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실에서 근무하고 있으면 기자들에게서 전화가 많이 온다. 혹시 뭐 기사 쓸 거리가 있나 싶어서인데, 생각해 보면 기자라는 직업은 참 힘든 직업인 것 같다. 누가 “여기 특종 있소!!”라고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발바닥에 땀나게 돌아다녀야 되니까. 그래서 기자들은 혹시 큰 불이라도 났나 해서 소방서에 수시로 ping을 보낸다. 경찰서에는 아예 기자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방송 3사와 YTN, CBS 등이 우리 소방서 단골 고객인데 최근 한겨레신문 기자도 단골 고객이 되었다. 단골 고객이라고 소방서에서 뭐 잘 해주는 건 없고 그냥 하루에 서너번씩 정기적으로 소방서에 전화를 한다는 뜻이다.
그 중 SBS의 권난* 기자라는 분은 목소리가 참 귀엽고 정감있다. 그래서 기사거리가 될 만한 것이면 뭐든지 알려주고 싶은 기분이 든다. 보아하니 아직 기자라는 직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되신 분인 듯 물어볼 때 말을 좀 더듬고 많이 당황한다. 한번은 실장님이 자꾸 전화하니까 짜증난다고 “당신은 하루에 세 번씩 밥 먹었냐고 물으면 기분 좋겠소?”라며 면박을 한 번 준 모양이다. 다음 날 전화해서는 나한테 한풀이를 하더라고.
다른 방송사 기자들은 별로 특색이 없고, 요즘들어 전화하기 시작한 한겨레신문 기자는 좀 특색있다. 베테랑 기자인 것 같지는 않은데 꽤 연륜있는 목소리이며 경상도 억양을 쓴다. 근데 말투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딘가 써 놓은 글을 줄줄 읽는 듯한 그런 느낌인데 듣고 있으면 절로 짜증이 난다. 큰 불이 나도 가르쳐주기 싫을 것 같다. 아, 그렇다고 내가 한겨레신문에 대해 악감정이 있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나는 한겨레신문을 좋아한다.
이런 기분은 단순히 전화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듣기에 편하다, 부담스럽다를 기준으로 갈리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SBS 기자만 여자고 나머지는 전부 남자이며, 특히 한겨레신문 기자는 그 중에서도 가장 딱딱한 목소리를 가진 남자다. 아하!
‘여성스러움 = 부드럽고 편안함’ 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이런 면에서 어느 정도 여성이라는 면이 강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114 안내전화를 비롯한 각 회사의 안내전화, 사무실 비서 등의 방면에서도 여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 않은가. 다만 그런 일이 사회적으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니 여자에게 맡긴다’라고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으니 문제지.
어쨌거나 결론은, SBS 권난* 기자 한 번쯤 만나 보고 싶다는….. 오늘은 다른 사람이 전화했던데 휴가가셨나?
SBS홈피에 글 올려보든가;;; 예전에 MBC기자들이 너무 건방져서 짜증났었는데 성격 좀 고쳤을래나 모르겠네-_-;; 박준하 수방님…요즘은 어떻습니까-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