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 블랙

지난번에 사골 국물 끓인 것이 많이 남아서 냉동실에 많이 넣어 두었는데 마침 부대찌개 끓일 일이 있어서 그냥 물 대신 사골 국물로 끓였더니 정말 맛이 끝내줬다. 정말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이 국물로 라면을 끓이면 어떤 맛일까 했더니 아마 “신*면 블랙”이 될 것이라는 아내의 말이 생각나서 사골국물로 라면을 끓여보기로 했다. 아…… 생각만 해도 군침이 꼴깍.[1]

준비물

라면은 예전에 “미*공장”[2]에서 먹어 본 것으로, 해물과 함께 끓여주니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던 “너*리”로 정했다. 사골국물은 냉동실에 있었기 때문에 녹이기 위해 미지근한 물에서 녹이는 중.

얼음 깨기

하지만 인내심 부족으로 전자레인지에서 한 3분 해동하고 두드리는 중.

얼음 안깨져

악! 근데 안 빠진다!!

얼음 깨짐

휴, 겨우 사골 국물 블록 떨어짐. 저기 갈색 실 같이 보이는 것은 기생충이 아니라 고기 쪼가리입니다.

파도 썰자

마침 오래돼서 썩기 직전인 쪽파도 발견하여 썰어 넣는 중.

얼음 녹는 중

얼음이 슬슬 녹고 있다. 그런데 한참 걸림. 저기서 뜬 기름은 다 걷어냈다. 예전에 그냥 먹었더니 계속 기름 똥이 나와서……

파 너무 많은가

쪽파 남은 것 다 썰었더니 이 정도로 많더라. 많이 넣으면 무조건 맛있을 거라며 다 넣겠다고 우기다가 혼남.

얼음 다 녹음

와, 드디어 사골 블록 다 녹았다. 근데 이게 양이 얼마나 되는지 잘 가늠이 안 돼서 좀 불안했다.

라면 투하

라면도 투하.

라면 끓는 중

잘 끓고 있다. 보글보글.

라면 완성

드디어 완성. 사골로 끓였는데 뿌옇지 않은 것은 프리마를 안 넣어서 그렇습니다.
다 끓이고 나서야 달걀을 안 넣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쩔 수 없다. 사골로 끓였으니 달걀 없이도 맛있을 것이라고 기대함.

시식

맛을 한 번 보겠습니다. 음?

맛은

음…… 맛은……. “너*리”에서 소 맛이 난다. 지난번에 사골로 부대찌개 끓였을 때는 맛이 매우 부드럽고 진한 맛이었는데 이번에는 부드럽지도 않고 칼칼하면서 소 비린내가 스멀스멀 올라옴. 맛이 정말 굉장히 이상함.

다 먹었다

그래도 다 먹긴 먹었다. 다음에 “너*리” 끓일 때는 무조건 해물 종류를 넣고 끓여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유명한 발명가 에디슨이 아마 이와 관련해서 무슨 말을 했던 것 같은 기분도 든다.


  1. 예전에 라면에 코냑을 넣고 끓인 적도 있었는데 엄청나게 비싸고 약간 맛있었다.  ↩

  2. 메뉴로 미국산 소고기를 판다고 해서 이름이 “미*공장”이라는 소문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