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북스 페이퍼 프로

이제 전자잉크 디스플레이 가격도 많이 내렸을텐데 좀처럼 6인치 크기에서 발전하지 않았던 국내 전자책 시장에 드디어 대형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전자책이 나왔다. 사실 이전에도 작게는 6인치부터 크게는 13.3인치까지도 전자잉크 단말기를 구할 수는 있었지만 한국에 정식 발매되지도 않았고 구하려면 중국 등에서 어렵게 직구해야 하는데다가 일반 사용자가 쓰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다.

나는 원래 2014년에 구입했던 <킨들 페이퍼화이트 2> 모델을 잘 쓰고 있었다. 영문책 보는데는 정말 최고였지만 한글책 보기에는 영 불편했고, 6인치 화면도 좀 답답했다. 그 때만 해도 아직 국내 전자책 시장이 이렇게 크지 않았는데 그 뒤로 리디북스 페이퍼라든가 크레마 같은 단말기가 꽤 많이 보급되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귀찮게 루팅하고 다른 회사 앱 깔고 이런게 귀찮아서 단일 전자책 판매회사로는 리디북스가 제일 괜찮은 것 같아 페이퍼를 사서 잘 쓰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6인치 화면은 좀 답답했다. 마침 KOBO에서 <Aura One>이라는 7.8인치 단말기가 나왔고(국내에는 정발 안됨)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산 한글책을 꾸역꾸역 넣어서 잘 보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컴퓨터에 연결해서 옮기는 과정을 거쳐야 해서 너무 귀찮았고 한글 정식 지원이 안되다 보니 여러가지 제약이 많았다. 책 할인 행사도 거의 없어서 계속 책 사는데 돈도 많이 들고…….

그러던 와중에 드디어 한국 전자책 시장에도 7.8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리디북스 <페이퍼 프로> 제품이 나왔다. 가격은 249,000원. 적당하다. 어머어머 이건 사야한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택배 도착.


마음이 급하다. 힣히ㅗ햐ㅗ히ㅗ히ㅑㅗ히ㅗ히ㅛ히ㅛㅎ 빨리 뜯자.


박스 안 포장.


제품과 케이스를 들고 환호하는 모습.


이제 흥분을 좀 가라앉히고…. 나란히 놓자.


제품 케이스 뒷면. 기계 자체는 대만에서 만들었네. 역시 쯔위의 나라. 넘버원.


뚜껑을 여니 아름다운 페이퍼 프로의 모습이 보인다. 눈이 부시다.


제품 꺼내고,


아래 종이를 들어내면 있는 설명서와 케이블. 딱 필요한 것만 있다. 심플하다.


페이퍼 프로 뒷면. 고급스러운 블랙 뻘.


아래쪽 충전단자. 많이들 쓰는 스마트폰 충전 단자와 똑같다.


micro SD 카드를 넣을 수 있는 부분.


뚜껑 열면 이렇게 자리가 있다.


위 오른쪽에는 전원 버튼이 있고,


오른 위쪽에는 퀵버튼이 있다. 화면 터치를 잠글 때 쓴다.


손에 쥔 모습. 양쪽 물리버튼 아래쪽에 엄지손가락이 자연스럽게 닿는다. 이번에 페이퍼 프로로 바뀌면서 양쪽에 물리버튼이 하나씩 생겼는데, 처음에는 좀 과하다고 생각했지만 아주 좋은 아이디어였다. 예전에는 책 왼쪽으로 가려면 왼쪽 버튼, 오른쪽으로 가려면 오른쪽 버튼을 눌러야 했지만 이제는 양쪽 버튼에 위, 아래를 누를 수 있게 되어서 동일하게 작동한다. 이게 왜 좋은가 하면 모로 누워서 책 볼 때 전자책을 쥐고 있는 손이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손을 떼지 않고 작동 가능해서 아주 좋더라.


케이스와 나란히 둔 모습. 정품 플립 케이스는 아직 검은색밖에 없어서 아쉽다. 고급스러운 색상으로 하려고 일단 검은색만 만든 모양이다.


케이스를 열고,


케이스에 장착.


그리고 페이퍼 디스플레이에 붙어 있던 보호필름을 뜯으가즘.


뜯고 난 모습. 빛반사가 덜하다. 디스플레이 보호 필름은 내 다른 전자책을 무수히 써보니까 내 성격에는 필요 없어서 안샀다. 하지만 케이스는 꼭 필요하다. 가방 같은 데 넣었다가 디스플레이가 찍히면 끝장이니까.


전원 켜는 중.


환영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와이파이 연결.


로그인 화면.


설명서를 굳이 따로 만들어서 넣어주지 않고 디스플레이에 담았다. 물론 다른 전자책 회사들도 다 이렇게 하는데 아주 바람직하다.

물리버튼 소리 크기는 대략 50dB 정도 되는데 아주 조용한 공간에서는 약간 거슬린다. 쥐죽은 듯이 고요한 독서실 같은 곳에서는 터치를 쓰는 편이 좋겠다. 물론 가능하다면 물리버튼을 쓰는 쪽이 훨씬 편하다. 터치하다가 실수로 다른 기능이 작동할 염려도 없고.


