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보기 힘든 소들의 킬링 필드

http://h21.hani.co.kr/section-021005000/2006/10/021005000200610310633038.html

눈 뜨고 보기 힘든 소들의 킬링필드!

역한 냄새가 뿜어져 나오는 지옥, 미국의 축산업 공장 르포…동료의 시체를 사료로 먹는 ‘윤회’는 광우병을 부를 수밖에 없어

▣ 렉싱턴, 브로큰바우(네브래스카), 덴버, 포트 모건(콜로라도)=서해성 소설가·한-미FTA저지 교수학술공대위 위원

미국 소들은 짧은 일생 동안 세 가지 냄새를 운명으로 품고 살아간다.

‘고기공장’인 목장에서 사육 과정에 생기는 냄새는 살아 있는 존재들이 풍기는 것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일단 이 냄새에 중독되면 소든 사람이든 소가 생명이란 것을 한 순간에 망각하게 된다.

제 재소에서 쓰는 것과 흡사한 전기톱으로 일꾼 한 사람이 단 1분에 대여섯 마리씩 죽여나가는 도축장 안팎을 떠도는 쪄내는 듯한 누리끼 리한 냄새는 노골적으로 죽음을 이죽거린다. 여기서 죽음은 극히 기계적이다. 마지막 냄새는 죽은 뒤에 이뤄지는 완벽한 마무리와 함께 부산물 재처리 공장에서 창조된다. 미국인들이 먹지 않는 소뼈나 머리, 내장, 선지 따위가 뜨거운 열로 사료로 재처리되면서 뿜어나 오는 냄새다. 이때 소들은 비로소 자유와 안식을 얻는다. 동료들의 뱃속에 들어가서야 잠시 자신을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번식용이나 젖소를 뺀 24개월 이내에 그들은 다시 살코기가 되어 사람에게 들어오거나 동료들의 먹이가 된다. 이것은 저주받은 윤회 다.

문명화된 고도의 야만

소해면상뇌증(광우병)은 이러한 사육과 학살과 식욕체계 아래서 초식 되새김 동물인 소가 동료를 섭취한 결과 나타난 현상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아우슈비츠에서 굳기름을 빼앗기고 비누가 된 유대 인들은 차라리 행복한 경우였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들 신체의 일부를 동족이 먹어치우지는 않았던 까닭이다. 이 세 가지 냄새를 혼 합한다면 아우슈비츠 굴뚝으로 빠져나오던 냄새에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다. 그 냄새들은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한다. 냄새 탓에 입도 코도 열 수 없지만 그보다는 거대한 살육이 주는 생명 자체에 대한 충격 탓이다. 줄여 말해 미국에서 만난 소들은 살아도 산 게 아 니고 죽어서도 죽은 게 아니었다.

국경을 넘어 오직 이윤만을 목적으로 하는 미국식 자본주의 축산은 미쳐 있다. 바로 이게 소들을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소와 닭을 포함한 광범한 가축 학대와 착취와 학살과 수출은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문명화된 고도의 야만이다. 이때 문명은 죄를 감추는 허울일 뿐이다. 적어도 지난 6천 년 이상 사람이 길들이고 정들인 소는 죽는 순간까지 고기나 노동을 바치는 지극히 조용한 복종 대신 종(種)을 보장받는 길을 택했다. 늑대나 들소가 결코 순하지만은 않 다는 것쯤이야 다들 아는 일이다. 나머지 포유류를 포함한 덩치 큰 동물들은 거의 멸종되거나 동물원에서 ‘보호’받고 있다. 이 거대 한 자본주의 도축, 곧 학살 앞에서도 여전히 그들은 순종하고 있다. 그네들의 분노는 아주 사라진 것일까. 놀랍게도 원귀는 증발하거 나 소멸되지 않은 채 숲 속에 머무는 대신 소들의 뼛속과 근육과 살코기 사이사이에 숨어 있다. 이들이 마침내 공격을 시작했다. 소 라는 유기체가 아니라 단백질 형태로 식탁 너머 사람을 역습해오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광우병은 이들의 내습이다.

