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유효기간도 다 돼 가고 해서 새로 여권을 신청했다. 아마 이번이 다섯 번째 여권이지 싶은데 처음 세 개는 미필일 때 만든 거라 전부 단수여권이었던 듯. 그것들도 안 버리고 놔두거나 사진이라도 찍어둘 걸 좀 궁금하다.
그리고 이게 마지막 여권인데 군필 됐다고 10년짜리 복수여권 끼얏호 하면서 만들었던 것 같다. 10년 엄청나게 길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유효기간이 다 됐네.
10년 전 여권 사진. 하이고~ 앳되다 앳돼.
이런저런 비자들. 여기저기 많이도 다녔다. 근데 왜 비자는 저렇게 막 삐뚤빼뚤하게 찍어주는지 몰라. 정해진 순서에 따라 삐뚤지 않게 찍어주면 좋겠는데 뒤집힌 것도 있고 막 그러네.
이건 베를린 장벽 있던 터에서 찍은 가짜 비자들. 장벽 있던 시절에 실제로 쓰던 스탬프들인데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이 각각 관리하는 구역이 달라서 아마 저렇게 스탬프가 다양했다는 듯. 저거 다 찍는데 20유로인가 줬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니 돈 지랄. 심지어 돈 주고 찍고 있는 순간 든 생각이, ‘헉, 공산국가 갔다 왔다고 한국에 입국 안 시켜주면 어쩌지!!’ 였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아무튼, 여권 만들 때는 다른 건 몰라도 사진이 문제다. 돈을 아끼기 위해 집에서 찍기로 하고 찾아보니 아래와 같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고 함.
(출처 : http://www.passport.go.kr/issue/photo.php)
이것 봐, 규정이 이렇게 까다롭다(자세히 보면 말도 안 되게 찍은 사진 많은데 좀 웃김).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던 게(늘 사진관에서 찍었으니까 관심 없었음) 몇 개 있는데 배경은 무조건 흰색이면서 반대로 옷은 흰색이 아닐 것, 얼굴이나 배경에 그림자가 없을 것 등이다. 보통 집에서 찍은 사람들이 그림자 때문에 많이 튕긴다고 한다. 또 인터넷에서 본 어떤 사람은 자기 귀가 붙은 귀인데 여권과에서 귀 안 보인다고 자꾸 다시 찍어오라고 했다는 글도 봤음. 자기 귀가 원래 그렇게 생겼는데도 막무가내라 귀 뒤에 휴지 끼고 찍었다나 뭐라나. 나도 얼마 전에 찍어놓은 사진 그냥 쓰려고 했는데 배경에 그림자가 있어서 새로 찍어야겠더라.
사실 여권 신청할 때 증명사진이 딱 한 장 필요한데 사진관에서 찍으면 보통 1만 ~ 2만 원 정도 받는다고 한다. 솔직히 요새 온라인에서 사진 인화 맡기면 한 장에 100원이면 뽑는데 너무 바가지다. 인터넷 찾아보니 제대로 찍고 잘 편집해서 이마트나 코스트코 사진관에 맡기면 100원 ~ 300원이면 된다고 하니 그렇게 해야겠다.
집에서 찍으려면 일단 삼각대가 있어야지.
벽지에 무늬가 있으니 흰 배경 만들기용 종이도 필요하다. 전지가 있으면 좋은데 없으니까 상에 까는 얇은 종이로 대체…… 근데 사실 포토샵으로 배경 따면 되기 때문에 굳이 필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흰 배경을 벽에 부착하였다. 나만의 사진관(?) 완성.
얼굴에 그림자가 지지 않게 집에 있는 조명도 동원.
대충 이렇게 모양 빠지게 들고 찍으면 되는데 저것보다는 좀 더 조명이 정면에서 비치는 것이 좋다. 찍을 때는 편집할 때 수월하도록 RAW 파일로 찍으면 더 좋음.
그리하여 찍은 결과물들. 빨간 티셔츠는 좀 이상할 것 같아서 옷 갈아입고 찍었다. 이 중에 골라야 함.
이게 제일 여권사진 규정에 맞게 나온 것 같아서 이걸로 골랐다.
수정중. 왜곡도 보정하고 잡티도 좀 없애고 배경도 따서 지워버리고…… 지금 보니까 그냥 오토로 갈겼더니 ISO 1600으로 찍혔네. 어쩐지 노이즈가 자글자글 하더라.
완성본. 헛, 근데 여태 몰랐는데 목 카라가 삐뚤어졌다…… 에이씨 뭐 괜찮겠지.
