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밥 먹었냐는 안부 인사가 의미가 있는가?

 우리말의 특수성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흔히 나오는 이야기로, 우리말에서는 밥 먹었냐고 묻는 것이 단순히 식사를 했는지 여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잘 지내냐는 안부를 묻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 굳이 대답을 예/아니오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잘 지낸다는 뜻으로 그렇다고 대답하면 된다, 뭐 그런 이야기다. 그만큼 밥을 잘 먹고 다니기가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거지.

 

 그 외에도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면 부모님께서 음식을 잔뜩 싸서 주신다거나, 사위가 처갓집에 갔을 때 밥 두 그릇 정도는 먹어 줘야 흐뭇해 하신다거나, 부페에 가면 본전을 뽑아야 한다든가, 음식을 남기면 벌 받는다거나, 애가 살쪄 있어도 크면 다 키가 된다며 안심하는 등 잘 먹는 것을 장려하는 문화가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이제는 없어서 못 먹는 시대는 지났다(물론 여전히 굶주린 이들도 존재하지만). 오히려 우리나라도 이제는 너무 많이 먹어서 생기는 병이 더 많지 않은가. 그러면 그냥 적게 먹기로 작정하고 적게먹으면 되나? 하지만 이게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사실 해결하기가 어렵다. 위에서 많이 예를 들었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많이 먹기를 장려하는 무언의 압박감이 있다. 많이 먹으면 복스럽다며 좋아한다. 비단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동년배들 사이에서도 많이 먹는 사람을 보고 대단하다고 여기는 그런 분위기가 있다. 저 친구는 혼자서 피자를 한 판 다 먹는다더라, 통닭 한 마리를 혼자 먹는다더라 등등.

 

 그래서 혼자만의 의지로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집에서 홀로 지내는 사람이 아닌 이상은 이런 분위기를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특히 나처럼 평소에 많이 먹던 사람이 갑자기 적게 먹으면 어째 비난받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걸 왜 남기니, 아직 젊으니까 괜찮다, 내가 해준 음식이 맛이 없느냐, 부페 왔는데 본전도 못 찾았다 등등. 아, 적게 먹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니!

 

 하지만 이대로는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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