그 미친 소를 찾아 자동차로만 3200km를 떠도는 길에 미국 소가 혹여 다섯 개의 위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본 디 소는 네 개의 위장을 가지고 있다. 다섯 개 중 넷은 소 되새김을 위해 필요하고, 나머지 하나는 미국 자본주의 축산체제가 만들 어낸 것이다. 이 위장에는 오직 탐욕과 야만이 가득 들어차 있다. 그들이 지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물결을 타고 국경을 다 시 넘어오려 하고 있다. 2003년 12월에 워싱턴에서 첫 번째 광우병 감염 소가 발견된 이후 수입 중지된 쇠고기는 바야흐로 선적 만을 기다리고 있는 이른바 4대 선결조건 가운데 하나다. 미국에선 2006년 3월 앨라배마주에서 세 번째 광우병 소가 발견된 바 있다. 쇠고기가 안전한가를 묻는 것 자체가 어쩌면 벌써 어리석은 일인지도 모른다.

한반도에 살아온 사람들은 진리를 구하려고 길을 떠나는 일을 소를 찾는 동자 그림으로 절집 벽에 묘사해왔다. 이제 그 소는 천축이나 다른 어디가 아니라 자본주의 축 산구조 내부에서 찾아야 할 성싶다. 그리하여 미국 소 또는 광우병을 추적하는 일은 21세기 심우도가 된 셈이다.

100만 평, 8만5천 거대한 소떼들의 목장

대 지가 치잣빛으로 숨막히게 물드는 고속도로 옆 철조망 너머로 해가 떠올랐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로키산맥 아래 끝없이 펼쳐진 고지평 원지대 끝으로 해와 달은 일찍 뜨고 늦게 기울었다. 불빛들은 늘 지평선을 향해 낮게 엎디어 있었다. 아침저녁으로 어디를 둘러봐도 콜로라도나 네브래스카에서는 불빛이 키가 작다.

흔히 소실점 너머로 사라지곤 하는 끝없이 이어진 길 양켠으로 쉼 없이 철조망이 따라왔다. 철조망 너머는 대개 방목장이거나 사료용 옥수수를 심어놓은 사유지다. 적어도 눈으로 보기에는 해도 달도 사유지 안에서 살고 있었다. 길을 달리다 졸음이 밀려들 듯하면 풀밭 위에 자리잡은 목조주택 몇 채가 이따금 얼굴을 내밀었다. 쇠고기를 찍어내는 목장들은 그 ‘초원의 집’ 뒤에 숨어 있었다.

콜로라도 덴버에서 600여km를 달려 네브래스카 ‘부러진 활 ’(브로큰바우시)에서 길을 바꿔 들어 작은 구릉을 몇 개 넘자 역한 냄새가 끼쳐왔다. 고개를 들어 냄새 저편을 응시하자니 낮은 구 릉에 까만 벌레 같은 게 오구구 엉켜 있는 게 보였다. 벌레들은 느리게 움직거리고 있었다. 거대한 화폭을 현미경으로 끌어당겨 관찰 하는 듯한 착각이 잠시 일었다. 조금 더 다가가자니 질척하게 썩은 냄새가 천지를 진동하기 시작했고, 동행한 사람들은 욕지기를 참지 못해 입을 막고는 고개를 절로 숙였다. 따가운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벌써 10리 밖까지 거의 고체화된 냄새는 사위를 완강 하게 뒤덮고 있었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 네브래스카의 한 농장에 소의 배설물이 커다란 둔덕을 이루고 있다.

