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보건지소장 권선생님을 찾아서

권 선생이 의령군 지정면 보건지소로 발령받았다고 놀러 오라고 해서 가 봄. 집에서 내비게이션 찍어 보니까 한 50분 정도 걸린다더라고. 그런데 주변에 맛집 같은 것 없다고 해서 여기서 햄버거나 피자 같은 것 사가야 하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마치 군인 면회 가는 기분으로) 다행히 근처에 괜찮은 식당 하나 있다고 자기가 점심 사주겠다고 해서 그냥 갔다. 역시 훌륭한 친구다.

선물

그래도 빈손으로 가기는 좀 그러니까 내서읍 롯데마트 들러서 이것저것 사감. 국가별로 맥주 6종 세트에 안주로 먹으라고 소시지랑 옛날에는 임금님만 드셨다는 진귀한 남국 과일 등등.

가는 길은 참 구불구불하고 좁았다. 큰 트럭도 많이 다니고 해서 좀 식겁함.

잘못찾아감1

헉, 그렇게 찾아갔는데 무슨 폐가 같은 곳이다. 전화해서 여기 맞느냐고 하니까 “형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그곳 맞아요.” 라고 하는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권 선생은 안 보이고 보건지소처럼 보이는 건물도 안 보이고 이게 뭐지. 설마 의령군 지정면이 아니고 다른 곳인가?

잘못찾아감2

이것 봐,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고. 다시 전화했더니 “아, 거기는 예전 건물이고 의령 우체국 치시고 오면 될 거예요.” 해서 찍어보니 10km보다 더 먼 곳;; 이게 무슨 변고인고 하고 다시 전화해 보니 의령 우체국이 아니고 지정면 우체국이라고. 그냥 지정면 사무소 찍고 찾아오는 것이 빠를 거란다. 그렇게 해서 빠져나가니 다행히 바로 코앞에 있음.

보건지소 정문

짜잔, 이것이 3년 정도 됐다는 보건지소 새 건물. 번듯하니 좋다. 원래 자기는 경남에서 우선순위로 2번을 뽑아서 그 정도면 양산도 갈 수 있고 밀양도 갈 수 있는 번호인데(그 두 지역이 인기 지역이라고 함. 물금에 있는 보건소에 발령받으면 진짜 좋을 듯) 하필 올해에는 TO가 없어서 그나마 갈 만한 곳이 의령이었다고 한다. 1순위 의사는 김해를 선택했다고 함. 한 번 지정 받으면 군 안에서만 이동할 수 있다고.

보건지소 근처1

바로 옆에 경찰 파출소도 있어서 치안은 문제없을 것 같다.

보건지소 근처2

우체국도 있고 커피가게도 있고, 있을 건 다 있네.

관사 문 앞

건물 2층에는 관사도 있다고 해서 올라가 봤다. 세상에, 이건 거의 원룸이구먼. 진짜 좋아 보인다.

집안개판

집 안은 개판이었다. 개 초상권을 위해 개자이크 처리함. 방도 좀 정리가 안 됐다고 해서 민망할까 봐 방자이크 처리.

바깥풍경1

방에서 베란다로 나가니 이렇게 널찍한 마당도 있었다. 주말에는 할 일도 없다고 하니 바비큐 파티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부럽다. 옆 방에는 한의사 선생님이 일주일에 한 번씩 파견 나온다고 해서 밤에 같이 놀고 재미있다고 함.

바깥풍경2

또 다른 쪽으로 보면 이렇게 초등학교 건물도 보인다. 와, 학교 운동장이 굉장히 멋지다. 인구가 적어서 학생은 몇 없겠지만 시설은 참 좋아보인다. 나도 저런 곳에서 초등학교를 다녔으면 지금쯤 메시가 되었을 텐데 아쉽다.

보건지소장님

점심시간인데도 환자가 한 분 오시니 친절하게 약 처방 내시는 지정보건지소장 권 선생님. 되게 멋있어 보이더라. 의사 맞는 것 같더라.

진료실

나름 있을 건 다 있다.

밥집1

이 동네에서 나름 괜찮다고 하는 한우 판매점. 여기 전골이 맛있다고 해서 전골 먹으러 갔다.

메뉴

메뉴판은 저렇다.

반찬

밑반찬 나옴. 다 나름 괜찮았다.

전골

와우 전골. 고기도 많고 비주얼도 괜찮음.

덜어서

한 접시 덜어서 먹어보았다. 어우 국물이 아주 짭짤하고 고기도 부드러워서 꿀떡꿀떡 잘도 넘어갔다. 고기 양도 제법 많아서 둘이서 먹기에 전혀 모자라지 않았음. 중간에 먹다가 밥 한 공기 더 추가해서 갈라 먹었다. 완전 밥도둑임.

다먹음

깨끗하게 싹싹 비워 먹었다. 진짜 맛있더라.

다 먹고 나서 권 선생님이 옆 <하나로 마트>에서 아이스크림도 사주심. 이름만 “마트”지 그냥 동네 슈퍼 수준이긴 하더라. 엄청 작음.

인증샷

그래도 놀러 왔으니 인증샷 하나 찍었다. 밥 다 먹고 나서 근처 드라이브도 시켜 주던데 참 좋더라. 진짜 이게 자연이지! 이런 느낌. 햇살도 굉장히 따가웠는데 분명 똑같은 날씨라도 전원의 햇살은 훨씬 강려크했다. 별 생각없이 지내다가는 금세 피부가 시커멓게 탈 듯.

가끔 의령군 공보의들끼리 모임도 하고 나름 재미있다고 한다. 3년간 합법적으로 놀 수 있는 기간이니 자기는 골프도 배우고 운동도 하고 영어공부, 요리공부도 하면서 보낼거라고. 특히 요즘 이탈리아 요리에 푹 빠졌다는데 다음에 가면 한 번 해달라고 해야겠다. 여유시간이 많고 방해하는 사람이 없으니 게임 좋아하는 공보의들은 작정하고 3년 내내 광속 렙업도 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솔직히 좀 부럽더라. 특히 훈련소 이야기를 들으니 아주 부러웠다. 어차피 왔다 갈 사람들이라고 조교들이 아주 편하게 해줬다고 한다(물론, 그런데도 다시 가고 싶지는 않다고). 아, 내 논산 훈련소 생활을 생각하면……

그리고 주변 환경이 정말 좋았다. 진동도 나름 시골이라고 생각했는데 거기에 비하면 진동은 거의 뭐 메트로폴리탄 수준. 좀 심심하긴 하겠지만 3년간 지내면 참 건강해지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 공보의는 자가용은 필수품이겠더라. 자가용 없으면 근무지에 찾아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듯.

다음에는 또 누구를 찾아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