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주의보

송혜교의 영화 데뷔작으로,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와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나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아주 감동깊게 본 바 있어서 내심 살짝 기대하고 있었다. 물론, 찾아서 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믿었던 CF21에서 ‘킹콩’ 조조가 매진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봤다.

[#M_ 그 결과는…… | OTL… |
내 생애 최악의 영화가 한 편 더 늘었다. 송혜교와 차태현은 영화 시작 10분 만에 사귀기 시작했고, 이 때부터 좋지 않은 기운이 감지되었다. 원작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무슨 평생 연애 한 번 못해 본 사람이 쓴 각본처럼 두 사람은 정말 아무 이유없이 사랑하기 시작했다. ‘이유 없는 사랑’이야 참 좋은 것이지만, 이건 좀 너무했다. 적어도 관객들이 납득할 만한 사건이나 복선이 있어야 하는데 그냥 대뜸 한 번 마주치고는 사귀잔다. 그리고는 그냥 그 때부터 아주 죽고 못 산단다. 이게 말이 되나.

송혜교는 영화 내내 예쁜 척만 하며 마음껏 비싼 티를 냈다. 참고로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여주인공은 삭발투혼까지 보여주며 정말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는데, 송혜교는 그저 예쁜 척, 깜찍한 척 하기에 바빴으며 죽을 병에 걸린 환자 주제에 병든 티도 안낸다. 무슨 환자가 그렇게 깔끔하게 누워 있다가 예쁘게 폭폭 쓰러지나. 참 나…… 그리고 차태현은 솔직히 이제 고등학생을 하기엔 너무 늙은 것 같다. 고등학생 역으로 나온 차태현의 옷차림은 정말 어색했다. 게다가 조연급 배우들이 보여주는 깜짝 코믹 연기는 그 도가 지나쳤다. 영화 물을 된통 흐려놓았다.

또한 극 전개 속도도 너무 제멋대로다. 팜플렛에 나온 내용은 불과 10분만에 다 나와버리고, 그 다음부터는 아주 질질 끈다. 지겨워서 미칠 것 같다.

요약건대, 전개면 전개, 캐스팅이면 캐스팅, 음악이면 음악, 조명이면 조명, 연기면 연기,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는 영화다. 브라운관 스타 송혜교는 충무로 데뷔턱을 톡톡히 치른 셈이 됐다. 장담컨대 며칠 안에 비참하게 막을 내리리라. 쯧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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