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 타이어 구매기

윈터타이어를 샀다. 굳이 윈터타이어가 필요한가, 눈 구경 한 번 하기 힘든데 꼭 해야 하나 말들이 많더라. 심지어 나는 따뜻한 남쪽 나라에 살고 있지 않은가?

근데 나도 사실 찾아보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꼭 눈길을 달릴 때 윈터타이어가 필요한 게 아니라고 한다. 노면이 차가워지면 타이어의 성능도 저하되어 미끄러지기 쉽다고 하네. 그래서 스노우 타이어가 아니고 윈터타이어라고 하는 거임.

윈터 타이어 성능 그래프

그래서 이런 그래프가 나오는데 외부 기온 7도를 기준으로 성능 차이가 확 벌어진다. 그러면 사계절 타이어를 쓰면 되지 않는가 하는데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사계절 타이어도 겨울에는 쥐약임. 그리고 아쉽게도 내 차에는 여름용 타이어가 기본 장착되어 있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도 볼 수 있다. 괜히 미끄러져서 큰 돈 깨지느니 미리 대비하는게 낫지.

차가 사륜구동이라면 어떨까? 예전에 아우디 콰트로 광고할 때 눈 덮인 슬로프를 힘차게 올라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위 동영상에서 보듯이 여름용 타이어 끼우면 말짱 황이다(오른쪽이 후륜에 윈터타이어 끼운 것). 후륜에 겨울타이어 끼운게 더 잘 올라감.

오빠 이 차 외제차 아니야

위 짤은 예전에 서울에 폭설 왔을 때 비싼 외제차들 쭉쭉 미끄러져서 “오빠 이 차 벤츠 아니었어?” 라는 제목으로 돌던 짤인데 겨울용 타이어를 끼우면 저럴 일도 없다 이거죠.

근데 또 비용이 문제겠다, 겨울 한 철 쓰자고 타이어를 새로 사나? 싶은 생각이 들 법도 한데 잘 생각해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어차피 겨울용 타이어 쓰는 동안은 여름용, 혹은 사계절용 타이어를 안 쓰고 있을테니 그만큼 여름용 타이어를 오래 쓸 수 있죠. 비유를 하자면 검은색 볼펜만 계속 쓰다가 다 쓰면 새로 똑같은 펜 사는 경우랑, 검은색, 빨간색 하나씩 사서 그때그때 필요에 맞게 바꿔 쓰는 경우랄까? 물론 갈아끼는 공임이 일 년에 두 번씩 생기긴 하지만 어차피 중간중간에 타이어 위치교환도 해 줘야 하고 하니 따져보면 그렇게까지 손해는 아님.

참고로 한국에서는 11월 ~ 3월 정도까지 윈터타이어를 쓰면 좋단다. 나같이 따뜻한 남쪽 나라에 사는 사람은 12월 ~ 2월(…)

그리하여, 어쨌든 사긴 사야겠다 결정. 최저가 검색을 해보자.

타이어 다나와

아직까지 타이어는 썩 훌륭한 비교 사이트가 별로 없다. 다나와 정도가 괜찮은데 인기순위 1, 2위를 다투는 타이어 모습. 보통 한국 타이어 아이셉트 에보나 금호 윈터크래프트를 많이들 한다. 저 가격은 짝당 가격이고 배송비나 장착비는 별도가격. 배송비까지만 했을 때 대충 50만 원 정도가 최저가인듯. 참고로 타이어는 사이즈에 따라서 같은 모델이라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모델명만 가지고 가격비교를 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

타이어 다나와 2

그 다음 순위들. 넥센 윈가드로 하는 게 가장 쌀 것 같다. 헉, 근데 4번에 저 어마어마하게 비싼 타이어는 도대체 뭐지? 궁금해졌다. 브리지스톤이면 왜제(made in Japan) 타이어인데 찾아보니 블리작 시리즈가 꽤 유명한 모양. 근데 너무 비싸잖아. 그러면 직구를 알아보자. 점점 일이 커진다.

