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오해

저녁 7시경 신대방 역에서 보라매 공원 쪽으로 걸어오던 길이었다. 그 길은 납치, 살인 사건이 종종 일어나는 우범지대다. 길 옆으로는 지하철 2호선이 다니고, 그 밑으로 도림천이 흐른다. 날은 흐렸고 우울한 저녁빛의 가로등에 비친 앙상한 나뭇가지는 내 마음에 쓸쓸함을 더했다. 나는 문득, 도림천과 지하철 2호선, 그리고 나뭇가지를 한 화면에 잡을 수 있다면 괜찮은 그림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에 잠시 멈추어 섰다가, 귀찮아져서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조금 더 가다가 아쉬움에 다시 걸음을 멈추었다가 역시 귀찮아져서 가던 길을 다시 갔다.

그 때 내 앞에서 가고 있던 아줌마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 그것을 본 나는 그렇게 오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윽고 아줌마를 앞질렀을 때 나는 누명을 벗을 수 있었고 비로소 아줌마는 안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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