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반 쯤 실패한 요거트 만들기(참고). 이번에는 만들기 전에 잘 섞어서 제대로 만들어 보리라 다짐하고 아내한테 우유 좀 사 놓으라 그랬다.
헉! 근데 집에와서 봤더니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사다놨네? 아, 이거 평소에 우유 마시면 속이 불편해서 마시던 건데 유당 없으면 유산균은 뭘 먹고 사나 싶은 생각이 좀 들었지만 설마 그래도 되겠지? 싶어서 일단 해 봄.
이번에는 진짜 엄청 잘 섞어줬다. 기다란 숟가락으로 엄청 휘저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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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근데 시작부터 느낌이 좋지 않아. 수증기가 엄청나게 많이 생김. 결국 물이 넘쳐서 기계 주변에도 물이 뚝뚝 떨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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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다 불안해. 우유 꺼내보니 기계 안에 물이 가득찼더라. 이거 괜찮나 모르겠네;;
뚜껑을 열어보니 향은 굉장히 좋은데 이상하게 뭔가 건더기 같은 게 말라붙은 것만 보인다. 뭐지? 요거트 다 어디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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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퍼보니…… 저런 건더기만 가득…… 액체 부분은 그냥 투명한 물 뿐이라 다 걸러버렸다. 에이씨 뭐야 이게. 진짜 유당 없어서 유산균은 다 굶어죽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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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릇에 담아보니 좀 봐 줄만 하네. 먹어보니까 요거트라기 보다는 치즈가 된 것 같더라. 나름 담백하니 맛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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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넣어서 같이 먹어보니 더 맛있더라. 그래도 집에서 뭔가 만들었다는 것에 딸내미가 아주 기뻐하고 신기해 하기에 한 숟가락 떠먹여 줬다.
“맛있나?”
“응! 맛있어!”
“휴, 다행이다. 한 숟갈 더 줄까?”
“아니. 아빠 많이 먹어.”
쉬익쉬익. 결국 내가 다 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