타이어를 직구하는 사람도 아주 드물게 있기는 있는 모양이던데 추천하는 사이트가 tirerack.com 이더라. 나도 들어가 봄.

타이어랙

첫 화면. 차 종류, 혹은 타이어 사이즈로 검색을 하라고 하네.

타이어 종류

타이어랙 사이트에 있는 타이어의 종류. 타이어도 그냥 여름용, 겨울용, 사계절용만 있는 줄 알았더니 그 사이에도 종류가 진짜 엄청나게 많네. 내가 지금 사야 하는 건 윈터 타이어인데, 그 안에서도 퍼포먼스, 스터드리스, 스터더블 뭐 이렇게 나뉘는 모양. 스터더블은 징박힌 타이어 말하는 것 같은데 이건 제끼고…… 퍼포먼스는 겨울용인데 접지력을 약간 양보한 대신 승차감이나 달리기 성능을 좀 올린 타이어, 스터드리스는 징은 없는데 접지력 쪽에 무게중심을 둔 타이어인 듯.

이걸 노르딕, 알파인 계열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노르딕은 극한 상황에 적합한 타이어, 알파인 타이어는 그걸 좀 양보하고 달리기 성능 쪽도 약간 개선한 타이어라고 한다.

뭐, 나는 눈길을 자주 다니기 보다는 평범한 도로주행이 많을테니 퍼포먼스 윈터 쪽으로 검색.

타이어랙 윈터타이어 순위

순위가 쭉 이렇게 나온다. 저 점수는 구매자들이 직접 써보고 나서 평가한 점수의 평균값. 피렐리에서 나온 소토제로3라는 타이어가 짱먹었다. 아까 다나와에서 엄청 비쌌던 타이어도 3위에 랭크되어 있음.

윈터 퍼포먼스 1, 2위

방금 순위표에서 상위권 먹은 타이어의 가격이다(미쉐린 알파인은 아마 나랑 맞는 사이즈가 없어서 빠진 듯). 네 짝 하면 670 달러 정도. 저기에 미국내 배송료가 따로 있고, 한국으로 오는 배송료가 또 따로 있고, 관세, 부가세가 또 있을테지…… 확실히 100만 원은 넘겠다. 참고로 4짝 기준으로 미국에서 한국으로 배송할 때 비행기로 보내면 26만 원 정도, 배로 보내면 8만 원 정도 든다고 함.

윈터 스터드리스 순위

스터드리스 쪽도 순위표를 보자. 브릿지스톤 블리작 WS80 이랑 미쉐린 X-ice Xi3가 짱먹었네. 저 모델명도 아주 자세히 봐야 한다. 국내에 보면 옛날 버전(WS70, WS60 등)을 아직 팔고 있기도 함.

윈터 스터드리스 1,2위

이것도 가격이…… 해외 배송비만 아니면 합리적인 가격인데 배송비에 관세까지 하면 너무 오바 같겠다 싶다. 에이, 국산 타이어도 좋겠지.

그래서 다시 국산 타이어 쪽으로 생각을 해보자. 근데 국산 타이어는 외국에서 평가가 어떤지 궁금해서 알아보고 싶은데 저 사이트에는 이상하게 겨울용 국산 타이어는 아예 팔지를 않는다. 그러니 비교해 볼 수가 없어서 혹시나 다른 타이어 비교 사이트가 없나 싶어 찾다가 tyrereview.co.uk 라는 영국 사이트를 발견. 여긴 타이어 판매하는 사이트는 아닌 것 같고 사이트 이름 그대로 타이어를 비교만 해주는 사이트인 것 같음. 여기 좀 더 타이어 종류가 많더라.

그래서 찾아보니 여기는 한국 타이어 아이셉트 에보도 있다.

아이셉트 에보 평

헛, 그런데…… 평가 점수야 그렇다 치고 리뷰에 적힌 글들이 좀 섬뜩함. 미끄러지고, 위험하고…… 물론 좋은 평들도 많지만 뭔가 괜히 찝찝함. 안전하려고 일부러 고르는 건데 말이지.

