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을 맞이하야 부산에 들러 부모님과 식사하러 갔다. 맛있고 분위기 좋은 집이야 다 해운대에 몰려 있지만, 부모님 댁에서 너무 멀기 때문에 남포동에 괜찮은 곳이 없나 싶어 찾아보니 <트리사라>라는 곳이 있다고 하더라. 검색해 보니 평이 정말 훌륭해서 여기다 싶었음. 마침 그런 식당이 엄마 취향이기도 하고……
전화로 미리 예약했는데 자체 주차장은 없다고 했다. 그 근처가 길이 좁고 차를 가지고 가는 게 헬이라는 걸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그냥 롯데 광복점에 주차하고 갔다.
주차하고 걸어가는 길. 굳이 또 기타를 가지고 가겠다고…… 지도상에는 걸어서 대략 15분 정도라고 했는데 꽤 멀었다. 혼자 가는 길이면 괜찮은데 괜히 부모님 모시고, 걷기 싫어하는 어린이 데리고 가자니 괜히 좀 마음이 급해짐.
드디어 도착. 이 가게는 대각사랑 동주여고 근처에 있고 간판이 크지 않아서 잘 눈에 띄지는 않는다. 동주여고는 나 학교 다닐 시절에는 동주여상이었는데 부산에 처음 와서 뭔 시내 한가운데에 고등학교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남. 대각사도 마찬가지. 무슨 시내 번화가 한복판에 절이;;;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밖에서 보면 되게 작아 보이는데 막상 들어가면 꽤 넓다. 저 창 뒤로는 대각사가 내려다 보이는데 아주 멋지다.
시켜놓고 기다리는 중. 분위기는 참 고급스러운데 의자 시트 커버가 너덜너덜해서 좀 그랬다. 38,000원짜리 세트가 있어서 그걸 시키려고 했는데 그건 스테이크랑 와인만 나오는 거라고 해서 취소하고 샐러드, 스테이크, 파스타, 피자 등등을 종류별로 시킴.
요건 그린 샐러드(6,000원). 상큼하니 맛남.
서비스로 빵이 나왔다. 인도식 난 같은 느낌. 맛있었음. 한 번 추가는 되는데 두 번 추가는 안 됨.
요건 마르게리따 피자(15,000원). 원형이 아니고 약간 타원형으로 생긴 피자였는데 아주 훌륭했다.[1] 먹다 보니 찍을 타이밍을 놓쳐서 조각만 찍음.
식사에 열중인 모습. 우리 딸은 빵 킬러[2].
피자는 순식간에 없어졌다. 여기가 전체적으로 양이 정말 엄청나게 적다.
이건 “더 착한 스테이크(18,000원)”. 가격은 저렴하고 양은 많아서 이름이 “착한 스테이크”인데 값싸고 질 좋은 미국산 쇠고기를 써서 그렇다(좀 찝찝하지만……). 그나마 양이 많다고 하는 게 저 정도(…) 옆에 놓인 건 쌀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남미도 아니고 조나 기장 같은 그런 곡식이었는데 뭔지 잘 모르겠다. 이것도 맛있었음.
이건 안심 베리 스테이크(37,000원). 엌ㅋ 이건 좀 비싸네. 한우 안심에 블루베리 잼 같은 것을 곁들여 나온다. 이것도 진짜 맛있었는데 문제는 양…… 진짜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양이 적더라.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픔.
헉, 봉골레 파스타(14,000원)도 시켰는데 사진을 못 찍었네. 그것도 정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양이 적었음. 내가 음식사진 찍고 있으니까 아빠는 뭐 그런 걸 찍냐고 하시면서도 찍을 때 까지 손 안대고 놔두심. 엄마 말로는 요즘 50 ~ 60대 아줌마들도 음식 나오면 음식에 대한 예의부터 지키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역시 동방예의지국이다.
다 먹고 나니 디저트가 서비스로 나온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녹차, 홍차, 허브티 등등이 있고 어린이용으로는 각종 에이드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런 거 따로 시키면 다 비싼데 서비스로 나와서 좀 감동.
위에 별로 안 좋게 쓴 것 같은데 음식 자체는 진짜 훌륭했다. 하나하나 다 최고로 맛있었다.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지는 않아서(저렇게 먹고 10만원이 안 나왔음) 양이 너무 적다는 것만 빼고는 아주 훌륭했다. 남자들이 오면 양 때문에 다 좀 불평할 것 같고 적게 먹는 여자들 모임하기에는 딱 좋을 것 같았다.
또, 가게 분위기도 좋고 직원들도 다 친절했다. 게다가 어디서 무슨 연예인 지망생들만 뽑아놨는지 남자 종업원이고 여자 종업원이고 다들 탤런트 뺨 치게 잘 생기고 예쁨. 다만 종업원들이 일한 지 얼마 안됐는지 좀 어리바리한 면은 있더라. 옆 테이블에 갈 음식이 잘못 오기도 하고, 주문 받을 때도 잘 못 알아듣기도 하고. 뭐, 그래도 괜찮았음.
이제 주차장으로 가는 길. 잔뜩 먹고 운동은 안 하고 계속 안겨서 가려는 과체중 어린이.
물놀이 하는 동상 만지기. 저러다가 빠질 뻔 함.
갑자기 기타 달라고 하더니 저기 올라가서 즉석 연주 시작. 자세가 됐어. 근데 멍석 깔아주면 잘 안함.
호응 유도하는 김 모 어린이(5세). 나중에 연예인 하겠다고 할까봐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