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에 고려원에서 펴 낸 버트란트 러셀의 ‘인류에게 내일은 있는가’라는 책이다. 지난 달에 과방에 갔다가 읽을만한 책이 없나 하고 뒤져 보다가 발견했다. 냉전 시대, 공산진영과 반공진영 사이의 무한 무기 경쟁을 어떻게 하면 타개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시작하여 러셀이 생각한 몇 가지 방안이 제시된다. 결국 미래가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러셀의 대답은 ‘하기 나름’이라는 것.
책이 출판된 지 15년이 흘렀다. 그러는 사이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국제 정세는 새롭게 재편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인류에게 미래는 없는 것처럼 보이며, 러셀의 희망과는 반대로 오히려 인류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더욱 적어졌다. 우리는 상대방을 더욱 믿지 못하며, 여전히 자신을 강하게 무장하는 길만이 앞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여긴다. 이런저런 국제 정황을 볼 때 인류의 종말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이 책의 제목처럼 인류에게 정말 내일은 있는가.
다 좋은데 재미는 없었다. 워낙 오래 전에 출간된 책이기도 하고, 현실과 좀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의 핵심은 오늘날에도 변함 없이 유효하며, 여전히 팽팽한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한 번 쯤 곱씹어 봄 직한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양식 있는 이 시대의 교양인이라면 이런 책 하나 쯤은 읽고 인류의 내일을 걱정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라면 이름은 아님.
라면 이름은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