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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06-02-16 04:25]
[동아일보]
‘나는 약간 삼만함니다(산만합니다). 나서는 걸 좋아하지만 아페못나감니다(앞에 못 나갑니다).’
‘내꿈은 기술자였는대(데) 지금은 꿈이 밖였슴니다(바뀌었습니다).’
인하대 박덕유(朴德裕·국어교육) 교수는 지난해 12월 서울과 인천, 충남 천안시의 6개 중학교에서 치른 글짓기 시험 답안을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2학년 학생 200여 명이 장래 희망을 주제로 글짓기를 한 결과 맞춤법이 하나도 틀리지 않은 학생은 2명뿐이었다.
인천의 모 중학교 이모(38) 교사는 지난해 12월 영어 시험문제를 채점하면서 당황했다. caterpillar(애벌레)의 철자와 한글 뜻을 쓰라고 했더니 350명 중 70% 정도가 영어 철자를 맞게 썼지만 한글은 ‘에벌레’ 또는 ‘애벌래’로 썼다.
13일 인천 A고교 문학시간. 교사가 “지문 속 등장인물이 회의적(懷疑的)”이라고 말하자 학생들은 대부분 무슨 말인지 모르는 눈치였다.
국어교사인 한성찬(韓成璨) 씨는 “요즘 학생 대부분이 책을 읽지 않고 국어에 별관심이 없다 보니 이런 일이 흔하다”고 말했다.
대학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수도권 B대학 이모(45) 교수는 “강의 도중 군도(群島)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3분의 2 정도가 뜻을 몰랐다”며 “학생의 어휘력이 부족해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푸념했다.
국어학자들은 1997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 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국어교육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졌다고 지적한다.
현재 전국 초등학교의 30%가량이 1, 2학년생에게 특기적성시간을 통해 영어를 가르친다. 재량수업시간 과목을 한자에서 영어로 바꾸는 학교가 늘었다. 고등학교의 경우 국어수업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맞춰 독서와 작문 위주로 진행하면서 문법교육이 소홀해졌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늘어나는 현상과 대조적.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어능력시험에 응시한 외국인은 25개국 2만6569명으로 2004년보다 51% 늘었다.
시험을 실시하는 나라도 16개국에서 대만과 필리핀 싱가포르 아르헨티나 프랑스를 포함해 지난해 25개국으로 늘었다. 중국인의 경우 응시자가 2738명에서 6002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서울대 민현식(閔賢植·국어교육) 교수는 “한 나라의 국민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소양은 국어를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라며 “문학과 문법 등 국어 지식을 보강하는 방향으로 국어교육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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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이 나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까. 어떻게 나도 처음 듣는 caterpillar는 알면서 애벌레는 모른단 말이냐! 곧 라면도 ‘끼려’먹는 세상이 오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