게 으르게 이어진 구릉 두 개 사이에 서성거리고 있는 것은 8만5천 마리 거대한 소떼였다. 지붕 따위 가릴 것도, 단 한 포기의 풀도 없는 공장형 축산 현장이었다. 100만 평은 족히 됨직한 농장 바닥에서 검은 배설물이 도로로 넘쳐흐르고 있었다. 중간중간 불도저 로 모아놓은 배설물이 둔덕을 이룬 곳을 소들이 미끄러지면서 기어오르려고 버둥거렸다. 대략 30m 폭으로 땟국에 전 스프링클러가 무 연히 서 있었다. 누런 사료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목장 한켠에는 옥수수 따위를 사료로 만드는 공장이 따로 있었다. 그 옆 관리소 에 들어가 보았지만 한국 수출을 앞두고 있는 여느 미국 축산 관련 단체나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대화 자체를 마다했다. 아담스농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라곤 진실과는 거리가 있는 짧은 홍보영상물뿐이었고 그마저 촬영하는 것을 막았다. 전단 한 장 건네 지 않았다.

감춰야 할 게 없다면 보여주거나 만나는 일을 거절할 까닭은 없을 게다. 덴버 외곽에 있는 미국목장주협회 에서는 로비에 앉아 있는데도 건장한 사내 다섯이 몰려와 1층 문밖으로 사람을 밀어냈다. 방문객이 읽고 있던 안내용 책자를 탁자 위 에 내던지면서 그네들이 거듭해서 내뱉은 말은 단 한마디였다. ‘Go!’(꺼져)

미육류수출협회 부사장 린 하인즈는 쇠 고기가 선적이 되지 않고 있는 마당에 달리 할 말이 없다면서도 도축 과정에 기계톱을 쓰는지라 뼈가 섞이는 게 불가피하므로 이 문제 에 대해 한국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머리를 포함한 소뼈와 뇌, 척수, 후두는 광우병 전염 가능성이 있는 특정위험물질로 분 류하고 있다. 그 며칠 뒤 미국은 4차 FTA 협상에 앞서 이를 요구했다. 이는 ‘우리도 먹는데 너희가 감히 안 먹어’라는 협박과 능멸이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게다. 일본에 대한 그들의 배려에 비긴다면 모욕은 한결 배가된다. 한국에 30개월 미만의 소를 수출하 는 미국은 일본에는 실질적으로 17개월 미만의 소를 수출하고 있고 불시검사동행권까지 인정하고 있다. 일본은 도축되는 소를 전수검사 하고 있다. 미육류수출협회 응접실 벽에는 일본어 문구가 들어간 앞치마 따위의 홍보물이 나붙어 있었다.

사료로 부활을 기다리는 재처리공장

미 국 소가 풍기는 냄새는 축산공장, 도축장, 부산물 재처리 공장으로 올라갈수록 강도가 심해진다. 콜로라도 포트 모건에서 만난 냄새는 우연에 가까웠다. 강한 소금기가 끈끈하게 퍼져 있는 공기 속에 누런 점액질 같은 게 포말로 떠다니고 있는 느낌에 차를 세웠을 때 바로 앞 어둠 속에서 높고 길게 담장을 친 교도소 같은 건물 지붕 위로 수증기가 솟고 있었다. 한마디로 압축하기 무척 어려운, 오징어 썩는 듯한 냄새에 프로판가스가 섞여 있는 듯했다. 어둠을 헤치고 건물을 향해 몇 걸음 떼어놓으면서 그게 피 냄새라는 걸 금 세 알 수 있었다. 소를 싣고 온 차와 도축한 쇠고기를 싣고 갈 차 수백 대가 주차장에 서 있었다. 콘아그라(‘대지와의 유대’라는 라틴어 조합), IBP, 내셔널비프와 더불어 소 84%를 도살하는 미국 4대 정육업체 엑셀도축장이었다. 피와 내장에서 나온 배설 물, 살균을 위해 사용하는 증기가 한데 엉켜 콜로라도 달빛 속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건 바로 살육이 내뿜는 죽음의 냄새였다. 한국전쟁과 동아시아 킬링필드도 필시 이러하였을 거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 냄새는 며칠 뒤 네브래스카 렉싱턴에 있는 타이슨 도축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IBP를 소유하고 있는 타이슨은 닭 80%, 돼지 50%, 소 70%를 장악하고 있다. 푸른 사과를 그려넣은 시 상징물이 도축장 앞에 기념탑인 양 서 있었다. 타이슨이 이곳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잘 말해주고 있었 다. 타이슨과 마찬가지로 곡물과 육류회사는 한데 뭉쳐 있다. 최대 곡물 카길은 엑셀, 콘아그라는 스위프트의 지배주주이거나 자매 회 사들이다. 이들이 세계 식량과 고기를 틀어쥔 채 한국 재상륙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마지막 냄새와 접한 곳은 덴버였 다. 촬영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기는 했지만 부산물 재처리 공장 안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고철수집상 따위들이 몰려 있는 덴버 외곽에서 소는 남김 없이 재처리되고 있었다. 재처리 공장은 미국에 30여 곳이 있다. 여느 사람들과 달리 재처리 공장 다링 대표 켄은 가족 휴가를 가던 중 차를 돌려와 친절히 공장을 안내해주었다. 근육노동을 한 사람 특유의 꾸밈없는 우직함이 그에게서 묻어나왔다.

