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가 미국에서 둘째를 낳았단다. 아들이란다. 이를 두고 원정출산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당연히 맹비난이 쏟아진다. 그런데 일부는 자기들도 저런 상황이 되면 똑같이 할 것이면서 괜한 열등감 때문에 비난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게다가 자기가 번 돈으로 떳떳하게 미국에서 애 낳는 게 뭐가 문제냐고도 한다.
자,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가 번 돈으로 자기가 원정출산하는데 왜 뭐라고 그러느냐, 너희가 못 하니까 괜히 샘이 나서 비난하는게 아니냐는 말은 조금 이상하다. 노현정 부부가 매일 점심값으로 천만원씩 쓴다는 내용의 기사라면 별로 비난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원정 출산은 다르다. 모든 국민이 매일 천만원짜리 점심을 먹는다면 기뻐할 일이지만, 모든 국민이 자식을 미국에서 낳는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 아닌가.
국가가 위기에 빠졌을 때 사회 지도급 인사들 중에 몇 명이나 이 땅에 남아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면 참 씁쓸하다. 이 나라에 가장 애정이 없는 사람들이 이 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다. 나라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회사에 위기가 닥치면 자기 몫 챙겨서 도망갈 궁리만 하는 사장 밑에서 일한다고 생각해 보라. 어떻게 열심히 일할 맛이 나겠는가? 반면에, 가정에 위기가 닥쳤다고 자식을 버리고 자기 살 길 찾아 떠나는 부모를 상상할 수 있는가?
하긴, 법을 자기 마음대로 어기는 사람들이 정부 요직에 쫙 깔린 세상인데 원정출산 정도야 불법도 아니니 그걸 위안으로 삼아야 하나……
덧. 써놓고 나니 모든 사람이 아이를 안 낳으면 문제이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를 탓할 수는 없으므로 잘못된 근거였던 것 같다. 그리고 저 부부는 공무원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니까 딱히 뭐라고 할 이유를 못 찾겠다. 그럼 집안 단속 못 한 정몽준을 탓해야 하려나?
그것도 그럴테고. 원정출산이 ‘샘나는 일’이 된 것부터도 문제겠지. 이런 상황을 ‘문제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도 또 큰 문제일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