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를 심자

고구마 사다 놓은 것 다 못 먹고 바구니 안에 내버려둬 놨더니 싹이 났더라. 이것 참 그냥 버리기도 괜히 좀 불쌍하고 그렇다고 먹을 수도 없고 좀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물에 반쯤 담가 놨더랬지. 그랬더니……



헉, 이렇게 꾸역꾸역 자라기 시작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너무 잘 자란다. 이제 물컵이 비좁아 보이기도 하고 이거 고구마 수확해서 먹을 수도 있을까 싶기도 하고 우리 딸에게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가르쳐주고 싶기도 하고(?) 싶어서 화분에 옮겨 심어보기로 했다.


어릴 때 이런 일 있으면 흙은 그냥 아파트 화단에 있는 흙 가져다 쓰고 그랬는데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한 번도 제대로 자란 적이 없어서 좀 좋아 보이는 흙 삼. 사는 김에 삽도 샀는데 영 싸구려라 그런가 재질이 플라스틱임.


일부러 다 같이 있는 시간에 옮겨심기 시작했다. 먼저 흙을 반쯤 깔고,


와……. 고구마 크다. 약간 산삼 캐는 느낌.


옮겨심었다.


그리고 흙으로 좀 더 덮고 물주기.


일주일 후 모습. 쑥쑥 잘 자라고 있다.


또 물주기. 그리고 어디서 본 건 있어서 귤 먹고 남은 껍질 좀 얹어놨다. 거름 되라고.

물은 얼마나 자주 줘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어릴 때 뭐 키울 때 보통 물을 안 줘서 죽인 적은 거의 없지만, 너무 자주 줘서 썩여 죽인 적은 많았지. 이게 맨날 학교에서 “식물에 물주기” 이런 걸 착한 행동으로 규정해서 그렇다. 물만 많이 주면 무조건 잘 자라는 줄 알았죠.

그리고 그 후……


달걀도 뒤집어서 얹어둠. 거름 되라고.





와, 과연 구황작물이라더니 진짜 잘 자란다. 근데 우리 딸 관심 좀 가지라고 일부러 심은 것도 있는데 지는 전혀 관심 없고 나 혼자 매일매일 보면서 좋아하고 물 주고 있다. 내가 이러려고 고구마 심었나 싶어 자괴감 들고 괴롭다.

근데 이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네;; 잎을 좀 쳐줘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아니라는 사람도 있고……. 꽃은 언제쯤 피려나? 수확은 언제쯤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