“냄새가 역하다. 낌새가 있으면 어깨만 움직거려라. 그러면 곧 토할 수 있거나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작 업복으로 갈아입고 들어간 공장 안에 꽉 찬 냄새는 그가 말했던 것보다 더 역했다. 누린내인가 하면 썩었고 시큼한가 싶으면 뜨거운 냄새는 식도를 뒤틀면서 토악질을 충동질했다. 견딜 수 없는 거부감이 본능적으로 밀려드는 살벌한 냄새였다. 그건 코가 아니라 곧장 위를 타고 내려와 장에서 퍼졌다. 뒷골이 뻐근하게 조여오는가 하면 관자놀이가 누렇게 익어가는 것만 같았다. 공장에서는 도축한 소 부산물과 통 칠면조나 칠면조 털, 호텔 식당 등에서 나온 폐식용유 따위를 분류하고 믹서기에 갈고 쪄내는 일을 거듭해서 분말이나 끈 끈한 액체 영양제로 만들어내는 과정이었다. 직접적이면서도 아득한 그 냄새의 요체는 단백질이 타들어가면서 생기는 것이었다. 아우슈비 츠에서 결코 이와 다른 냄새가 풍겼으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눈을 감고 지옥에 갔다면 꼭 이같으리라. 아니, 여기가 지옥이라면 눈을 감고도 찾을 수 있을 터이다. 미국인이 먹지 않거나 수출되지 않는 소의 나머지 모든 것들이 이곳에서 처리되어 사료로 부활해 윤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되새김 동물에게 동종 사료를 주지 못하게 하는 법이 나온 뒤 재처리 공장에서 생산된 사료들은 소에서 추 출한 건 돼지·닭·개에게, 닭·돼지·칠면조는 소에게 먹이고 있다. 이는 광우병이 종을 넘어 교차오염될 우려를 지우지 못하게 한다. 소의 경우 하루 평균 1파운드 정도의 재처리된 육류사료를 먹이고 있다. 젖과 살코기와 성장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목축 농부의 자살률은 평균의 3배

목 장이든 도축장이든 부산물 재처리 공장이든 관리자를 뺀 일꾼들은 거의 라틴계였다. 렉싱턴 카길 도축장의 경우 회사에서 고용한 라틴계 목사가 배치되어 있었다. 과테말라·온두라스·멕시코에서 온 사람들이 세금을 빼고 시간당 버는 돈은 7~8달러 남짓이었다. 육류자본 가들은 미국 목축농부들까지 내버려두지 않고 있다.

△ 도축한 소의 부산물을 재처리해 만든 견본들.

