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광쌀

집에 쌀이 다 떨어졌다. 먼 친척께서 늘 쌀을 보내주시는데 현미로만 보내주셔서 잘 안 먹다가 작년에 도정기를 산 이후에 쌀 소비량이 급격히 늘었다. 역시 밥맛은 백미다.

그래서 쌀을 주문해야겠는데 기왕이면 맛있는 쌀을 주문해야지. 아주 예전에 마트에서 <고시히카리> 품종 쌀을 먹어보고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 보통 마트에서 파는 쌀 중에서는 제일 비싼 품종이다. 어차피 쌀을 엄청나게 많이 먹는 것도 아니고 쌀 비싸다고 해봤자 크게 차이도 안 나니까 좋은 쌀을 좀 검색해봤다. 일단 품종에 “혼합”이라고 쓰인 쌀은 피하라고 하더라. 대신 그만큼 싸기는 엄청나게 싸다.


찾다 보니 쌀 등급표라는 것도 있더라. 보다시피 쌀 품종도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다. 우리가 많이 들어본 “오대”, “추청” 같은 등급도 고품질 품종 칸에 들어있다. 그리고 제일 위 칸에 있는 “최고품질 품종”은 딱 7종. 아, 과연 어떤 맛일까. 궁금하다. 아직 2016년 햅쌀이 나오기 전이라 작년에 수확한 쌀 중에서 사게 될 테니 기왕이면 만생종이면 비교적 최근 쌀을 먹게 되지 않겠나 싶어 만생종 중에 “삼광” 품종을 골랐다.


가격은 이 정도 한다. 쌀치고는 비싸긴 하다. 보통 슈퍼에 가보면 20kg짜리가 2만 원대인 것에 비하면 비싸다. 그래도 뭐 어차피 많이 먹는 것도 아니고……


며칠 뒤에 쌀이 도착했다. 어차피 집에 도정기가 있으므로 현미를 주문했다.


도정연월일이 전면 별도표기라고 되어 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더라. 이건 좀 아쉽다.


이렇게 저렇게 보관하라고 쓰여 있다. 보통 쌀 파는 사이트 가보면 냉장보관을 권한다.


포장 뜯고 한 컵 떠봤다. 도정 품질이 균일하지 못하다. 현미 주문했는데 백미도 섞여 있다. 품종만 좋다고 좋은 쌀이 아니다. 좋은 땅에서 자랐는지, 좋은 도정기로 도정했는지, 보관은 얼마나 잘했는지가 고루 훌륭해야 좋은 쌀이라 할 수 있다(카더라). 그래서 좀 아쉽다.


새 쌀을 도정기에 넣고


돌린다.


도정 끝. 반질반질하니 맛있어 보인다. 7분도로 도정했는데 7분도 정도면 백미랑 거의 비슷하다. 6분도 까지는 약간 현미 느낌 나는 백미처럼 먹을 수 있다.


물을 넣었다. 도정하면서 쌀겨가 좀 깎여나가기 때문에 3컵을 넣었지만 물은 2.5컵 정도를 넣어야 적당하다. 물만 넣었는데도 확실히 쌀이 좋아 보이더라.


드디어 밥 완성. 보기에는 잘 모르겠는데 먹어보니까 과연 다르다. 밥알이 입 안에서 막 톡톡 터진다. 떡지지 않아서 밥그릇에 남은 밥이 눌러붙지도 않더라.

어차피 요즘 쌀 소비량도 많이 줄었는데 쌀도 커피처럼 이 품종도 먹어보고 저 품종도 먹어보고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다음에는 무슨 쌀을 먹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