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생일 축하 파티 핑계로 서울 놀러 감(사실 한참 멀었음). 이른바 <백현동 카페거리>라는 곳으로 밥 먹으러 갔다.
몇 년 전에 와 봤을 때도 멋지다 싶었는데 다시 와서 봐도 참 예쁨.
일단 식사는 몇 년 전에 와서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 <On the Stairs>라는 곳. 그동안 안 망한 걸 보니 나름 검증된 곳.
가게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약간 선술집 느낌도 나고 식당 느낌도 나는 곳. 조금 이른 시각에 가서 손님은 우리뿐. 평일 낮에 놀면 이런 게 참 좋다. 어딜 가나 여유가 있음.
메뉴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이탈리아 요리” 뭐 그런 콘셉트인데 가격 때문에 부담 있이 즐겨야 함. 우리는 저기서 샐러드, 파스타, 피자 세트로 해서 시킴.
요건 허브 치킨 샐러드. 딸내미한테 뭐 먹고 싶으냐니까 치킨이랑 돈까스 먹고 싶다고 해서 이걸로 시킨 것임. 맛있는데 치킨은 다 딸내미 접시에…… 어른들 건강 생각해서 풀만 뜯게 하다니 참 효녀인 듯.
요건 만조 크레마 파스타. 두툼한 고기가 들어가 있음. 가격은 꽤 있지만, 양도 나름 푸짐해서 좋다. 나중에 남은 국물(?) 퍼먹으니 그것도 아주 진득하니 맛남.
이건 포치즈 피자. 치즈가 듬뿍 들어가서 아이들이 좋아함(물론 어른들도……).
미친 듯이 흡입 중인 우리 딸.
조카는 아직 빵 부분만 먹을 수 있어서 좀 아쉬웠다. 근데 엄청나게 잘 먹음. 저 음료수도 언니보다 먼저 싹 비움.
하지만 우리 딸은 피자 하나 받고 하나 더.
사실 지난번 <트리사라>처럼 심하게 양이 적은 건 아니었지만 저렇게 먹고 아무래도 양이 모자라서 피자 + 파스타 세트를 하나 더 시켰다. 이번엔 어른들만 먹을 수 있는 매운 것으로. 그리고 나는 보았지. 추가 주문할 때 사장님 입이 귀에 걸리는 모습을.
이건 아마트리치아나 파스타. 뭔가 달착지근하게 매운맛이었다. 맛있음.
이건 디아볼라 피자. 페퍼로니 피자처럼 생겼는데 끝 맛이 확 올라오는 그런 매운맛. 여기는 사장님이 사장님 겸 요리사이신 모양인데 모든 요리가 다 맛있더라. 진짜로. 이 집 에그타르트도 진짜 맛있는데 오늘은 다른 디저트 먹으러 가야 해서 패스.
배부르게 먹고 신 난 어린이들. 엄지 척. 여긴 차도 안 다니는 곳이니 마음껏 뛰어놀아도 돼서 좋음.
수영 하라고 해도 못할 것 같은데 아무튼 수영금지. 이렇게 물이 졸졸졸 흐르는 곳도 딸내미가 아주 좋아하더라.
카페거리 모습들. 정자동 카페거리도 그렇고 분당은 뭔가 이런 동네를 많이 만드는 게 콘셉트인가.
여기는 동생이 강추한다며 가자고 한 붕어빵 집 <아자부>. 난 또 무슨 붕어빵 먹으러 가자고 해서 어디 노점상 같은 거 상상했는데 이런 곳이라서 좀 당황함.
아이스 모나카 광고판이 보이는데 안에 들어가는 아이스크림이 <하겐다즈>라니 충격쇼크.
크고 아름다운 붕어빵 집 내부 모습.
내부모습 2
이렇게 어린이들 앉기에 딱 적당한 탁자와 의자도 있어서 애들이 아주 좋아하더라.
