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제목만치 음란하지 않았다. 음란하기 보다는 유쾌했고, 가슴 아팠으며, 잔혹하고, 안타까웠다. 감독은 현실의 여러 모습을 영화에 교묘하게 녹여 놓았는데 그 소소한 내용을 찾아내는 묘미 또한 쏠쏠했다. 그리고 그런 과거에 현실을 투영시켜 무언가를 전하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가 내게 슬며시 전해져 왔다. 현실은 과거를 통해 재창조 되었고, 따라서 결코 영화가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결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비극이었으나 영화는 또 그것을 즐거이 웃게 만들며 넘겨버렸다. 아니, 그러면서 새로운 문제를 관객에게 하나 던져주었다. ‘동성애’. 이렇게 감독은 사극을 통해 할 말 다 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상상이었다. 호오, 이런 방법이……
영화 초반에 금부도사 김범수가 호통치는 강한 모습을 몇 번 보여주는데, 자꾸 감사용 얼굴이 떠올라서 좀 웃겼다. 한석규는 이 영화에서 겁 많은 선비가 되는데 또 지금까지 보아 오던 한석규와는 좀 달랐다. 김민정은 색기가 넘치는 모습을 잘 보여주었으나 아직 성량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좋은 영화였는데 다들 기대를 너무 많이 한 것 같다. 나는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