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지다.

건강검진을 했다. 오늘의 건강검진을 위해 야식도 자제하고 아침도 굶었는데 문제는 피를 뽑을 때 생겼다. 뽑고 나니 갑자기 머리가 핑 돌면서 어지럽고 토할 것 같았다. OTL… 그런 기분을 아직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목욕탕에서 갑자기 일어났을 때의 그런 기분을 상상하면 된다. ‘오오! 이런 것이 말로만 듣던 빈혈인가!!’라고 생각하며 중3때 배운 강인한 정신력으로 끝까지 버텨보려 애썼으나 사라진 피를 정신력만으로 재생할 수는 없는 일. 일단 근처 의자에 앉아 숨을 골랐다. 주변의 모든 광경이 정말 영화의 한 장면처럼 지나갔다. 나를 보며 웃는 사람들, 걱정하며 뛰어오는 사람들,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는 사람들. 그런 장면들이 머리 속에 허망하게 메아리치며 흘러갔다. 그 시작은 시트콤이었으나 결말은 다큐멘터리였다. 처음에는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던 사람들도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채고 걱정을 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검진은 끝내고 쉬어야겠기에 무리해서 일어나 나머지 검사를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와 쓰러졌다. 누워서도 ‘자다가 죽으면 어떡하나’하는 걱정을 하며 잠들었다. 피 뽑은 지 반나절이나 지났건만 아직도 조금 어지럽다.

항상 자만하지 말라던 어머니의 말씀이 생각났다. 지금은 건강해도 언제 무슨 일이 생겨 갑자기 나빠질 수 있다더니 과연 그랬다. 나는 그동안 건강해서 보약 한 첩 지어 먹어본 적 없고, 주변에서 쓰러지는 애들을 보면서 나도 한 번 저래봤으면 좋겠다는 철없는 생각마저 해왔던 사람이다. 비록 헌혈은 해 본 적이 없지만 지난 세월동안 피를 수십번 뽑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한창 젊고 팔팔할 20대 중반에 이런 일을 겪으니 더 황당하다. 너무 다이어트를 무리하게 한 탓인가? 그런 의미에서 오늘부터 야식 러쉬다! 잇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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