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ZD–15 구입기에 이어지는 내용. 플러그가 한국식이 아니니 개조해야 했다. 어댑터를 끼우는 방법도 있지만 사람들이 될 수 있으면 개조하는 편이 확실하다고 하고, 또 어댑터가 좀 헐겁다는 이야기도 있고, 아무래도 볼 때 마다 뭔가 tenesmus 느낌 날 것 같기도 하고 해서 개조하기로 함.
그렇다면 개조하기는 쉬우냐 하면 어느 카페에 어떤 여성 회원이 그런 걱정 글을 올렸는데 주변에 아는 남자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면 다 할 줄 안다고 답이 올라오더라. 뭐 좀 오바 같지만 별로 안 어렵겠지 뭐. 정 못하겠으면 동네 철물점 가서 플러그 사면서 좀 해달라고 하면 인건비만 받고 해줄 거라고도 하던데 그러기는 또 좀 자존심 상함. 나름 공학사인데 말이지.
하지만 집에 공구가 없다. 전선 피복 벗기려면 니퍼든 뭐든 있어야 할 거 아닌가(정 없으면 가위로도 할 수는 있다고 함). 그래서 접지 플러그 주문하는 김에 공구도 주문함. 동네 철물점 가서 사도 되는데 우리 동네 철물점 너무 비싸게 받아서 배송비 부담이 있어도 인터넷으로 시켰다.
하루만에 배송되어 왔다. 철물점 이름 멋지지. “철천지”. 웹사이트 이름은 “77g.com”
별 거 안 들어 있어서 포장은 대충.
내용물도 뭐 대충 이렇게 담겨 있다.
접지 되는 한국식 플러그(2천 원)와 롱노우즈 플라이어(3천 8백 원). 나는 분명히 니퍼를 시켰는데 롱노우즈가 왔다. 생각해보니 학부 수업시간에 한국 사람들이 롱노우즈를 니퍼라고 잘못 부른다고 이야기하는 걸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근데 롱노우즈도 따로 팔았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뭐, 이걸로도 피복 벗기는 데는 문제 없으니까 됐음.
이렇게 준비를 한다. 저기 위에 오늘의 희생양 중국식 플러그. 저것도 뜯을 수 있게 나왔으면 좀 덜 끔찍했을텐데.
한국식 플러그를 뜯으면 이렇게 생겼다.
그라인더 사자마자 작동도 못 해보고 전선 절단. 생각해보니 이러면 작동 안됐을 때 확인시켜 볼 방법이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근데 뭐 중국에 A/S 보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며 자위해 본다.
내가 생각했던 니퍼가 왔다면 외부 피복 벗기기가 수월했을 건데 롱 노우즈가 왔으니 겉만 도려내기가 좀 곤란하더라. 그래서 아내 미싱 세트에서 도구를 하나 꺼냈다. 어릴 때 외할머니가 저걸 까시게라고 불렀는데 어디서 온 말인지는 모르겠음. 엄청 뾰족하고 날카롭고 잘 든다.
대충 이 정도 노출시키면 될 것 같다.
길이는 대충 된 듯.
다음으로 내부 전선 피복을 벗긴다. 참고로 나 이런 거 되게 못함. 중간을 모르는 남자라 안 벗겨지든지 구리선까지 잘라먹든지 하는 사람임. 겨우겨우 벗겨냈다. 저기서 초록 + 노랑 전선이 접지선이다.
양 극 연결. 저 두 극이 서로 붙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솔직히 어디 연결하는지 잘 모르겠더라. 어릴 때 TV 수상기 뒤에 패밀리 오락기 연결하던 기억을 떠올려서 왠지 구리선이 나사에 착 감기고 나사를 조여서 고정하는 방식일 거라고 추측하고 그렇게 연결. 근데 구리선 좀 삐져나와서 마음에 안듦.
접지선도 고정. 이것도 고정할 수 있는 나사가 두 개인데 이쪽 나사가 좀 더 안전할 것 같아서 이 쪽으로 연결했다.
그리고 전선 빠지는 부분도 고정할 수 있게 장치가 되어 있더라. 안심이 된다.
완성.
이음새 부분도 뭐 이 정도면 괜찮은 듯.
연결했다. 그래도 괜히 불안하다. 나 이런 거 잘 못해서.
잘 돌아가는지 켜봤는데 작동 안함;;; 다행히 펑 터지고 불나고 그런 건 아니라 다행인데…… 아, 혹시 안전장치가 돼 있어서 작동 안하는지도 몰라.
휴, 위에 커피통 얹었더니 잘 돌아간다. 아 뿌듯하다.
근데 다 만들고 나서 다른 사람들 개조한 사진 보니까 뭐가 좀 다르게 생겼다. 그냥 둬도 괜찮을 것 같지만 평생 찝찝할 것 같고 혹시 중간에 불 나면 어쩌나 싶고 밤에 잠도 못 잘 것 같고 그래서 다시 뜯음;;;
어쩐지 저기 밑에 구멍이 있더라. 거기 전선을 넣는 거였음. 그러니까 구리선도 안 보이고 깔끔.
접지 부분도 넣는 구멍이 있었다. 저기 넣으니 완전 깔끔. 진짜 공학사 학위 반납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곰손이어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