디스플레이 밝기 조절은 수동으로 해야 한다. 밝기 조절 최저로 했을 때 모습인데 전혀 빛이 비치지 않기 때문에 밤에는 전혀 안 보인다. 킨들 페이퍼 화이트는 최저밝기로 해도 약간은 밝아서 어둠 속에서 빛 조절을 할 수 있고, 코보 오라원은 자동으로 밝기가 조절되는 반면 페이퍼 시리즈는 최저 밝기에서 완전히 깜깜하다. 불을 껐는데 그 전에 책을 보고 있던 상태였다면 손가락으로 디스플레이를 긁어서 밝기를 올릴 수 있지만 책장을 보고 있는 상태였다면 그 기능도 못 쓴다. 조금 아쉽다.


밝기 최대로 한 모습. 깜깜한 밤에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밝다. 참고로 밤중에 책을 볼 때는 보통 최대밝기로 하는 것보다 1/4 정도로 하는 쪽이 눈이 편하더라. 최대밝기는 오히려 어중간한 조명 아래에서 쓰게 된다.


색온도 조절도 가능한데 따뜻한 색 쪽으로 하면 숙면을 취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역시 잠이 안 올 때는 책이 최고지.


퀵버튼 설명이다. 터치 기능을 잠가서 실수로 엉뚱한 기능을 작동시키는 걸 막을 수 있는데 아주 유용하다. 내가 꼭 자기 전에 누워서 책 보면서 졸다가 디스플레이 눌러서 밑줄 치고 그랬는데 이제 그럴 일이 없다.


글씨 제일 작게한 모습.


글씨 제일 크게한 모습. 눈 나쁘신 어르신들께도 자신있게 권해드릴 수 있다.


문단너비 제일 좁게한 모습.


문단너비 제일 넓게한 모습. 희한하게도 주변에 여백이 없으면 많이 불편한데 그렇다고 디스플레이를 낭비하는 것은 참 아깝다. 아예 기계 테두리 색깔을 전자잉크 디스플레이 색깔과 같게 한다면 문단 너비를 제일 좁게 하더라도 시원해 보이는 착시효과를 줄 수 있지는 않을까?


줄간격 제일 좁게한 모습. 내 이렇게는 못산다.


줄간격 제일 넓게. 역시 이래야 가독성이 좋다. 옛날에 나온 책들을 보면 종이를 아끼려고 그랬는지 몰라도 줄간격이 정말 말도 안되게 좁은 경우가 많은데 그런 책도 전자책으로 나오면 보기 좋게 바꿔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원하는대로 글자 크기, 여백, 줄간격 등을 바꾸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바뀌는데 걸리는 시간을 재보니 대략 30초 정도 걸린다. 이미 수 년 전에 나온 킨들도 1–2초 안에 바뀌는데 페이퍼 프로는 왜 그렇게 못할까?


눕혀서 보기도 가능하다. 디폴트는 이렇게 양쪽으로 나뉘어 보여주고,


나누기 없이 보는 것도 가능하다. 6인치 전자책을 쓸 때는 눕혀서 보면 널찍하게 볼 수 있어서 편했는데 7.8인치가 되니까 오히려 한 줄이 너무 길어져서 불편하더라. 그냥 세로보기가 낫다.


위쪽에 핀 모양으로 생긴 버튼도 있는데 이걸 누르면,


요렇게, 자기 서재의 제일 처음으로 온다. 일종의 책 즐겨찾기 기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목차를 누르면 이렇게 나온다.

마지막으로 다른 전자책과의 비교샷,


기존 리디북스 페이퍼와 크기 비교한 모습.


열어서도 비교한 모습인데 확실히 덩치가 커지니까 상대적으로 베젤이 차지하는 비율도 줄어서 시원시원하다.


서비스로 킨들 페화랑 비교한 모습


  • 장점
    • 7.8인치 시원한 대화면.
    • “연쇄할인마” 리디북스 컨텐츠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
    • 눕혀보기 기능 지원
    • 물리버튼이 두 개가 되면서 아주 편해짐.
    • 디스플레이 잠그는 퀵버튼 아주 편리함.
    • 색온도 조절 기능.
  • 단점
    • 화면이 커진 대신 포기한 휴대성(주머니에 못 넣음).
    • 글자, 문단 등 조절하면 바뀌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림.
    • 아직 플립 케이스 종류가 검은색 하나 뿐.
    • 배터리가 생각보다 빨리 닳더라. 1/4 정도 밝기로 반나절 봤더니 50% 정도 남음.

하지만 역시 “대형” 화면으로, “한글”책을,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어서 모든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생각한다. 2년이면 백 만원 정도 하는 스마트폰도 바꾸는 세상인데 이 가격에 훌륭한 책을 실컷 읽을 수 있게 되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무조건 본인에게 남는 장사가 아닌가 싶다.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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