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핫하다는 <블루보틀 커피> 한국에는 아직 매장도 없고, 직구해서 먹으면 되지만 한국 IP는 막아놨고(우회할 수는 있지만) 뭐 다른 커피 원두 좋은 거 파는데도 많은데 굳이 안 팔겠다는 놈을 사다 먹을 필요가 있을까 싶어 까먹고 있다가 생각나서 한 번 주문해 봤다. 뭐가 바뀌었는지 한국 IP인데 안 막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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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도착. 두근두근. 월요일에 주문했는데 토요일에 도착했다. 이 정도면 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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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영롱한 블루보틀 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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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돼지 삼형제같이 나란히 놓여있는 원두봉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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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앞뒤 모습. 이번에 주문한 커피는 그 중에서도 <17ft Ceiling> 원두. 17피트면 얼마냐…….. 5.1816미터로구나. 무슨 의미일까?
로스팅 날짜는 월요일. 아주 훌륭한 날짜에 로스팅을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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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딸려온 종이. 이 원두에 대한 설명이 이러쿵 저러쿵 적혀 있다. 나같은 일반인은 읽어보고 먹으면 아하 그렇구나 하지 뭐 큰 의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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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뜯기 직전.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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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익! 항가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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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 상태 확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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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 향을 음미하는 신성한 의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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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인더에 원두를 담았다. 원두 상태가 좋네. 싸구려 원두 사면 깨진 원두나 쭉정이 원두가 많이 들어있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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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갈려나온 원두는 좀 덜어서 방향제로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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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갈아서 포타필터에 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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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퍼로 꽝! 참고로 처음에는 압력 조절할 수 있는 탬퍼를 썼는데 사실 그거 몇 번 하다보면 감이 오기 때문에 큰 효용성은 없더라. 오히려 고장만 잘 남. 지금은 커브드 탬퍼를 쓰고 있는데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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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핑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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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머신에 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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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렸다. 보글보글 크레마 많이도 생겼네. 크레마도 사실 커피 맛이나 원두의 신선도와 큰 관련은 없는 거 같더라. 로스팅 한지 두 달 넘게 방치한 원두에서도 잘만 생기더라고. 그냥 적당한 곱기로 잘 갈아주면 어지간하면 잘 생기는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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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 모습. 대체로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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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준비. 소화불량을 방지하기 위해 우유는 언제나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쓴다. 멸균우유는 맛이 좀 별로지만 커피에 섞으면 잘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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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아트는 실패.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속담도 있지만 라떼아트 없어도 맛하고는 상관없다…… 라며 애써 위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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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하며 한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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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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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다 만 모습.
인정하기 싫지만 싸구려 커피원두보다 맛이 있기는 있네. 강한 향이 입안을 감돌면서 코 안까지 스멀스멀 퍼지는 그런 느낌. 약간은 스모키한 향이 코 끝을 살짝 찌르면서 입안 전체가 풍요로워지는 그런 맛. 역시 돈이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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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 방울도 남기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
12oz짜리 한 봉지에 17달러했고 3봉지 해서 51달러. 50달러 넘으면 미국내 무료 배송이었고 배대지 통해서 한국까지 배송비가 1만 원 조금 넘게 들었으니 대충 7만 원에 1kg을 산 셈이다. 한 잔 만드는데 25g 정도 원두를 소비하니까 40잔 정도 나올 것이고 한 잔에 원두값이 1,750원 정도 드는 셈. 거기에 우유 한 팩에 650원 정도하니 아, 이런 걸 왜 계산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 잔에 원재료만 2,400원짜리 라떼인 셈.
거기에 드는 시간, 노력, 그라인더 및 에스프레소 머신 기계값 등등 따지면 그냥 나가서 사먹는 게 싸구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솔직히 어지간한 동네에서 먹는 라떼보다는 내가 만든 게 훨씬 낫다. 라떼 못 만드는 집에서 먹으면 버블도 버블버블 나고 원두도 오래된 거 써서 맛도 없음.
만약에 저렴한 원두를 쓴다면? 평소에 시켜먹던 <왕싼커피>에서 원두를 시키면 4만 원 정도에 2kg을 살 수 있다(인터넷 찾아보면 이것보다도 더더욱 저렴한 원두도 많다). 그러면 한 잔당 원두값이 500원이니 우유 포함하면 원재료값이 1,150원. 이 정도만 들여도 훌륭하긴 했다. 근데 좋은 원두를 먹어보면 맛이 확 다르긴 다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파는 좀 좋은 원두를 쓴다면 적당한 절충안이 될까? 의외로 미국 직구한 원두랑 가격 차이가 별로 없다. 좀 유명하다는 데 가보면 100g당 7천, 8천 원 정도에 원두를 판다. 이런 원두들도 훌륭하긴 한데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미국과 비교해서 장점은 로스팅한 다음날 정도에 받아볼 수 있다는 점?
그렇다면 과연 저 비싼 돈을 주고 계속 원두를 직구해 먹을 필요가 있는가? 글쎄 커피는 어디까지나 기호식품이니 가성비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고 로또 되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