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

우리집은 쿠* 전기밥솥(2010년 산)을 쓰는데 전원을 뽑으면 설정해 놓은 시각이 리셋돼 버린다. 별 생각 없이 밥솥 전원 뽑아놨다가 다시 꽂고 예약취사 했다가 새벽에 칙칙폭폭하며 밥이 완성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음.

그거 보고 떠오른 건데 내가 자취할 적에는 코끼리 잡아먹는 호랑이 밥솥(2002년 산)을 썼더랬다. 그 밥솥 쓰면서 ‘이야, 이거 참 세심하게 신경써서 만들었구나!’ 했던 순간이 두 번 있었는데,

하나는 같은 건물에 자취하는 친구 방에 놀러갔을 때, 그 친구는 쿠* 밥솥을 쓰고 있었는데 취사예약을 누르는데 시간이 1분 단위로 올라가더라. 그래서 원하는 시각까지 도달하는데 시간이 꽤 걸림. 내 호랑이 밥솥은 5분 단위로 올라갔기 때문에 원하는 시각을 금세 세팅할 수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예약취사를 할 때 1분 단위까지 세심하게 맞추는 사람은 잘 없지 않은가! 어차피 실제로 밥 지어보면 2 ~ 3분 정도는 오차가 생기기도 하고 말이지.

또 하나는 군대 다녀오느라 2년 넘게 밥솥을 어디 묵혀놓고 있다가 외국에 갈 때 가지고 갔는데 밥솥 시계가 여전히 한국 시각을 가리키고 있었던 것. 그 때는 아, 밥솥 내장 배터리가 있는데 되게 오래가는구나 하고 그냥 넘겼는데 위에서 말했듯이 지금 우리집 밥솥에는 그게 없는 모양이니(더 최신 제품인데!) 새삼 그 때 그 밥솥이 놀라워 보이더라고.

요즘은 밥솥을 위시하여[1] 여러 가전제품을 우리나라도 잘 만든다는 건 인정하는데 여전히 세심하고 꼼꼼한 맛은 솔직히 좀 더 노력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설마 저런 게 다 특허 걸려 있어서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