아이셉트 에보 2

이건 올해 새로 나온 아이셉트 에보 2에 대한 리뷰. 근데 이건 아직 풀린지 얼마 안돼서 정보가 좀 부족하다. 다른 국산 타이어는 어떨까.

금호, 넥센

금호타이어 쪽도 정보가 부족, 넥센은 점수가 너무 박하네……

그럼 아까 타이어랙에서 짱먹었던 Sottozero 3는 여기서도 짱먹나?

3사 비교

와우, 더 짱먹는 타이어 두 개 발견. 특히 제일 오른쪽에 있는 Continental WinterContact T850 은 각종 테스트에서 1위를 저렇게나 많이 했다고 하니까 막 더 땡김. 게다가 Continental 이라면 외계인을 고문하는 나라, 독일회사가 아닌가! 근데 저것도 타이어랙에 없다. 한국에도 안 팔고…… 그러면 독일 아마존을 보자.

아마존 윈터콘택트

오, 있다 있다. 가격도 저렴함. 저기서 Fuel Efficiency class 는 A ~ F 까지 나뉘는데 제일 높은 등급과 제일 낮은 등급 사이에는 1,000km 달릴 때 기름 6리터를 더 먹는 차이가 생긴다고 한다. 한 등급당 대충 1리터 차이. 91H 라는건 타이어 하나가 지지할 수 있는 중량과 속도지수를 나타내는 말인데, 91은 615kg, H는 210km/h를 뜻한다. 그러니까 2,460kg까지 싣고 210km/h로 달릴 수 있다는 말이지(참고 링크). 같은 모델 안에서도 저 수치에 따라 가격이 약간씩 다르긴 한데 저정도면 나한테는 충분. 사이즈만 같으면 장착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아마존 평

질문게시판에서는 타이어 제조일자에 대해 묻고 있는데 정확히는 안 말해주고 2년 이내 제조한 타이어라고 함. 밑에 적힌 리뷰에서도 좋다고 하는 듯(독일어 전혀 모름).

자, 이제 마음은 굳혔고, 독일에서 한국으로 배송해 줄 배대지를 찾아봐야겠다. 예전에 몰테일에서 카시트 시켰다가 부피무게 때문에 폭탄 맞은 경험이 있어서(…) 다른 배대지를 찾아봄.

유로라이프 화면

이번에 선택한 배대지는 유로라이프 25. 여기가 좋은 점은 면세쇼핑 대행을 해준다는 것. 원래 EU 국가에서 외부로 바로 나가는 상품은 공산품의 경우에 세금 19%를 내지 않아도 되는데 아마존에서 한국으로 직배송이 되는 경우에는 알아서 빠져서 계산이 된다. 하지만 배대지를 통하면 그게 불가능하고 추후에 따로 신청해서 환급받아야 되는데 당연히 귀찮고 잘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서는 수수료 좀 받고 그걸 대행해줌. 거기에 한-EU FTA에 의한 관세, 부가세도 일부 면제받을 수 있는데 그것도 수수료 받고 대행해준다. 가격 좀 비싼 물건 살 때는 아주 큰 이득.

일단 저기 셀프 계산기로 두드려 보면,

예상 견적

원래 118.19 유로인데 세금 떼고 99.32유로에 살 수 있다. 물건값, 배송비, 관세, 부가세 싹 다 합해서 대략 90만 원 나온다고 함. 타이어 무게는 원래 9kg 정도인데 부피무게 때문에 12kg 잡으면 얼추 맞다.

아, 여기서 다시 고민. 내가 너무 오바하는 거 아닌가. 국산 타이어도 괜찮은데 굳이 2배 정도 가격을 치를 가치가 있나. 아, 근데 겨울 한 철이라도 기왕이면 승차감도 좋았으면 좋겠는데, 아까 저기 빨간 줄 글씨들 겁나는데…… 이런 마음이 막 충돌.

그러다가 자동차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 형님께 조언을 구했더니. “좋은 차에는 당연히 좋은 타이어 써야지!” 하시며 일축. 뭐 그렇게 좋은 차는 아니지만 아무튼 그래서 지르게 되었다.