계 약 축산으로 농부들은 쇠고기 출하량 자체를 통제받고 다른 종류 가축을 키울 수 없을 뿐 아니라 다른 업체와 계약마저 막는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 목축 농부들의 자살률이 미국 평균치의 세 배에 달하는 것과 이는 무관할 수 없다. 농업인구 2% 가운데 축산업자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송아지를 낳으면 미역국을 먹이는 소를 식구로 알던 비루한 농촌에서 자란 사람 눈 에 미국 축산현장이 인류문명에 드리우고 있는 암전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었다. 미국에서 키우고 있는 소 1억500만 마리 중 공장 형 축산 비율은 90%에 이른다. 태어나 죽을 때까지 소와 축산노동자들은 최고의 효율성을 기준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는 당연히 속 도, 생산량, 중앙집중화, 노동통제를 수반한다. 자동차 공장에서 시작된 컨베이어 벨트 방식의 포드주의는 축산에도 그대로 옮아와 있 었다. 공장형 목장, 도축, 부산물 재처리 사료화에 이르는 과정은 ‘축산 포드주의’(Meat Fordism)이라 부를 만하다. 광 우병은 이 축산 포드주의가 빚어낸 필연적 양태다. 이는 화석연료와 단백질로 이뤄진 근대에 대한 반성 요구이자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 한 엄중한 경고임이 분명하다.

광우병은 1986년 영국에서 처음 발생했다. 인간광우병은 1994년 영국 정부가 공식 적으로 인정한 이래 2006년 8월30일 현재 전세계적으로 194명이 감염되어 183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돼 있다. 영국에서만 162명이 감염되어 156명이 사망했다. 프랑스에서 발생한 인간광우병 환자는 18명이며, 그중에 17명이 사망했다. 인간광우병 환자가 발생한 국가는 영국과 프랑스와 함께 아일랜드, 이탈리아, 미국,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 인 등 11개국이다. 한국에서도 인간광우병과 유사한 형태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셋 있었지만 뇌 조직검사를 하지 못해 최종 확인되지 않았을 뿐이다.

“검사관이 도축장에서 1시간에 340마리, 큰 곳은 400마리를 검사하고 수석 검사관이 이빨을 보고 나이를 판별하는데 실수를 피할 수 없다. 이게 비록 미국 정부에 불리할지라도 옳은 일이라서 증언을 하겠다.”

미 국 농무부 도축장 검사관 게리 달의 용기 있는 말이다. 미국소비자협회 마이클 한센 박사 또한 검사 자체의 부실과 경로 추적의 어려 움, 소비자보다 축산업자 중심의 법안들이 광우병 발견율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한편 농장에서 사료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 달리 손쓸 방도가 없고, 하물며 광우병에 걸린 소를 목장주가 몰래 묻어버린다는 소문조차 있다고 한다.

네 브래스카로 가는 길목인 북 프라트에는 버팔로 빌을 기념한 영화 세트장 비슷한 포트 코디가 서 있다. 빌은 1867년 버팔로를 한꺼 번에 4280마리나 학살해 이를 주식으로 삼고 있는 미국 원주민들을 굶겨 죽이려 한 엽기적인 인물이다. 미국인들은 여태껏 그를 영 웅으로 기리고 있다.

△ 네브래스카 렉싱턴의 한 도축장(맨 위). 소 도축 및 부산물 재처리 공장에서 사용하는 거대한 믹서기날(위).

지 금 이 버팔로 빌을 닮은 미국 축산자본들이 인류의 식탁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미국 ‘서부’ 어디에도 마크 트웨인이나 오언 위스 터의 <버지니아 사람>,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서부의 승리’, 프레드릭 레밍턴의 그림이나 역사가 프레드릭 잭슨 터너가 말하는 것과 같은 폭력마저 미화될 만한 카우보이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국경도 양심의 경계도 없는 카우보이 자본, 버팔로 빌 자본 만이 있을 따름이었다.