그렇게 찍은 사진 파일을 메모리에 담아서 사진 뽑고 여권 신청하러 출발. 아주 예전에는 여권신청할 수 있는 곳이 전국에 몇 개 없어서 서울에서는 아마 종로구청이랑 영등포구청에서만 받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아무 구청에나 가면 해주니 참 좋은 세상이다.
마침 마산 합포구청 바로 옆에 이마트가 있어서 거기 사진관으로 감. 사진 주고 맡겼더니 10분만 기다리란다. 10분 기다리니까 사진을 드라이기로 말려서 주는데…… 악! 가격이 6천 원!!! 별로 급한 것도 아니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인터넷에 맡길걸!!!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 좀 썽났음. 솔직히 찍는 것도 내가 하고 편집도 내가 하고 여기서는 사진 그대로 뽑아서 잘라주기만 했는데 6천 원은 너무 심한 거 아님? 그래도 가격 미리 안 물어보고 맡긴 내 잘못이라 어쩔 수 없었다 ㅠㅠ
아니 근데 더 짜증나는 일 발생. 걸어가다가 사진을 잘 나왔는지 확인하려고 꺼내보니 글쎄 머리 윗부분이 짤려있는 거 있지!! 안 그래도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 짜증났는데 머리까지 짤라먹어서 엄청 짜증났음. 내가 일부러 머리 위 공간도 규격에 맞게 편집도 했고 뽑을 때 여권사진용으로 뽑아달라고까지 이야기했는데!!
당장 가서 다시 뽑아달라고 했다. 에이씨 집에 포토 프린터 하나 있으면 좋았을 걸.
우여곡절 끝에 다시 뽑은 사진. 그래도 나름 사진관에서 찍은 것 같은 느낌 남.
합포구청에 도착은 했는데 여권신청을 어디서 하는지 모르겠다. 여권과라는 게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거 없음. 부서 이름만 봐서는 솔직히 모르겠다.
오, 찾았다. 민원지적과에서 여권 업무를 하는구나. 번호표 뽑고 순번 돼서 창구에 갔다.
헛, 근데 담당직원이 여권 사진을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거 사진관에서 찍은 거 맞죠?” 이래서 “아뇨 집에서 찍었는데요.” 했더니, 이거 아마 반려될 것 같다고 하더라. 다시 찍어야 할 것 같다면서 오늘 안에 다시 갖고 오면 월요일에 받을 수 있단다. 뭐가 문제냐고 여쭤보니 목 밑이랑 코 밑에 그림자가 져서 안될 것 같단다. 그래서 내가 인터넷에서 여권 규정 보고 왔는데 얼굴에 그림자 진 거 이야기는 있어도 목에 그림자 진 것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코 밑에 그림자도 별로 안 심하지 않냐고 이야기했더니 자기가 접수받아도 아마 안에서 심사하는 직원이 엄청 깐깐하기 때문에 분명히 반려시킬 거란다.
그래도 혹시나 모르니까 일단 접수해달라고 했더니 불이익 받을 것 각오하겠습니다 뭐 그런 문구에 싸인하라고 한다. 그래도 다행인 건, 사진 다시 접수하더라도 추가비용이 들지는 않는다고 한다(물론 사진 새로 뽑고 구청까지 다시 차 타고 와야 하니까 돈이 든다면 들지만……) 그리고 사진에 문제 있으면 오늘 중으로 연락이 갈 거라고 하심. 근데 계속 여권 받을 수 있는 날짜가 하루씩 밀린다는 걸 강조하는 걸 보니 시간 임박해서 여권 신청하러 오는 사람이 되게 많은 모양이다.
아무튼 그래서 하루종일 엄청 기분이 안 좋았음. 생각보다 여권사진도 비싸게 뽑았고, 나름 자신만만하게 규정에 맞춰서 사진 준비해서 갔는데 반려될 지도 모른다고 하니 계속 우울하더라고.
오, 근데 하루 종일 아무 연락도 안 왔다!
근데 여권 나오기로 한 날까지도 아무 연락이 안 왔음. 혹시 중간에 사진 때문에 연락 왔는데 내가 못 받았나 싶어 더 불안했는데 전화해보니까 여권 정상발급 됐다고 찾으러 오란다. 끼얏호! 괜히 합포구청 여권과 앞에 가서 히딩크 어퍼컷 날리고 싶은 기분.
그리하여 우여곡절 끝에 여권 발급 성공. 이렇게 여권신장에 이바지하였습니다.
3줄 요약
- 여권 사진 찍을 때 그림자 아주아주 조심.
- 포토 프린터 있으면 좋겠다. 아니면 인터넷에서 인화하는 게 쌈.
- 아무튼 포토샵 조금만 할 줄 알면 엄청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