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은 사기

얼마 전에 한겨레 뉴스레터에서 ‘번역가로 활동하세요!’라는 선정적인 메일이 왔길래, 혹해서 대충 프로필 써서 보냈더니 오늘 전화가 왔다.

– 김정훈씨죠?
– 네.
– 얼마전에 메일 주셨더라고요, 번역 한번 하신 적 있다고요? 분량은 어느 정도? 2급 따셨다고요? 학생이세요? 군대는 아직 안가셨고요?

뭐 대충 대답했다. 그랬더니 회사에 대한 소개를 대충 해준다. 18년 전통의 번역 전문 업체로서 아리랑 TV등에서 외주 받아서 해 주는 식이다 어쩌고 저쩌고……

중요한 건 그 뒤에 나왔다.

– 아직 김정훈씨의 능력이 검증이 안됐기 때문에 저희 쪽에서 주관하는 번역 시험을 한 번 치셔야 되세요. 1년에 네 번 있고요, 그에 따라서 번역 일을 원하시는 만큼 받게 되세요.
– 자, 잠깐. 시험료는 얼마죠?
– 네, 시험료 개념이 아니라 저희는 회원제로 운영을 하기 때문에 회원들에게 연회비를 받아요. 연회비만 내시면 시험도 무료로 치르실 수 있고 번역 일도 무제한으로 받으실 수 있습니다.
– 그게 얼만데요?
– 네, 한 달에 5만 7천원 씩 카드로 12개월 나눠서 납부 가능하시고요, 1년에 68만 4천원 되세요.
– ……
– 그렇게 내시면 군대 갔다 오셔서도 번역 하던 기록이 저희 쪽에 다 남아 있기 때문에 하던 일 그대로 하실 수 있고요, 회사 쪽에서 번역에 대한 책임을 지고 원어민 감수도 들어가기 때문에 그 비용도 다 포함된 거고요, 잘못 번역하시거나 해도 그 책임은 회사가 다 지게 돼 있어요. 그러니까 직역에 가깝게 번역만 하실 수 있으시면 됩니다.(이 쯤 되면 내 영어 실력은 아무 상관 없다는 거다. 실력에 자신 없는 사람을 꼬시기 위한 명문이 아닌가!)

할 일이 없어 이거라도 해 볼까 하는 사람에게는 귀가 솔깃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으나,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나로서는 응할 이유가 없었다. 미쳤나? 1년에 68만원씩 회비 내면서 번역하게. 참으로 세상에는 사기꾼이 많다. 다른 번역 업체도 그렇게 하는 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저건 사기 또는 부당 계약 같은데 저런 데 속는 사람이 또 있을 거란 말이다. 번역 일은 90%가 사기라더니, 과연 그렇군.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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