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에어필터를 교체하였다. 에어필터는 에어클리너, 에어크리너라고도 하는 부품인데 엔진으로 들어가는 공기를 걸러주는 역할을 하는 필터이다. 자동차 소모품 교체할 때 무슨 무슨 필터 이런게 되게 많아서 좀 헷갈리는데, 에어필터는 아무튼 그런 거고, 에어컨 필터는 말 그대로 실내로 유입되는 공기를 걸러주는 장치로 캐빈필터라고도 한다. 그거 말고도 엔진 오일을 걸러주는 오일필터, 연료에서 찌꺼기를 걸러주는 연료필터 등등이 있다.
에어필터와 캐빈필터 정도는 혼자서도 교체하기가 용이하다고 해서 직접 해 보기로 했다. 서비스 센터에 전화해보니 매뉴얼에는 3만 km마다 갈라고 되어 있지만 보통 15,000km 지나고 나면 많이 더러워져 있어서 가는 게 좋다고 한다(근데 엔진오일은 롱라이프라고 3만 km마다 갈아도 된다고 한다). 공식 서비스 센터에서 갈면 5만 얼마가 든다고 하고 저 두 가지 필터 정도는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스스로 가는게 훨씬 싸기 때문에 그렇게 해도 된단다(혹시나 직접 교체하면 보증기간 내 무상수리 안해줄까봐 물어봤지). 근데 연료필터 같은 건 사설 업체에서는 잘못 갈 수도 있으므로 되도록 센터에서 갈라고 하더라고.
아무튼 그러므로 일단 필터를 구입해야 한다. 차마다, 모델마다, 연식마다 필터가 다 다르기 때문에 잘 알아봐야 된다. 나는 골프 7세대 2.0 TDI 인데 순정 필터의 모델 번호는 <5Q0 129 620 B> 이다. 이건 직접 구입하면 3만 원 정도 하던가 그렇다. 근데 실제로 차를 뜯어보면 OEM으로 만든 필터가 들어 있어서 허탈하다고들 하는데 그 필터가 <MANN> 이라는 회사에서 나온 필터로 모델번호는 <C30 005>이다. 이런 거 모델 번호 알아본다고 인터넷 검색 엄청 했다. 행여나 실수로 잘못 구매해서 장착했다가 차 망가질까봐.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유진상사>라는 사이트에서 19,800원에 구할 수 있었다. 참고로 이 회사 좀 믿음직스러운데 주문할 때 내가 정확히 알아보고 선택한 건 맞지만 아무튼 마지막에 차량 모델을 기입해 달라고 해서 썼더니 전화가 왔다. 자기들이 골프 7세대용 에어필터는 팔아본 적이 없어서 맞는 건지 솔직히 정확히는 모르겠다면서 자동차 등록증에 있는 “원동기 형식”을 불러달란다. 아마 같은 차량이라도 가솔린 모델인지 디젤 모델인지 배기량이 1.6인지 2.0인지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양. 찾아보니 “CRB”라고 쓰여 있어서 그리 일러줬더니 “고객님께서 잘 선택하셨습니다.” 라고 답문이 왔다.
짜잔, 그리하여 도착한 에어필터 모습. 3만 원 이상 주문하면 배송비가 무료라 두 개 주문했다. 뭐 어차피 자주 갈게 될 테니까.
필터 모습은 이렇게 생겼다. 믿고 쓰는 독일제. 참고로 이건 일회용 필터인데 찾아보니 교체하지 않고 세척해서 계속 쓸 수 있는 사제 필터도 있더라. 가격은 10 ~ 20만 원 정도 하는데 몇 년 지나면 본전 뽑을 것 같기는 하다. 귀찮지도 않고. 근데 그래도 부품은 역시 순정을 쓰는게 덜 찝찝할 것 같아서그래놓고 OEM 구입 나는 그냥 일회용 필터를 계속 쓸 예정.
교체하려면 도구가 하나 필요한데 바로 이 별모양 드라이버. 규격은 T25이고 엔진 깊숙이 나사가 있는 경우가 가끔 있기 때문에 조금 긴 것이 좋다. 기존 드라이버 손잡이에 연결해서 쓰면 되고 독일차 수리할 때 자주 쓰이기 때문에 하나 사 놓는 것도 좋다. 2천 원인가 그럼.
정비의 편의를 위해 헤드랜턴도 하나 구입했다. AAA 건전지 3개를 쓰는 모델로 가격은 2천 5백 원인가…… 잠수할 것도 아니고 싸구려면 족함(하지만 이 싸구려도 물 저항 속성이 있다!!). 그리고 괜히 희귀한 전지 쓰는 모델 사면 건전지 갈 때 마다 귀찮다.
불 들어오면 훤하다.
착용샷.
그럼 필터와 공구함을 들고 출발.
배 나온 정비공 아저씨의 위풍당당한 모습.
일단 본넷 뚜껑부터 열고,
내부를 보면 이렇다. 먼지가 많은데 언제 청소 한 번 해야겠다.
이것이 에어필터 들어가는 곳의 덮개다. 나사는 저 위치에 있다. 7개였나 8개였나 모르겠네. 그냥 딱 보면 알 수 있다. 나는 이거 교체하기 전에 본 유튜브 동영상에서 뭐 다른 부속품도 제거하고 그러는 걸 봐서 괜히 낑낑댔는데 해 보니까 나사만 다 풀면 교체할 수 있다.
나사를 다 풀고 살짝 들면 헌 에어필터가 보인다. 나사는 덮개에서 다 빠지지 않은 상태로 있으므로 흘릴 염려는 없다.
헌 필터 모습. 꽤 더럽다. 여기 먼지가 쌓이면 엔진으로 공기 유입하는데 애로사항이 있겠지.
헌 필터(왼쪽)와 새 필터(오른쪽) 모습. 헛, 근데 내 차에 있던 필터는 OEM 아니고 정품이었네;;;;;; 뭐 아무튼 브랜드 메이커만 찍어서 파는 거니깐. 그래도 정품은 폴란드제고 내가 산 건 독일제니 더 좋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새 필터를 집어넣고 다시 나사를 조립한 모습. 역시 필터를 갈고 나니 차가 굉장히 조용해지고 잘 나가는 것 같은데 순전히 기분탓이다. 디젤이라 이러나 저러나 시끄러운 건 어쩔 수 없음.
아무튼 이렇게 자가정비 가능한 건 자가정비 하면 수입차 유지비도 별로 비싸지는 않은듯. 오늘도 봐, 공식 서비스 센터에서 하는 가격의 1/3 가격에 했잖소. 부품 이것저것 갈아주는 재미도 있고 말이지.
글 잘봤습니다.
혹시 저 별모양 드라이버는 규격이 따로 있는건가요?
네. 별모양 드라이버도 모양은 같더라도 크기가 다양한데 T25 사이즈 쓰시면 됩니다(인터넷에서 T25 드라이버라고 검색하시면 많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