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문에 이런 기사가 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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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소방원, 명문대생용 ‘제2 카투사’?
[한겨레 2005-09-14 18:18]
[한겨레] “의무소방원을 뽑는 기준이 왜 화재·소방 지식이 아니라 국어, 상식인지 모르겠습니다.” 한 지방 대학 소방학과에 다니는 최아무개(25)씨는 최근 세번째 도전 끝에야 의무소방원 선발시험에 합격했다. 최씨는 “소방관을 뽑자는 것인지 공부 잘하는 사람을 뽑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의무소방원 제도가 도입 취지와는 달리 명문대생들에게 유리한 ‘편한 군복무 수단’으로 의미가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무소방원 제도는 2001년 서울 홍제동에서 일어났던 대형 화재로 소방관 6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진 뒤 ‘유능한 소방인력을 확보한다’는 취지로 2002년 신설된 대체복무 제도다.
의무소방원으로 선발되면 일선 소방서에 배치돼 장비 준비·점검 등 화재 진압 보조업무를 맡게 된다.
의무소방원은 다른 군 대체복무 제도들과 달리 근무지역을 골라 응시할 수 있고, 근무지인 소방서가 시내에 있다는 이점 때문에 경쟁률이 매우 높다. 올해는 800명 선발에 4800여명이 몰려 평균 6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서울은 경쟁률이 9 대 1에 이르렀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의무소방원 출신을 대상으로 따로 소방공무원을 뽑는 제도가 생기면서 의무소방원이 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지난해 33명, 올해 56명의 소방공무원을 이 제도를 통해 뽑았다.
그런데 정작 의무소방원 선발시험은 소방과는 상관없는 국어, 상식, 국사 세 과목이며, 소방 관련 시험은 단순 소방지식이 상식 시험에 15% 정도 배정돼 있는 것이 전부다. 때문에 전국 대학 소방학과에서 소방을 전공한 학생들보다는 명문대생들이 합격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의 한 소방서 의무소방원 9명의 출신 대학을 보면 서울대가 3명, 연세대가 4명, 성균관대 1명, 한국외국어대 1명으로, 소방학과 출신은 한 명도 없다.
또 지방 합격자들도 서울 출신 학생들로 메워지고 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모든 지역 합격자 대부분이 수도권 대학 재학생들로, 이른바 ‘명문대’ 비율이 상당하다”며 “소방학과 학생들은 한 기수에 겨우 한 명 정도이거나 아예 없다”고 말했다.
소방학과에 다니는 이아무개(24)씨는 “소방을 전공하고서도 시험에 떨어져 현역 입대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유능한 소방인력 확보를 위한 의무소방 제도가 아니라 공부 잘하는 명문대생들을 위한 ‘제2의 카투사’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호서대 소방학과 오규형 교수는 “현재 전국 40여개 대학에 소방 관련 학과가 있어 소방 전문지식을 갖춘 입대 대상자들이 상당한 수에 이른다”며 “이 학생들을 의무소방원으로 활용하면 업무의 연속성이나 전문성이 훨씬 높을텐데 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조은정 인턴기자 << 온라인미디어의 새로운 시작. 인터넷한겨레가 바꿔갑니다. >>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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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몰라서 하는 소리다. 의무소방을 뽑는 기준이 화재, 소방 지식이 아닌 이유는 의무소방원에게 그런 지식이 필요 없을 뿐더러, 혹 필요하더라도 소방학교에서 배우는 간단한 지식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의무소방원이 소방서에 필요한 이유는 직원들이 하는 화재 진압 업무를 좀 더 편하게 하기 위해, 본 업무와 별로 상관 없는 온갖 잡일을 대신 해 주는 데 있다. 그런 업무는 나이 많은 소방관들보다 젊은 대학생들이 훨씬 잘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저것 잘 아는 똘똘한 녀석들 뽑아서 쓰는 게 나쁘지 않다. 덕분에 우리 소방서도 꽤 덕 보지 않았나?
사실 문제는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에서 출제된다. 필기 시험도 이제는 변별력이 없어서 명문대생이든 아니든 조건은 똑같다. 명문대생이기 때문에 합격한 것이 아니라, 명문대생이 열심히 했기 때문에 합격한 것이다. 나도 열심히 준비했다. 나는 시험 보기 일 주일 전부터 하루에 몇 시간씩 앉아서 9급 공무원 문제집을 풀었다. 학교 시험 공부도 그렇게 한 적이 없다. 체력 시험 때는 무릎을 절고 있었는데 이를 악물고 진통제 먹어가며 달려서 통과했다. 원하는 바를 얻으려면 자기가 열심히 해야지 애꿎은 명문대생을 탓하면 곤란하다. 사실 소방관련 문제를 내도 어차피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장담할 수 있다.
편하게 군 생활 하려는 태도를 탓할 것인가? 어느 젊은이가 편하게 지내지 않고 싶겠는가? 나라에 좋은 제도가 있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내 능력껏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는데 왜 그것 때문에 비난을 받아야 하나? 능력 있는 젊은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나 소방 방재청의 노력이나 같은 것 아닌가. 소방서에서 그런 인재가 필요하니까 비교적 좋은 생활이라는 미끼를 던지는 것이다. 2년동안 그 젊은이가 보여 줄 인격이나 성품 같은 것은 짧은 시험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것이 안될 바에는 차라리 똑똑한 친구들을 영입하겠다는 계산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제도 아닌가?
그리고 의무소방은 사실 생각만큼 편하지도 않다. 요즘 며칠간 잠을 못잤더니 졸려 죽겠다. 비번 보장도 안되고, 보직을 옮겼는데도 다른 곳에서 부르면 가서 컴퓨터 봐 줘야 되고 미치겠다. 밤에 못 자서 낮에 자고 있는데 그 모습을 직원이 보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어쩔 수 없다. 군인은 군인이다. 와서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른다. 아무리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나름의 고민으로 미쳐버릴 것 같다 하지 않던가. 남에 대한 이야기를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기자 입장에서는 밥 벌어 먹고 살아야 되니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런 기사나 쓰고 앉아 있는 것이고, 밤낮으로 상황실에 전화해서 좋은 기사거리 없나 기웃거리고 싶은 심정이겠지만, 그 기사 하나 때문에 당장 내일부터 직원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될 우리 입장도 조금은 생각해 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한 번쯤은 더 조사해 보고 기사를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