최종 정보

배대지에 도착해서 최종 무게 계산하고 할인도 좀 받고 포장 2개로 나눠서 온다고 패킷 요금 4천 원 추가되고 등등 해서 배송비까지 80만 원 약간 더 넘게 나왔고,

국제배송중

배송중이라는 알림.

한국 통관중

통관중이고 관세 76,000원 내라는 문자가 옴. 총 88만 원 정도 들었다. 예상보다 약간 싸게 나왔네.

그렇게 월요일에 시킨 물건을 그 다음주 토요일에 받을 수 있었다. 이게 중간에 아마존에서 2개씩 나눠서 하나를 늦게 보내줘서 그런건데 거기서만 3일인가 소요했다. 그거 아니었으면 일주일 정도 걸렸을 것 같다.

제품수령

차에 실은 모습. 인터넷 어디서 골프 트렁크에 네 짝 다 실을 수 있다고 그랬는데 막상 실으니까 트렁크 문짝이 안 닫혀서 뒷좌석 접어서 마저 실었다. 포장은 약간 실망인데 여기저기 타이어 표면이 살짝 밖에 노출된 부분이 있더라고. 부피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포장을 최소로 한 것도 이해는 가지만 혹시나 어디 뾰족한 데 찍혔을까봐 좀 걱정됐다.

타이어 가게

마침 우리동네에 타이어 보관 해준다는 곳이 있어서 여기로 옴.

가게 내부

가게 내부 모습.

기존 타이어 모습

원래 달려있던 타이어. 비 왔는데 세차 안해서 좀 더럽네.

알록달록

알록달록한 새 타이어.

새 타이어 회전방향

기존 타이어는 안팎 구분이 있었는데 이번 타이어는 회전방향이 정해져 있다. 이런것도 잘 보고 사야 된다. 재수없으면 왼쪽 타이어만 4개 올 것이 아닌가.

도트번호

생산달을 나타내는 도트번호. 15년 39주차니까 얼마 안 된 신상 타이어.

뜯어낸 기존 타이어

뜯어낸 기존 타이어. 쓰레드가 6mm 정도 남았는데 아직 좀 더 쓸 수 있겠다.

기존 타이어 분리중

휠에서 기존 타이어를 벗겨내는 기구. 집에서 셀프로 타이어 교체를 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저런 기구가 없기 때문.

휠 밸런스 검사중

휠 밸런스 조정중이다. 바퀴를 돌려서 중심이 한가운데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휠밸런스 수정 후

이렇게 추 같은 걸 붙여서 조정한다(처음 봄).

휠얼라인먼트 확인중

휠 얼라인먼트도 본다. 바퀴에 저렇게 생긴 기구를 붙여서 바퀴의 위치가 좌우 위아래 똑바로 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

휠얼라인먼트 확인중 2

이렇게 기계에 네 짝의 위치가 정밀하게 뜬다. 이런거 진짜 대충 해주는 집도 많다던데 이 집은 (내가 보기에는) 엄청 꼼꼼하게 봐 주시더라. 집 근처에 이런 집이 있으니 잘됐다 싶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승차 후기. 여름 타이어는 약간 딱딱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걸로 바꾸니까 뭔가 몽골몽골하게 달리는 기분이다. 원래 겨울용 타이어가 추워도 딱딱해지지 않도록 좀 더 말랑말랑한 재질이라고 함. 그리고 사실 무엇보다도 바닥에 끈적끈적 붙어서 가는 느낌이 예술이다. 무슨 껌처럼 붙어서 굴러가는 느낌. 겨울용 타이어로 바꾸고 나면 연비가 확 떨어진다는 말도 있던데 나는 거의 비슷하게 나옴.

다른 겨울용 타이어를 안 써봐서 모르겠지만 일단은 아주 만족. 이제 기온만 좀 더 떨어지면 완벽한데 아직 바깥기온이 너무 높아서 좀 일찍 갈았나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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