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대학교가 100개 있는데 그 중 90개 대학이 올해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하고, 5개 대학에서 등록금을 올리기로 했으며 나머지 5개 대학은 판단 유보중이라고 가정해 보자. 참고로 우리 대학은 판단 유보중인 5개 대학에 포함되는데, 우리 대학 이사장은 (당연하겠지만) 등록금을 올리고 싶어하는 입장이라고 가정하자.
이럴 경우, 이사장은 등록금을 인상한 5개 대학의 예를 들며 “이러이러한 대학들도 등록금을 올렸으며, 요즘 대학가에는 각 학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등록금을 올리는 것이 대세다. 우리가 뒤쳐지지 않으려면 등록금을 올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면서 마치 예로 든 5개 대학이 전체 대학을 대표하는 것처럼 포장할 것이며 더 이상의 정보는 수집하지도, 발표하지도 않을 것이다. 실상을 알고 있는 몇 안되는 학생들은 반발하겠지만 학교 쪽이 사회적으로 훨씬 더 힘이 세기 때문에 거짓 주장이 진실을 덮을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당사자인 학생들조차 진실이 무엇인지 모른 채 거짓된 보도만 계속 접하게 되면서 등록금을 올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 등록금 인상이 정말 대세가 될는지도 모를 일이다.
빗대어 표현했지만 사실 이런 비슷한 현상은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대부분 힘 있는 쪽이 언로를 막고 자기 주장을 진실로 포장해서 퍼뜨리면 이를 뒤집기가 쉽지 않다. 한-미 FTA가 그렇고, 비정규직 문제가 그렇고, 스크린 쿼터가 그렇다. 며칠 전 국방부가 평택의 농수로를 막아버렸을 때 농민들이 이를 다시 뚫어버렸다. 이 때 우리는 언론을 통해 어떤 내용을 접했고 또 진실로 받아들였는가? 바로 이런 내용 아니었던가. 실상 그 사건과 아무런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대다수 사람들은, 거의 모든 언론 매체가 흘려보내는 왜곡된 보도만을 보고 믿는다. 그리고 한 번 믿으면 그 거짓 주장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어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을 맹렬히 ‘비난’한다(황우석 박사가 한창 뜰 때를 떠올려보라!!) 이 쯤 되면 집에 M16을 가지고 들어와 갈겨버린 강도가 피해자가 되고 강도에게 소리 한 번 지른 집 주인이 악당이 된다. 그야말로 근육맨 김종국, 슈퍼맨 조성모가 공익 가고도 큰 소리 칠 노릇이다.
고통을 직접 함께 느끼고 해결하지는 못할 망정, 적어도 모르면서 욕하지는 말아야 한다. 보이는 보도라고 다 믿지 말고 이 보도가 잘못된 것인지 아닌지 적어도 한 번쯤 의심은 해 보아야 한다. 이 나라 꼴이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적어도 약간의 관심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시민사회를 살아가는 성숙한 시민이 가져야 할 태도다.