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사람으로 오인받다.

나는 오늘도 여느 주말과 마찬가지로 가방에 카메라 하나 짊어메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특히 오늘은 옛 수도여고 터에 갈 작정이었는데 막상 숙대입구 역에 도착하고 나니 어디로 가야 할 지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무작정 아무 골목이나 들어가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벽에 걸린 화분도 찍고, 무성한 담쟁이 덩쿨도 찍었다.

경찰차 한 대가 다가왔다. 직감적으로 내 앞에서 멈춰설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하시는 거예요?”
“그냥 취미로 사진 찍고 있어요.”
“예? 취미로 사진을 찍는 분이라고요? 집이 어디신데요?”
“서울요.”
“서울 어디요?”
“에…. 그러니까 사실 지금 휴가 나온 군인이예요.”
“휴가요? 부대가 어딘데요?”
“소방서예요.”
“아… 그… 의용소방인지 뭔지 그거요?”
“네, 뭐 비슷한거요. 신분증이라도 보여 드려요?”
“아니오, 됐습니다.”

의용소방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렇게 넘어갔다. 이 사람들은 나를 간첩이나 염탐꾼 정도로 오인한 모양이다. 하긴, 구닥다리 필름 카메라를 들고 아래에는 면바지에 검은 구두, 위에는 검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으니 어색해 보일 법도 하다. 어차피 떳떳했으니 무서울 것은 없지만 돌이켜 보면 멀쩡한 내가 범죄자 취급 당한 꼴이니 꽤 기분 나쁜 일이다. 좀 더 기분 좋은 순찰 방법은 없었을까……

그렇게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즈음에는 혁호형 닮은 사람이 백화점 앞에서 브라자를 팔고 있었다. 조금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