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내가 제육볶음을 먹고 싶다고 해서 직접 만들기로 함. 근처 “흥부 형님네” 가게 가도 팔지만 왠지 내가 만드는 게 더 싸게 먹힐 것 같아서…… 마침 찾아보니 레시피는 뭐 널린 게 레시피더라. 요즘 유행하는 백선생 레시피는 설탕을 너무 많이 넣는 것 같아서 그거의 변형 레시피가 있어서 그걸로 해 보기로 함.
그러니까 일단 마트에 가야지.
굴소스라는 걸 사왔다. 굴소스는 2002년 쯤 신 모 학형이(지금은 교수) 탕수육 만들 때 쓰는 걸 처음 본 소스인데 그 당시에 허름한 중국 슈퍼 같은 데서 사왔던 기억이 난다. 굴소스랑 두반장 뭐 그런것들. 지금은 아무 마트에나 가도 다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그 때는 신기한 물건이었음.
홍콩에서 만든 홍콩 보내주는 맛 소스. 같은 회사에서 만든 건데 “판다” 굴소스도 있고, “프리미엄” 굴소스도 있더라. 가격차이가 많이 나서 봤더니 굴 함량이 다름. 이게 훨씬 많다. 무려 40%!!
일단 양념장을 만들기 위해 고추장 부터 넣었다. 두 숟갈.
간장도 두 숟갈.
아까 사 온 굴소스는 한 숟갈.
내가 본 레시피에는 올리고당을 넣으라고 했는데 못 찾아서 굴러다니는 꿀을 두 숟갈 넣음. 백선생님은 아마 설탕을 부으셨겠지.
이렇게…… 역시 슈가보이.
그리고 섞어주면 이런 모양이 됨. 그럴사한데?
쌈 싸 먹어야 되니까 상추도 씻고, 깻잎도 씻고.
이제 불 켜고 올리브유를 둘러줘……. 야 하는데 탈탈 털어도 저거밖에 안 나와서 어쩔 수 없다.
오늘 먹을 고기. 무슨 앞다리살이 저렇게 비싸졌는지 모르겠다. 예전에 우리 집 앞 마트에서 행사할 때는 100g에 690원에 샀던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삼겹살하고 별 차이도 안 나던데 삼겹살을 살 걸 그랬나.
고기 양은 인터넷에 누가 800g 해서 둘이서 먹었다기에 우리도 800g 달라고 했더니 파시는 분이 좀 이상한 사람 보듯이 보셨음.
아무튼 고기 투입. 원래 정석은 양념에 한참 재서 조리하는 거지만 백선생 아저씨가 고기 먼저 익히고 설탕을 쌔리 부으라고 뭐 그런 조리법이 있다고 해서 시간도 없고 해서 그렇게 해 보기로 함. 양념에 잰 고기를 익히면 타기 쉽고 고기가 익었는지 잘 알수가 없는 단점이 있는데 고기 먼저 익히는 것도 그런 면에서는 뭐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고기가 잘 익고 있다.
고기가 어느 정도 익으니 물이 배어 나와서 타지는 않을 것 같더라. 뚜껑 덮어놓고 그 동안 파를 씻어서 준비.
이제 고기는 거의 다 익은 것 같다.
여기까지 하고 나니 돼지고기 누린내는 어떻게 잡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들더라. 내가 본 인터넷 레시피에는 누린내 잡기 위한 작업이 하나도 없었다. 내가 보통 수육 같은 거 삶을 때도 마늘, 생강, 커피, 와인 등등 냄새 없애는 데 좋다는 건 죄다 넣는 편인데 없더라. 지금 다시 봐도 없음.
그래도 아무 것도 안 하기는 좀 찝찝해서 집에 굴러다니는 먹다 남은 소주 투입. 근데 저거 좀 오래된 것 같다. 아무튼 투입. 소주를 넣고 나니 물기가 더 많아졌음.
좀 쫄기를 기다렸다가 양념도 투입.
잘 졸여주고,
마지막에 파도 투입.
완성됐다.
화면 위에 짤렸지만, 아무튼 맥주와 함께 세팅.
쌈 싸서 먹어본다.
음…… 고기 냄새 너무 나고 질기다. 망했다. 일단 고기 자체가 질기고 별로임. 예전에 우리 엄마는 갈비찜 안 질기게 할 자신이 없다며 비싼 한우 갈비를 가져다가 갈비찜을 하시곤 했는데 나도 잘 모르겠으면 좀 더 부드러운 부위를 사야겠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마늘, 생강, 술 등등 고기 잡내 잡는 재료들 싹 다 들이부을 거임. 어우 짜증나.
게다가 고기값, 양념값 생각하니까 그냥 나가서 사 먹는 게 더 싸게 쳤겠네. 어우 왕 짜증나.
그래도 양념 자체는 괜찮았던 것 같다. 약간 단 것 빼고는.
여담으로 요즘 <냉장고를 부탁해> 잘 보고 있는데 은근 재밌다. 우리집 냉장고도 한 번 털어갔으면 좋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