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2006-05-17 17:55]
[김세호 기자]
의경이 내무반에서 키우던 개를 때리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는 가운데 경찰이 사법처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30초 정도 분량의 이 동영상에는 의경이 내무반 침대에 있는 강아지를 슬리퍼로 마구 때리는 장면과 이를 보고 다른 의경들이 웃는 소리가 함께 담겨있습니다.
경찰청은 문제의 동영상 내용은 서울 경찰청 기동대 내무반에서 재작년 일어났던 일이라며 해당 의경들이 모두 전역해 징계는 할 수 없지만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개를 때린 의경은 재작년 12월 자신의 블로그에 동영상을 올린 뒤 최근에야 인터넷에 유포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고 경찰청 게시판에는 이를 비난하는 시민들의 글이 잇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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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동물을 학대하기로는 나도 둘째 가라면 서러운 사람이다. 나는 모기를 잡을 때 아주 잔인하고 고통스럽게 죽인다. 그냥 손바닥으로 쳐 잡는 것은 예사고, 가끔은 생포해서 날개만 뜯거나 칼로 배를 갈라 죽이기도 한다. 사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약간의 쾌감도 얻음을 고백하는 바이다. 만약 이런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아 유포한다면 나도 저 의경들의 경우처럼 여론이 이렇게 들끓을까?
개나 모기나 말 못하는 미물이기는 마찬가지. 모기가 우리의 친구라고까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개와 모기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과 비교했을 때 어느 쪽이 더 해롭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모기 쪽이 인간에게 이로운 면이 별로 없다는 차이는 있겠다.
그렇다면 개를 학대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말 못하는 미물이기 때문이라면 마찬가지 이유로, 모기를 학대하는 나도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또한 말을 할 줄 아는 어린이를 학대하는 것은 괜찮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사회 통념상 그렇지 않으므로 이것은 틀린 근거인 것 같다. 이것이 아니라면 대상이 나를 공격할 위협이 있는지 아닌지에 달린 문제일까? 거미 다리를 자르거나 잠자리 날개를 뜯어도 별 비난 여론이 일지 않는 것을 보면 이것도 아닌 것 같다. 혹 이것도 아니라면 학대받는 동물이 얼마나 큰가에 달린 문제이거나 어떤 종인지에 달린 문제일 수도 있겠다.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통념상 길거리를 배회하는 도둑고양이를 학대하는 일은 잘못된 일이고 방학 숙제 때문에 곤충들을 채집해다가 산 채로 포르말린에 집어넣어 박제를 만드는 일은 별 일이 아니니까. 그러나 살아있는 닭의 다리를 부러뜨리며 즐거워하는 일은 ‘학대’로 취급하지만 알을 빨리 낳기 위해 좁디 좁은 양계장에 갖힌 채 하루를 22시간으로 알고 사는 닭들에 대해서는 분명히 학대임에도 많은 사람이 ‘학대’라는 말을 쓰지 않으니 이것도 틀린 정의인 것 같다.
결국 이 일에 분노하며 눈에 쌍심지를 켜고 가해자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다분히 이중적이다. 그 사람들에게 ‘학대’라는 사건은 굉장히 비합리적인 이유에 의해 선정된다. 크기가 적당해야 하고 일정한 범위에 해당하는 생물종이어야 하며 사회의 대다수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달렸다. 그러나 학대받는 개의 행복 운운하는 사람이 행복하지 않은 계란과 닭고기를 먹으면서 닭들의 행복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몰랐다고 하자니 양계장의 닭은 관심 밖이냐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겠고, 먹고 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하자니 마당에서 뛰어놀고 있는 장닭들이 비웃을 일이다.
오해하지 말기를. 그렇다고 저렇게 개를 학대하는 일이 잘한 일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같은 종도 아닌 개에게 이만큼 관심을 가져주는 현실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참으로 이중적이게도 관심 밖의 생물의 행복이나 인간에게 이롭다는 이유 때문에 일상적으로 자행되는 학대에 대해서는 사람들 대부분이 무감각한 현실이 또한 안타깝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덧. 요즘 생물의 행복에 대한 일관성 없는 내 생각에 회의를 느끼기도 하고, 각종 고기가 역겹게 느껴지기도 하고 해서 약간의 채식을 고려중이다. 아래 사진은 보너스. 아마 어제 당신이 먹은 돈까스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을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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