쇠고기 수입은 저주의 이동

미국 축산현장에서 풍기는 냄새는 미국 식 자본주의가 뿜어내는 야만의 냄새와 일치한다. 이 악취가 가시지 않는 한 광우병을 비롯한 인류를 향한 단백질의 공격은 멈추지 않 을 것이다. 역습을 막는 유일한 길은 이들과 공존을 모색하는 것뿐이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아우슈비츠화하는 형태의 이윤창출은 중지되어야 한다. 더구나 광우병 등 식품안전을 넘어 사람 생명을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으로 건너오는 것은 프리온 단백질을 비롯한 저주의 이동이자 이식일 뿐이다. 한국 사람이 그 희생자가 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실수를 피하기 어렵다”

하루 8시간 7개 도축장을 방문하는 미 농무부 검사관 게리 달 인터뷰

미 농무부 도축장 검사관 게리 달은 “되새김 동물에게 동족을 잡아먹게 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재앙을 가져다줬고, 그 때문에 프리온(광우병 원인물질)이라는 ‘고질라’가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게리 달은 “검사 인력이 부족해 실수를 피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인터뷰 는 콜로라도주 오로라 사우스쿨리지에 있는 게리 달의 자택에서 이뤄졌다.

평소 하는 일이 어 떤가. =하루 8시간 7개 도축장을 방문해야 한다. 반경 25마일(40㎞) 정도 된다. 검사를 하고 5개의 샘플도 추출해야 한다. 잔여물 샘플에서는 동물이 소비했을지도 모르는 살충제를 찾아보기 위해 상자에 신장을 담는다. 검역에는 도축검역과 처리검역이 있다. 도축검역 검사관들은 대부분 도축라인에서 검사를 하는데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피와 내장 속에서 일을 하는 그들을 정부에서는 끔찍하다고만 생각한다.

중노동을 하면 검역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가. = 콜로라도에는 미국에서 가장 큰 쇠고기 시설이 두 개 있다. 그중 하나는 시간당 340마리, 다른 시설은 시간당 400마리를 도축한 다. 그렇게 빠른 속도에서 잘려진 부위들을 검사관이 전부 뒤져봐야 하는 걸 떠올려보라. 정말 도축하는 사람이나 검사하는 사람이나 중노동이다. 쇠고기의 경우 네 부서가 있다. 소머리 부서 5명의 검사관은 머리, 코, 혀 등을 검사한다. 바로 그들이 30개월 이 상 된 소를 확인하기 위해 앞니를 살펴본다. 테이블 검사대 3명의 검사관은 심장과 폐를, 2명의 검사관은 간을 검사한다. 2명의 레일(rail) 검사관은 신장과 다른 부위들을 포함한 사체를 최종 검사한다. 지금도 검역인력이 부족해 실수를 피하기 어렵지만 그래 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인력을 더 늘려서라도 안전을 보장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검사관이 크게 부족한데 정작 신규채용을 하려 하지 않고 있다. 도리어 그보다는 위험중심검역(risk-based inspection)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적용하려 하고 있다. 도축 과정을 보고 기록을 살펴본 다음 ‘됐어요. 아주 잘하셨어요’ 하는 식이다. 검역이 거의 필요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농무부에서는 ‘E검역’이라는 것도 도입했다. 도축업자가 검사관에게 기록을 이메일로 보내기 때문에 아예 도축장에 갈 필요조차 없는 것을 뜻한다. 검역은 커다란 혼란을 눈앞에 두고 있다. 몇몇 도축업자가 문제를 일으키면서 의회는 직원 50명 미만 도축장에 대해 주(州) 사이의 교차검사나 수출에서 주 검역을 하게 하려는 법안을 상정하고 있다.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현장 검사노동자로서 광우병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광우병 인자인 프 리온 단백질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600~800도의 열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고기 자르는 톱을 비롯한 도축연장의 완전한 멸균, 위생 을 위해 그러한 열기를 가할 수 있는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30개월 미만인 소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되새김 동물에게 같은 종의 동물끼리 서로 잡아먹게 한 것은 업계에는 큰 수익을, 소비자에게는 재앙을 가져다주었다. 그로 말미암아 프리온 이라는 ‘고질라’가 탄생한 것이다. 여전히 축산업자들은 문제를 재순환시키고 있다.

