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도 어려운 삶은 달걀의 세계. 나는 반숙 달걀을 좋아하는데 항상 시간 맞추기가 어렵더라. 인터넷에 보면 설명들이 한결같이 반숙은 7–8분, 완숙은 15분 정도 익히라고만 되어 있는데 이게 도대체 어느 때를 기준으로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단 말이지. 찬물에 넣은 직후부터? 아니면 물이 끓기 시작한 때부터?(보통 이런 기준에 대한 언급이 잘 없는 거 보면 남들은 상식처럼 알고 있든가 아니면 다 어디서 베껴와서 자기들도 모르든가 할 듯)
나도 달걀이야 수도 없이 삶아봤지만 딱 내가 원하는 만큼 삶아진 경우는 드물었다. 보통은 늘 완숙 달걀이 되어 나왔지.
그러던 차에 좋은 정보를 하나 발견했다(링크). 여기서 핵심은 물이 끓기 시작했을 때 달걀을 넣고, 그로부터 6분 30초라는 것이었다. 딱 듣자마자 이거다! 싶더라. 그렇게 시간을 재면 편차가 생길 여지가 없지. 그래서 도전.
먼저 달걀 준비. 냉장고에서 꺼내자마자 쓰는 것이 아니고 상온에 2시간 정도 내버려둔 후 삶아야 삶을 때 깨지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시간이 없어서 1시간 정도 내버려뒀다.
그리고 적당한 때가 되면 물만 끓이기 시작한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달걀을 넣는다. 나는 달걀 넣다가 깨트린 적이 많아서 다른 냄비에다가 물을 끓인 후에 달걀 있는 냄비에 들이부었다.
이 과정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 하려면 좀 더 일찍 시작했어야 하는데 삶는 동안 양념간장을 준비한다. 간장 10T + 미림 10T + 설탕 1T를 섞고 끓여서 식혀야 한다는데 앗! 나는 이미 그럴 시간이 없어서 끓이지는 않으려다가 보니 미림에 있는 알코올이 걱정돼서 그냥 간장 + 설탕만 섞었다(그랬더니 별로더라. 역시 No MSG, No gain).
타이머로 6분 30초 잰다. 사실 혹시나 덜 익을까 봐 불안해서 7분 정도 익혔다.
열기가 노른자까지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황급히 얼음물에 5분 정도 식힌다.
그러고 나서 까기 시작하는데 반숙 상태이므로 흰자 찢어지면 망한다. 살살 예쁘게 잘 벗겨야 한다.
아까 준비했던 간장에 재기. 그리고 냉장고에 12시간 이상 내버려둔다. 귀찮으면 하지 말자.
완성된 모습. 오, 진짜 내가 딱 생각했던 반숙 상태로 정확하게 삶았다. 양념간장은 차게 식힌 상태에서 쟀기 때문에 속까지 깊이 침투하지는 않고 겉에만 살짝 스며들었다. 장조림에 넣는 메추리알은 아예 같이 삶아버리니까 전체가 다 까매지지만 요건 좀 다름.
간장에 재는 건 솔직히 좀 귀찮았고 정확히 반숙으로 익히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 오늘의 수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