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나에 있는 줄리엣의 집은 인기가 대단했다. 실존하지도 않은 인물을 가지고 집까지 꾸며놓고 이렇게 돈벌이도 해 먹는다. 역시 선진국은 뭐가 달라도 다른 듯.
마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낙서가 그득하다. 보나마나 뭐 ‘철수♥영희’ 이런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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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는 줄리엣의 동상이 있는데 저 동상의 가슴을 문지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나 어쩐다나. 어찌나 인기 있는지 저거 한 번 만지고 사진 찍으려면 줄 서서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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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까지는 공짜인데 집 안에 들어가려면 6유로를 내야 한다. 우리는 베로나 카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공짜로 들어갔다. 그리고 우리같은 유료회원은 방명록에 글도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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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들어가면 올리비아 핫세가 출연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을 찍었던 셋트장도 있다. 돈이 좀 아깝지만 집 안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는데, 발코니에 나와서 줄리엣 흉내내는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 물론 발코니가 꽤 높기 때문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한 장면에 담으면 좀 우스운 사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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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의 집을 나서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건물들이 붉은 색을 띠기 때문에 늦은 오후에는 도시가 황금빛으로 물들어 정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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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 폭우가 쏟아져, 우리는 베네치아로 퇴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