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우리에게 미적분보다 중요한 노동교육을 시켜라”
프랑스나 독일에서 중고등학교를 못 나와서 노동법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는 중고등학교에서 노동자의 권리와 법에 대해 가르치고, 단체행동 그러니깐 파업을 어떻게 하는지도 배우고, 사용자편과 노동조합 편으로 나누어 단체교섭 실습도 토론수업 방식으로 한다고 합니다.
저는 그런 거 못 배웠습니다.
등 차수열 등비수열에 미분 적분을 머리털이 빠질 정도로 공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뭐 논리와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서 배우는 거라고는 했지만, 아무리 논리적으로 사고란 것을 해 보아도 수학문제 하나씩 틀릴 때마다 ‘빠따’ 한 대씩 맞아야 하는 이유는 결국 알 수가 없었습니다.
빗살무늬토기니 민무늬토기니 덧무늬토기니 하는 ‘썩을 놈의 항아리’들의 이름을 코피가 터져라 달달 외우는 것 자체가 역사의 미스테리였습니다.
그것 말고도 열 몇개 과목을 하루 10시간 가까운 수업을 통해 공부했는데, 도대체가 노동법에 대해서는 유독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다는 것이, 신기에 가깝습니다.
얼마나 많은 과목이었습니까.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전쟁 상황을 대비하여 총검술에 화학전 대응훈련까지 했는데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산업재해와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유학을 보내는가보다 싶기도 합니다.
우스운 것은 사장 집 아들은 유학 가서 단체교섭과 노동조합에 대한 이해를 익히고 오는데, 노동자 집안의 아들은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으로 항아리 이름 외우고, 미적분 익혀서 바보가 되어 있다는 현실입니다.
사장 집 아들이 아버지 대신 사장이 되어, 유학 가서 배운 만큼 노동조합을 체계적으로 괴롭히는데, 노동자네 아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다져진 총검술의 경험으로 전경들의 방패 공격을 피하는 것뿐입니다.
교육의 목표라는 것을 여러 가지로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교육에 대한 많은 인식의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또 교육행정담당자마다의 의견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떠한 목표이든 간에, 국민교육이 최소한의 몫은 해야 한다고 봅니다.
최 소한 생존에 필요로 한 것을 일러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소한 자신을 지킬 수단이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12년 교육을 받고도, 자기 일한만큼의 몫도 제대로 찾을 수 없는 바보들만 양산하는 교육은 종식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미 적분과 항아리 이름들과 총검술보다 중요한, 최소한의 노동자 권리에 대해서 교육받지 못한 것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등록금 반환 청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청년노동자 전태일에게 필요로 했던 것은 사실 대학생 친구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필요한 건 바로, 제대로 된 교육이었습니다.
최초고용계약에 대하여 자연스레 투쟁에 나서는 프랑스 학생과 노동자들을 보면 솔직히 좀 부럽습니다. 그것보다 심각한 수준의 비정규 개악 법안을 두고도 무엇이 잘못된지 알지 못하는 게 우리의 수준입니다. 노동자로서 자부심보다는 수치심을 가르치는, 스스로를 배반하고 소외시키게 만드는 ‘노예 교육’의 비극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이 땅의 교육은 이 땅에 수많은 헛똑똑이를 키워놓았다. 배부른 돼지가 되기를 바라는 헛똑똑이들.
다른땅도 비슷해. 다만 ‘빠따’가 없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