮길래 역시 기상청은 멍청하다고 생각하며 산을 올랐다.
조금 올라가다 보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비는 곧 눈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정상 부근에서부터는 미끄러워서 올라가기가 어려웠다. 아이젠도 없었던 데다가 굉장히 가팔랐으므로.
그래서 여기쯤에서 포기하기로 마음 먹고 남은 필름을 다 썼다. 근데 조금 걸어 내려가다 보니 정상이 바로 저긴데 아쉬운 거다. 내 장감이 좀 미끄러워서 어려운 탓도 있고 해서 박준하와 장갑을 바꿔 꼈다. 아무튼 내가 생각해도 좀 미쳤었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이를 악 물어가며 결국 정상에 올라 정상인이 됐다. 나름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만끽한 셈.
문제는 내려오는 것이었는데, 사실 올라가는 건 어렵긴 했지만 위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려오기 시작하자 마자 신나게 미끄러지는 바람에 아주 위험할 뻔 했다. 그래서 그냥 전부 포기하고 누워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뭐 좀 남들 보기에 부끄럽고 바지가 찢어질까봐 걱정이 들고 엉덩이가 아플 뿐이지 정말 미끄러운 산을 내려올 때 저것만큼 안전하고 빠른 방법이 없다. 아이겐이 있었더라도 걸어서 내려왔으면 훨씬 위험했을 것이다. 경사가 저런데 말이지.
아무튼 무사히 내려왔다. 죽지 않고 살아 남았으니 더 강해졌음.
힘들었지만 점점 등산이 즐거워진다. 하지만 같이 간 사람이나 다른 등산객들과 비교해 보니 역시 객관적으로 나는 좀 산 타는 게 굼뜨고 균형감각도 떨어지는 듯. 직업 산악인은 아마 되기 힘들 것 같다.
ㅉㅉㅉ 숭례문 아니고 남대문이라고 할 놈일세.
ㅉㅉㅉ 숭례문 아니고 남대문이라고 할 놈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