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태산만두

진주 간 김에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태산만두>에 갔다. 이곳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 옛날(1990년대) 엄마가 특별한 날에 종종 데리고 가던 곳으로, 고풍스러운 실내장식에 왕만두가 기가 막히게 맛있고 푸짐했던 그런 곳. 어렴풋한 내 기억으로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우리 집은 비후까스가 맛있습니다.” 라고 하던 그 가게 같은 느낌의 식당이다.

말이 길었는데 그냥 한때 유행하던 경양식집의 일종임. 장사가 잘 돼서 여기저기 분점도 내고 했었는데 지금은 찾아보니 “태산만두 2” 라는 상호만 남아있고 어릴 때 실제로 갔었던 본점은 없어진 모양.

진주 “시내”에 있는데 주말에 주차하기는 진짜 헬이다. 자체 주차장은 당연히 없고 근처 유료주차장도 거의 만차에다가 길은 좁아터졌고…… 차라리 갤러리아 백화점 주차장에 대는 게 속 편하려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

가는 길

그래도 어찌어찌 공영 주차장에 잘 주차를 하고 찾아가는 길. 저기 멀리 초록색 간판이 오늘의 목적지.

올라가는 계단

올라가는 계단. “경양식” 집인 줄 알았는데 “양분식” 집이었네. 일요일은 쉰다고 한다.

들어갔더니 사람들로 붐비던데 어릴 때 기억에는 아주 고급스러운 실내장식이었던 것 같은데[1] 지금은 그냥 분식집 분위기다. 아무튼, 장사는 아주아주 잘 됨.

가격표

가격표. 좀 비싼 분식집 같은 가격. 근데 돈까스가 이렇게 비쌀 줄 몰랐다. 일식 돈까스 전문점이라는 곳에 가도 기본 돈까스가 7천 원 ~ 8천 원 정도 하는데, 그냥 분식집 돈까스 가격이 7천 원이라니!!! 그래도 요새 분식집 돈까스 하는 집이 잘 없어서 먹기도 쉽지 않지. 옛날 생각 하면서 돈까스랑 찐만두 시키고, 별생각 없이 떡국이랑 탕수만두도 시켰다. 왕만두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없네.

기본 사라다

이건 그냥 돈까스에 나오는 기본 “사라다”. 별맛 없음.

기본 스프

요것도 그냥 돈까스에 따라 나오는 기본 스프. 그냥 레토르트 가루스프 푼 맛.

돈까스

이것이 오늘의 하이라이트 “돈.까.스”.

돈까스 토막

옛날 생각 하면서 토막토막 내서 먹는다. 어우 이거 진짜 맛있음. 초딩입맛에 딱 맞는 그런 달착지근 짭조름한 그런 소스. 이게 바로 옛날에 먹던 “맛있는” 옛날 돈까스지. 이건 좀 강추.

떡국

이건 떡국인데 솔직히 이건 별로였다. 흔히 생각하는 떡국 비주얼도 아니고(떡국에 무슨 육각으로 썬 두부가……), 저기 가늘게 썬 달걀지단은 서울식 떡국에 올라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애매하게 그런 것도 올라가고, 맛도 그냥 그렇고…… 이 동네 떡국이라면 모름지기 탕국에 가래떡을 첨가해서 나와야 하지 않나 싶다. 아, 그래서 두부가 들어있었나!!!??? 하여튼 그냥 그랬음.

찐만두

이건 찐만두인데 이것도 괜찮았다. 옛날에 먹던 그 맛이 나는데, 표현하자면 후추향이 아주아주 강렬한 그런 소가 들어 있는 만두맛. 그러면서 만두피도 적당히 두툼해서 쫄깃쫄깃한 맛. 오늘 먹은 것 중에 돈까스 다음으로 괜찮았음.

탕수만두

이건 탕수만두. 군만두가 소스에 들어가 있다. 소스는 뭐 새콤하니 괜찮은데 만두가 금세 흐물텅해져서 별로였다. 소스가 따로 나와서 군만두를 찍어먹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찍먹 >>>>> 부먹”이 진리라는 진리를 다시금 깨달을 수 있는 대목.

결론 : 돈까스를 두 개 시킬 걸 그랬다. 찐만두랑.

친절도나 청결도는 괜찮다. 서빙하시는 분들도 불친절하지도 않고 입에발린 말로 친절하신 것도 아니고 딱 그냥 옛날 식당같은 느낌이면서 친절함. 근데 이 날 같이 바쁜 날은 분위기상 좀 빨리 일어나야 할 것 같은 기분은 든다.

진주에 갈 일이 있고 옛날 경양식집 맛이 땡긴다면 추천한다. 특히 옛날 돈까스를 추천함.[2] 진짜 옛날 맛이 난다.

위치는 여기.


  1. 분명히 어두운 조명에 앤티크한 갈색 식탁도 있었고 주방을 마주볼 수 있는 그런 탁자도 있었던 것 같은데……  ↩

  2. 이름은 만두집이지만 가서 꼭 시켜야 하는 것은 돈까스라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