“식이보조제에 추출물질 있을 수도”

파 생상품의 회색지대를 주목해야 한다는 미국소비자협회 마이클 한센 박사 “소의 뇌나 척수 등 (광우병) 위험물질의 규제 이행에 관한 계획조차 세우지 않는 도축장들도 많다.” 뉴욕 용커스 사무실에서 만난 미국소비자협회의 마이클 한센(Michael Hansen) 박 사는 미국의 광우병 검역 프로그램이 부실하다고 꼬집었다. 한센 박사는 “(광우병 위험물질인) 뇌·눈·뼈 등을 함유한 식이보조제나 스포츠 드링크제가 한국·일본·미국 등지에서 팔리고 있는 이른바 ‘회색지대’는 새롭게 언급돼야 할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미 당국의 광우병 검역에 어떤 문제가 있나. =미국 농무부(USDA)가 육류 공급의 안전 책임을 맡고 있어 도축장 검역도 하고 있다. 식품안전검역청은 소해면상뇌증(BSE)을 추적하고 전염 정도를 파악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식약청(FDA)은 소에게 어떤 사료를 먹일지 결정한다. 여러 보고서들은 미국의 검역 프로그램의 부실 정도를 말해주고 있다. 30개월 이상 된 소의 뇌나 척수 등 특정위 험물질(SRM) 규제 이행에 관한 계획조차 세우지 않은 도축장들도 많다.

도축된 소의 부산물 재처리 과정 등 을 통해 광우병이 다른 종으로 전염될 가능성도 심각한 것 아닌가. =미국의 문제는 현재 광우병 비율이 낮기는 하지만 동물사료만이 아니라 인간식품에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강력한 조처를 취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새로 언급해야 할 대목은 회색지대로 파생식품 이라 할 수 있는 식이보조제다. 이게 식품영양분일 경우 아무런 안전검사 없이 식이보조제로 판매할 수 있다. 그중에 어떤 알약은 소 의 뇌, 눈 등 온갖 것이 들어 있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사슴과 엘크 사이에 CWD(chronic wasting disease· 만성소모성질병)가 퍼지고 있다. 업자들은 엘크 뿔을 잘라내 추출한 물질을 캡슐에 집어넣어 한국·일본·미국 등지에서 최음제나 영양보 조제로 팔고 있다. 분비선을 포함하고 있는 다양한 식이보조제나 스포츠 드링크에도 뼈에서 나온 칼슘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뼈 안의 골수가 감염원이 될 수 있는 일이다. 광우병은 저절로 사라지는 게 아니다. 강력한 조처를 취해야만 한다.

그 러한 조처를 취하기 어려운 것은 축산 자본과 정부의 결탁이 중요한 이유가 아닌가. =그렇다. 육류업계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하물며 농무부 비서실장 데일 모어(1997~2001)는 미국목장주협회 입법담당이었고, 알리사 핼리슨은 협회 집행국장을 하다 전 장 관 앤 배너맨과 현 장관 마이크 조한 밑에서 커뮤니케이션 부국장의 공보담당관으로 있었다. 협회에서 농무부로 옮겨 수석연구자로 일하 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협회나 농무부에서 거의 같은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부 내 다른 사람들의 행동까지 제약하는 면이 있 다. 실제로 FDA가 광우병에 관한 강력한 규정을 바라지만 결정은 고위층에서, 부분적으로는 육류업계의 힘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어떤 연구자들은 정부를 떠날 때야 의견을 표출하기도 한다.

아…. 역시 인류는 공공의 적인가. 토할 것 같다.

9 thoughts on “눈 뜨고 보기 힘든 소들의 킬링 필드”

Leave a Reply to 김정훈 Cancel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