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왕X 커피’[1]에서 산 커피로 에스프레소를 내리먹었다가 탄 맛이 너무 심해서 충격받은 적이 있는데,[2] 그 후로 깨닫기를 너무 오래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면 원래 탄 맛 쓴맛이 강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어 약 7초 내외로 내려서 아주 잘 먹고 있었다.[3]
그 후로 거의 매일 50g 이상씩 커피를 소비하다 보니 원두가 금세 다 떨어져서 새로 구매하기로 결정. 동네 로스팅 가게에서 사면 보통 100g 단위로 파는데 이틀이면 다 없어질 분량이므로 역시 다시 ’왕X 커피’에서 주문했다. 이번에는 조금 비싼 커피를 마셔보고 싶어서 ’예멘 모카 마타리’라는 커피를 골랐다.
이 커피로 말할 것 같으면 한국 커피 애호가들로부터 <세계 3대 커피>[4]로 불리는 커피인데, 반 고흐가 사랑했던 커피로도 알려졌다(검색해 보면 많이 나온다. 예를 들면, 이런 블로그). 혹은 이 사실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파고든 어떤 블로거에 의하면 반 고흐 이야기는 거짓이라고도 한다(링크 참조 – 빈센트 반 고흐는 정말 예멘 모카 마타리를 좋아했을까). 후자가 말한 바로는, <세계 3대 커피>라는 것은 지나치게 부풀려진 경향이 있으며, 그 가격에 먹을 수 있는 더 좋은 커피가 많다고 하는데 내가 이번에 구매한 <왕X커피>에서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었으므로[5] 안심.
비싼 커피이므로 우유에 섞어 먹기는 조금 아까워서 드립 커피로 만들어 먹어보았는데, 일단 향부터가 차원이 다르다. 향이 정말 달콤하면서 고흐고소하다. 아주 달곰한 초콜릿 향을 맡는 느낌이라 나도 모르게 지속해서 흡입하게 돼서 폐가 과팽창하는 동시에 과호흡 증후군까지 생길 뻔 했다능. 헉헉.
입에 넣었을 때의 느낌은 부드럽게 맴돌면서 입에 착 감기는 느낌이다. 첫맛은 약간 쌉싸름하면서 새콤한 맛인데 굵게 분쇄하여 내릴수록 새콤함이 더 강해진다(몇 번 더 실험해보니 원두는 굵은 소금보다 약간 덜 굵은 정도로 갈아야 향은 진해지고 쓴맛은 약해지는 것 같다).
마신 후에는 코로 뿜어져 나오는 달콤한 향기와 약간의 연기 맛이 느껴지고 입안에서는 달콤함을 한 번 더 갈망하는 듯한[6] 느낌이 은은하게 남아있다.
사실 나는 커피 잘 모르므로 그냥 느낀 대로 표현한 것이긴 한데 아무튼 아주 만족스럽다. 다른 커피와 정말 다른지 블라인드 테스트도 해 보았는데 확실히 다르더라.
인생이 길면 얼마나 길겠나. 커피 한 모금을 마시더라도 좋은 것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하지만 내 뼈는 녹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