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여름인가 가을쯤에 있었던 일인 것 같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렀는데 마침 “하겐X즈” 아이스크림이 있어서 산 적이 있다. 좀 비싸긴 했지만(당시에 8,700원) 맛있어 보이기도 했고 취직해서 돈을 벌기 시작한 직후라 그런가 뭔가 세상에 당당했다.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 다른 것 뭐 살 것이 있어서 동네 슈퍼에 들렀는데 주인아줌마가 아이스크림을 보시더니
아줌마 : 오, 아이스크림 예쁘게 생겼네? 이거 얼마예요?
하고 물엇다. 괜히 가격 이야기하면 털 없는 철없는 놈 취급 하실까 봐 말을 돌렸다.
나 : 아, 그냥…… 좀 비쌉니다. 하하하.
그래도 집요하게 물으심.
아줌마 : 얼만데요? 에이~ 괜찮아요. 말해보세요. 뭐 어때?
몇 번이나 말을 돌려도 계속 물어보셨고 결국 8,700원에 주고 샀노라고 실토했더니[1] 역시나 표정이 싹 바뀌시며 나를 과소비하는 털 없는 철없는 놈처럼 경멸하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셨다.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아무튼, 며칠 전에도 “하X다즈” 아이스크림이 생각나서 하나 사 먹었다. 마침 “비행기도 돌린 바로 그 맛”이 있어서 그걸로 샀다. 지금 가격은 편의점에서 9,900원.
전자레인지에 10분에서 15분 정도 돌려서 먹으라는 친절한 설명.
마카다미아가 알박기를 하고 있다. 맛은 그냥 좀 느끼한 맛.
100ml 면 일반 종이컵 반 정도 채우면 나오는 양인데 그만큼 먹으면 포화지방 하루 권장량의 70%를 먹을 수 있다. 삼겹살 대용으로 그만. 게다가 깨알같이 트랜스지방도 슬그머니 들어감.
참고로 하겐X즈는 “Häagen-Dazs”라고 쓰지만, 독일 아이스크림은 아니고 뉴욕에 본사가 있는 미국 회사이다(wiki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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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투X더” 같은 국산 통 아이스크림은 3,000원 내외였던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