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시가 끝났다. 다른 동기들은 해외 어디로 많이 놀러가기도 하고 집에서 편하게 쉬거나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등 즐겁게 인생 마지막 휴가를 즐기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 역시 평소에 정말 너무너무 하고 싶었지만 바빠서 못했던 육아전쟁을 치르고 있다. 와 정말 신 난다.
마침 신세계 센텀에서 뽀X로와 타X 체험관인지 뭔지가 열린다고 해서 찾아갔다. 센텀에서 뭔가를 사면 무료입장이다.
주말인데도(?) 사람이 매우 많았다? 저건 타X 버스 직접 탈 수 있는 체험관인데 사실 조종은 부모가 해줘야 한다. 매우 귀찮음.
이건 파란 배경에 서면 타요 버스와 합성해 주는 서비스. 원래는 핸드폰을 주면 거기에 직접 사진을 넣어주는데 아이폰은 안된다고 직접 우리처럼 찍으라고 한다. 뭐야 이거.
범퍼카 타는 곳 안에 들어가 있는 영혼 없는 아빠셋. 저기 위에 지쳐 쉬고 있는 아빠도 보인다. 묘한 동지의식이 흐름.
갑자기 대형 뽀X로 인형이 등장했다. 같이 사진 찍어주는 역할인데 사람들 줄서고 난리남.
뽀X로도 가만히 보니 표정이 유체이탈중.
토요일은 이렇게 신 나게 뽀X로와 타X로 버티고, 일요일은 딱히 갈 곳도 없고 해서 동네 놀이터 탐방. 애엄마가 몸이 나빠서 내가 하루종일 전담마크 했는데 온종일 지내다 보니 조금 더 아이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그 중에 하나는,
애가 날 닮아서 저렇게 소심하다는 거. 저기에 친구들이 많은데 왜 같이 놀지를 못하니…… 가서 같이 놀자 하라니까 자기는 부끄럽다고 나보고 하란다.
아무튼 하루종일 육아를 맡아서 해보니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치는데 이걸 돈으로 환산하면 한 달에 500은 더 줘야 할 것 같다. 24시간 전담마크에 주말도 다 일해야 하는데 쓰고 보니 500 줘도 안 하고 싶다.[1] 이런걸 애 엄마는 어떻게 매일 하고 있었나 몰라.
특히 육아나 가사 노동이 짜증나는 점은 시지푸스의 돌처럼 해도 해도 제자리라는 점과 해도 나에게 남는 것이 없다는 그 느낌 때문인데, 내가 지금 이거 할 시간에 다른 걸 더 할 수 있을텐데 하는 느낌 때문에 별 생각 없이 하다 보면 발을 양 쪽에 담그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 다른 일을 하지는 못하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육아나 가사)에는 짜증만 내고 있는 상황.
나도 그럴 때가 왕왕 있어서 애를 보면서도 괜히 속으로 화가 나고 하는 둥 마는 둥 할 때가 많은데 어차피 다른 일을 할 수 없으니 본인에게나 아이에게나 손해인 것 같다. 그냥 오늘 하루[2] 없다고 생각하고 애한테 봉사하는 게 속 편하다.
가끔 “우리 XX가 달라졌어요.” 같은 프로를 보면 애한테는 스마트폰이나 쥐어 주고 자기는 하고싶은 일 하고 그래서 애가 나중에 스마트폰에 중독돼서 성격 이상해지고 이런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데, 보면서는 욕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부모도 사람인지라 하루종일 일하고 남는 시간에는 좀 쉬고 싶을텐데 애는 자꾸 놀아달래지 그렇게 하고 싶은 유혹에 넘어가기는 참 쉬운 것이다.
아무튼 이런 부모 마음도 모르고 더 나이들면 엄마 싫어, 아빠 싫어, 내 인생은 나의 것, 참견마셈 하겠지만[3] 그것 또한 받아들여야 하는 게 부모의 숙명인 것 같다. 어릴 때 말 안 들으면 엄마아빠 이마에 주름살 하나씩 더 생긴다고 하더니 정말 기가 막힌 은유가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