저기 붕어빵 만드는 모습. 붕어빵 주세요 하면 그 때 굽기 시작한다. 우리는 팥 붕어빵, 고구마 붕어빵, 커스타드 붕어빵 시켰는데 붕어빵 세 마리에 7천원이었나 8천원이었나…… 그래서 동생이 붕어빵이라고 안 그러고 도미빵이라고 했구나.
그렇게 해서 나온 붕어빵 세 마리. 길에서 파는 것 보다 두툼하고 속도 많이 들어있고 맛있기는 한데 솔직히 붕어빵은 붕어빵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이 가격에 먹기는 좀……
이건 밀크티 빙수. 원래 딸내미가 딸기빙수 사달라고 했는데 없어서 이걸로 사줌. 이것도 뭐 그럭저럭. 10점 만점에 7점 정도.
그리고 다시 나와서 이번에는 커피 마시러 감. 동생이 진짜 맛있는 커피집이 있는데 평소에는 비싸서 못 먹는다고 한 <앙코라 커피> 라는 곳으로 갔다. 근데 쓰고 보니까 좀 미친 것 같다. 무슨 몇 시간 만에 뭘 이렇게 많이 먹었지.
오, 여기는 들어가자 마자 분위기가 꽤 고급스럽다. 연예인들 다녀가서 싸인한 접시들도 많더라.
우리가 앉은 테이블 모습. 약간 커피집 같기도 하고 조용한 술집 같기도 한 그런 곳이었다. 벽에는 이런 저런 미술 작품들이 붙어 있는데 만지지는 말라고 돼 있다.
주문을 하는데 나는 원래 에스프레소로 한 잔 달라고 했더니 “아, 원두가 아직 숙성이 안돼서…….” 라고 해서 실패. 그러면 또 뭐 주세요 했더니 “아, 그것도 오늘 원두가 아직 숙성이 안돼서…….” 라고 해서 실패. 아…. 그러면 그냥 카푸치노 주세요 했더니 난감해 하면서 “아, 하필 그것도 오늘 원두가 숙성이 안돼서……” 라고 해서 실패. 그래서 그냥 오늘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하는 카페라떼를 삼고초려, 아니 사고초려하게 되었다.
참고로 케이크도 하나 주문했는데 이것도 뭐 오늘 되는 케이크가 플레인 치즈 케이크 밖에 안된다고 해서 그걸로 주문함. 정말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커피숍이었다. 맛 없게 주느니 안 팔겠다 이거지.
그렇게 해서 나온 카페라떼. 진짜 맛있긴 맛있더라. 두 잔을 시켰는데 한꺼번에 나오면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없으므로 한 잔씩 따로 서빙하는 대단한 장인정신!! 좀 웃기기도 하면서 감동적이기도 하고, 뭐 아무튼 맛있긴 맛있더라. 나는 집에서 아무리 해봐도 이렇게 커피와 우유거품이 진득하게 섞이게 잘 못하겠던데 대단함. 양도 많음. 근데 가격도 비쌈. 6천 500원 이었나……
이건 블랙캣이라고 알콜음료. 내가 이런 거 찍고 있으니까 동생이 뭘 이런 걸 찍고 있냐고 그런다. 동생이 은근히 옛날사람 스타일임.
이건 플레인 치즈케이크. 이거 진짜 맛나더라. 치즈크림이 진짜 엄청 밀도가 높고 진득하더라고. 크기는 작은데 먹으니 상당히 배가 불렀다. 아, 물론 이미 꽤 배가 부른 상태였지만서도……
나름 동생 생일이니 저런 초에라도 불 켜놓고 노래도 부르고 그렇게 함. 저 초에 불 켜고 나면 등 전체가 엄청 뜨겁다고 절대 만지지 말라고 직원이 신신당부 하고 갔다.
이 집은 맛있고 다 좋은데 아까 말했지만 가격이 꽤 나간다는 거랑, 갔는데 제품 품질에 대한 이유로 안되는 메뉴가 좀 있어서 아쉬웠다. 뭐 그래도 커피며 케이크며 다 훌륭했음.
다음에는 정자동 카페거리를 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