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올라오던 날, 아버지의 자가용을 볼 일이 있었다. 주차장에서 시동을 거는 순간 우리집 자가용은 기괴한 소음을 내며 부릉거렸다. 그리고 그 소리는 꺼지지 않고 계속되었다.
참고로 우리 집 차는 그 당시 조용하다며 자랑스레 광고했던 그런 자동차다. 그런 자동차에서 이제는 삐걱삐걱도 모자라 끼루룽 끼루룽 하는 기묘한 소리가 난다. 그 뿐인가? 태풍 매미 때 하늘에서 떨어진 베란다 샤시에 맞아 쩍 갈라진 앞유리도 그대로이고, 예전에 어딘가 다니다 긁혀서 칠이 벗겨진 흔적도 그대로이며, 범퍼 한 구석은 또 언제 부딪혔는지 심하게 패여 있다. 그러고 보니 이놈의 차를 산 것이 내가 중학교 때니까 적게 잡아도 10년은 탄 셈이다. 어이구……
아버지께서 이렇게 차를 오래 쓰셔서 자랑스럽다거나, 이런 구닥다리 차 이제 좀 바꾸자는 이야기를 하려 했던 것은 아니지만 생활 속에서 드러나는 이런 세세한 우리집 가풍(?)을 보고 있자면 묘한 기분이 든다. 게다가 20여년이 흐르는 세월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가풍이란 것을 깊이 체득하게 되었으니까.
그러나 역시 집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은 한편으로는 따스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몹시 안타깝고 슬프다. 아아…… 오늘도 가슴 한 켠이 아련히 저며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