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연필을 다시 좀 써보니 사각사각 써지는 느낌도 참 좋고 나무 냄새도 좋고 아무튼 좋더라. 연필깎이는 국민학교 때 엄마 아빠가 사주신 <ELM V–3>라는 자동 연필깎이가 있어서 그걸로 대충 쓰고 있었는데 오래돼서 그런가 아니면 원래도 그랬던가 몰라도 날카롭게 깎이지도 않고 너무 시끄럽기도 하고 해서 연필깎이를 하나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쭉 검색을 해보니 우리 때도 다들 썼던 <샤파> 연필깎이도 아직 많이 팔리고 있고 내가 쓰던 저 자동 연필깎이도 꽤 유명한 제품인 것 같고 아니면 그냥 휴대용 돌려깎는 연필깎이도 많이들 쓰는 것 같고 하던데 일본 <Carl>사에서 나온 <Angel–5>라는 연필깎이가 아주 유명한갑더라고.
기본형은 12,000원 정도면 살 수 있는 것 같고 그 모델 중에 최고급형은 Royal 모델인데 한국 인터넷 쇼핑몰에서 45,000원 정도 하더라. 기본형이랑 다른 점은 본체가 쇠로 되어 있고 연필 잡는 부분이 고무로 되어 있어서 연필이 상하지 않고 심 굵기를 0.5mm, 0.9mm 중에 선택해서 깎을 수 있고 그 하위 모델은 다 중국 생산인데 이것만 일본 생산이고 어쩌고 저쩌고…… 그 둘 사이에 Premium 모델도 있는데 이건 심굵기 선택지가 없다는 거랑 중국생산이라는 것만 빼고 Royal하고 같은 듯.
기왕 사는 거 좋은 것을 사고 싶었으나 연필깎이에 45,000원은 좀…… 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일본 아마존을 뒤져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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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1,818엔에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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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한국으로 직배송도 돼서 세금 빠지고 배송비 더해도 대략 24,000원이면 살 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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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좀 더 지나서 도착했다. 포장 상태는 그냥 그렇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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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품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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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뭐라 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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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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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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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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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벗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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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절 버튼은 이렇게 생겼음. 왼쪽으로 돌리면 0.5mm로 깎이고 오른쪽은 0.9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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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보면 고무링이 보인다. 사실 나는 연필 상하는 거 별로 신경쓰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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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막 굴러다니던 노란연필을 깎아보자. 나뭇결 상태가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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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전하고,
깎이는 소리 감상. 아 좋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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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은 후. 헉!! 나뭇결이 좋지 않았던 것이 연필깎이 때문이었구나. 하긴 25년 정도 썼으니 오래 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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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오급 연필도 깎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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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흉기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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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정도 되는 몽당연필도 깎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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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고오급 연필로 재탄생.
<요약>
- 0.5mm로 깎으면 필기감이 완전히 달라지더라. 아주 날카롭게 써지는 느낌이 아주 좋음. 대신 싸구려 연필을 이렇게 가늘게 깎으면 잘 부러진다. 고급 연필은 괜찮음.
- 0.9mm로 깎는 옵션이 있지만 안 쓰게 된다. 저 회사에서 나온 보급형 제품도 다 0.5mm로 깎인다고 하는 것 같고 속에 들어가는 칼날은 같다고 하니 굳이 이것 때문에 Royal 모델을 살 필요는 없을 듯.
- 뒤집어도 톱밥받이(?)가 떨어지지도 않고, 바닥에 있는 고무 덕에 잘 움직이지도 않는 등 만듦새가 아주 좋다.
- 필기감이 좋아지니 공부가 즐거워진다. 여담으로 손에 땀이 나도 나무가 흡수해주고 센 필압으로 꾹꾹 눌러써도 심이 부러지지 않으니 샤프 쓸 때보다 훨씬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