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과 오줌

이번 시험이 다른 시험과 좀 달랐던 점은 화장실 가는 것에 대해 굉장히 엄격했다는 것인데, 시험 중간에 화장실을 가면 그 교시는 그냥 버려야 한단다. 보통은 감독관이 화장실에 따라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하는 방식인데 여긴 그냥 갔다가 진행본부로 직행해야 한다고 함.

그래서 생각을 해 봤다. 만약에 1교시 시작하자마자 오줌이든 똥이든 간에 너무너무 마려우면 어떡하지? 참고로 1교시를 다 놓치면 의학총론이 과락이라(40%) 탈락이다. 그냥 한 줄로 다 긋고 화장실로 출동한다면 평균적으로 20% 정도 맞히겠다. 아주 위험하다. 아니, 만약에 한 줄로 다 그을 만큼의 여유조차 없다면? 내년에 다시 시험을 보는 불상사가 생긴다.

그러므로 합격하고 싶다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그 자리에서 싸는 것이 현명하다. 잠시[1] 부끄럽겠지만 1년 버리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하지만 어쨌거나 여러모로 부끄럽고 신경이 쓰여서 시험을 말아먹을 수 있으니 시험 전날에는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시험장에서 물이나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지 않는 게 좋겠다.

이번 시험은 대체로 어려운 편이었는데 마지막 문제공개 시험이라서 그런 것 같다. 이미 나올만한 것은 다 나왔고 구석구석에서 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몇 개는 정말 처음 들어보는 질환 명도 있었고 어떤 건 각종 이상한 제약조건을 미친 듯이 걸어놓고 “어디 맞힐 테면 맞혀봐” 하는 듯한 문제도 있었다. 특히 첫째 날 1교시 문제가 많이 어려웠는데 때문에 총론에서 과락하는 학생도 좀 있을 것 같더라.

의료법규는 몇 개가 어렵긴 했지만 평이하게 나온 것 같고 전체적으로는 평균이 290점대에서 형성되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2] 특히 12월 모의고사보다는 대체로 쉬웠던 것이 정설인 예년과는 달리 이번 시험은 마지막 모의고사보다 다소 어려운 편이어서 전국 합격률에도 약간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참고로 이번 시험 내 목표는 전국 차석이다.[3] 수석 하면 인터뷰도 준비해야 하고 영 귀찮아서 그렇다?

어쨌든 올해 문제까지는 공개되기 때문에 내년에도 겹치지 않게 내기 위해서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므로 내년에 시험 칠 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좋겠다. 한 가지 (하나 마나 한)힌트를 주자면 내외산소를 중심으로 예습복습을 철저히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4]


  1. I hope so.  ↩

  2. 예년 평균은 300점 초반이었다는 것 같다.  ↩

  3. 합격자가 3천 명이라면 전국 수석은 1명(신문에 남)이고 전국 차석은 2,999명이라고 한다. 합격만 하면 차석이라고 뻥치고 다녀도 아무도 반증 못함.  ↩

  4. 이래 놓고 내가 떨어지면 어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